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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04. 2021

#25. 직장인 글쓰기만 28년입니다.

직장인 글쓰기 28년 내공 _ 강원국

직장인 글쓰기를 고민하다보니, 강원국 작가의 책과 강의를 피해갈 수가 없었다. 글쓰기에 관한 책, 칼럼, 인터뷰, 유튜브 강의가 넘쳐났다. 직장인 글쓰기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충실한 경험을 한 작가이다. 직장인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강원국 작가의 책은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필독서다.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가 그의 대표 저서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정공법이다. 글쓰기의 기본을 이야기해준다. 덕장 유비처럼 부드러운 글쓰기를 소개한다. <회장님의 글쓰기>는 아름다운 직장생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직장생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조조와 같은 지략적인 글쓰기도 소개한다. 상사와 경영진의 유치한 생각까지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직장인의 글쓰기를 아름답게 포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필요한 직장인 글쓰기도 소개하고 있다.


28년의 직장인 글쓰기 내공


"첫 직장인 대우증권 홍보실에서 ‘대우증권 20년사’를 발간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 게 시작이었죠. 처음에는 외부 집필진을 돕는 일을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집필자가 공석이 되었어요. 창립기념일은 다가오고, 쓸 사람은 없고. 덜컥 그 일을 맡았죠. 다행스럽게도 그 미션을 잘 해냈고, 그 후 사보와 사내방송 일을 하게 되었어요. 자꾸 글 쓸 일이 생기니 글을 쓰는 게 두렵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무렵 대우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면서 회장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연설문 작성을 보좌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써보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것도 이 경험 덕분이었어요."
H그룹 사내 강의 중


강원국은 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 등 28년 간 조직에서 글쓰기를 했다. 직장인 글쓰기 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강원국은 그의 저서를 통해 직장인 글쓰기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하고 있다. 강원국 작가의 코칭을 받는 후배 입장에서 그의 책들을 읽어보았다. 유튜브 강의를 들어봤다. 인터뷰를 참고했다. 그리고나직장인에게 바로 적용이 가능한 글쓰기 조언을 필자가 재창조해보았다.



첫째, 글쓰기는 직소퍼즐이다.


직소퍼즐을 해 본 적이 있는가? 500피스, 1000피스 짜리 퍼즐을 해본 적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직관적으로 바로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없다. 퍼즐 조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분류 작업, 그루핑(grouping)이 필요하다. 비슷한 색감대로 분류를 한다.


필자가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직소퍼즐로 맞출 때는 카페 건물의 노르스름한 색 계열, 밤하늘색 계열, 푸르스름한 색 계열로 분류를 했다. 다시 3가지 색깔 안에서 각각의 모양을 따라 하위 분류를 한다. 무작정 퍼즐을 맞추는 것보다 더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


직장인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쓰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적는다. 글감과 관련된 자료를 모은다. 다음으로 이것들을 그루핑(grouping) 한다. 세 개, 많게는 다섯 개 까지도 분류되어 묶일 수 있다.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글쓰기는 거의 끝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생각을 쭉 늘어놓고 그루핑해나가는 방식을 사용하면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강원국 작가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항상 글을 썼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로 순서대로 글을 쓴다고 한다. 읽는 사람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남는 구성법이다.


지금 필자가 쓰는 이 글도 그렇다. 강원국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많은 조언들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직장인에 대한 조언만 골랐다. 비슷한 조언들을 그루핑했다. 각각 그루핑한 내용에 필자의 생각을 더해 적어내려 갔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이 되었다.


흔한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직장인의 글쓰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속담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꿰지 않으면 가치있는 정보가 되지 못한다.


 

<퍼즐식 글쓰기 구성법>




둘째, 글쓰기는 레고.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아들 녀석에게 레고를 많이 사주었다. 낯선 환경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서 사달라는 대로 사주었다. 레고를 자녀들에게 사줘보신 분은 안다. 레고 완성품과 설명서는 사라지고 레고 조각만 떠돌아다닌다.


어느 날 아들 녀석이 레고 조각으로 무엇인가 만들길래 지켜보았다. 존의 레고 조각들을 이리 저리 조합해가면서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든 것이다. 기존의 레고 기성품을 만든 것이 아니다. 기존의 레고 조각을 활용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만든 것이다.


직장인의 글쓰기도 레고와 같다. 창조가 아니라 조합이다. 레고를 새로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조각들을 조합하여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 생각, 경험은 단언컨대 없다. 가지고 있는 정보와 기존 경험을 새롭게 조합하여 글로 남기는 것이다.


언젠가 보거나 듣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쓰면 된다. 영감이나 직관으로 쓰는 게 아니다. 자료로 쓰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자료를 비틀거나, 빼고, 나누고, 섞으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 영감과 직관조차도 자료를 보거나 글을 쓸 때 나온다. 자료를 열심히 보는 버릇을 들이면 영감과 직관도 자란다. '창조'라는 말에 주눅 들지 말고 열심히 자료를 찾아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글쓰기다. 쓰려고 하는 답은 분명 어딘가에 있다.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


<초등학생 아들은 기존 레고 조각을 조합하여 자동차를 재창조했다.>



셋째, 글쓰기는 상사와의 심리전이.


인사팀 H차장은 명문대, MBA, 컨설턴트 출신이다. 보고서를 잘 만드는 뛰어난 직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좋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다. 상사의 코드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쓸 때 상사 의중을 반영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만 담아서 글쓰기를 했다. 보고를 할 때도 상사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관철시키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진에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려고 하다가 사단이 났다. 경영진이 화가 났다. 연말인사에서 다른 본부로 전출을 시켰다.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라. 회사에는 이런 직원이 하나는 꼭 있다. 글쓰기는 잘하는 것 같은데, 고과가 좋지 않거나 승진이 안되는 경우이다. 답은 하나다.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사와 코드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의 만족을 위한 유희가 아니다. 상사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의 독자는 상사다. 독자인 상사를 배려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보고서를 통해 '상사의 궁금증 풀어주기'가 본질이다. 상사가 원하는 해답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면 푸는 방법은 무엇인가? 새로운 일의 추진 전략과 방안은 무엇이고 실제 실행 시 효과는 무엇인지를 글쓰기에 담아야 한다.


'상사의 상사'를 염두에 두고 작성하라. 상사가 당신 보고서를 들고 상사의 상사에게 갔을 때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것이다. 당신 상사가 임원이나 경영진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보고서를 쓰기로 결심해보자. 대충 쓸 수가 없다. 최적의 해결책과 경영층이 생각할 만한 위대한 아이디어를 짜낼 수밖에 없다. 상사의 생각을 뛰어넘는 보고서가 나온다. 상사도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보고서가 나오면 '헉'소리가 나온다. 팀원이지만 마음으로 존경하게 된다. 상사의 상사 관점에서 바라보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상사의 시간과 노력을 배려하는 글쓰기를 하라. 직장인 글쓰기는 대부분 타임라인이 정해져 있다. 중언부언하는 보고서는 상사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간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충 써서는 안된다. 보고서를 쓴 뒤 철저하게 퇴고해야 한다. 결론은 반드시 앞에 나와야 한다. 제목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제목만 읽고도 내용의 50%는 유추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한다.




강원국 작가는 책을 쓸 때 직장인 후배와 대화를 하듯이 글을 쓴다. 진심어린 조언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다.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강 작가가 직장인 글쓰기 특강차 필자의 회사를 방문했다. '직장인 후배들에게 단 하나의 조언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지막 조언을 후배들에게 건넸다.


"직장인의 글은 나 자신이다.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써 보라. 세 줄이라도 좋다. 단, 매일 쓰라.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쓴 글의 양이 쌓이고 글의 수준이 높아지면 나의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직장안에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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