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멕시코도 같다. 비즈니스를 알기 전에 멕시코 사람을 먼저 알아야 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낙천적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다.
2015년 멕시코 공장의 첫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프레스 장비 입고행사(Press Equipment Unveiling Ceremony)'였다. 공장 건물이 다 지어진 후에 첫 장비가 들어오는 행사였다. 5400톤 프레스 장비가 처음으로 들어오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생산된 대형 장비가 배로 멕시코 항구에 도착했다. 배에서 공장까지 대형 트레일러로 천천히 이송해서 들어왔다.
대외 주요 인사와 임직원들을 모아 대형 이벤트를 기획했다. 멕시코 기획사가 준비를 했다. 준비 상황이 한국인 마음 같지 않았다. 행사 전날 밤까지도 준비가 마무리 안되었다. 멕시코 기획사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No problema! (노 쁘로블레마)"
멕시코 기획사는 행사 당일 6시까지 와서 행사 준비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었다. 행사 시간은 9시였다. 나는 새벽 5시에 와서 진행팀을 기다렸다. 6시가 넘어도 오지 않았다. 교통이 막힌다는 것이었다. 7시가 넘어도 오지 않았다. 똥줄이 탔다. 법인장은 미비한 준비에 대해 주재원을 나무랐다.
멕시코 기획사에 항의를 해보았다. 기획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환장할 것 같은데 멕시코 사람들은 태연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고 도로가 막히는 것이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행팀은 행사 30분 전에 도착하여 겨우겨우 행사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멕시코 사람들이 답답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문화도 여유가 있고 다소 느슨한 편이다. 미국 사람들은 이러한 멕시코 사람들을 게으르고 규율도 없고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 역시 미국 사람들을 차갑고 감정이 없다고 힐난한다. 미국 사람들은 늘 공격적이고 바쁘고 돈만 아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 사진 2에서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이 필자다. 아침에 행사를 마무리하느라 혼이 나간 모습이다. 현지 교민분이 찍어주신 사진이다.
여유 있는 멕시코 비즈니스 문화지만 지켜야 할 격식과 형식이 있다. 스페인 영향으로 권위를 중시한다. 그들 나름대로 명예심이 강하다. 명예심에 상처를 주면 비즈니스 관계가 깨진다. 에티켓과 매너도 많이 따진다. 기업경영도 중앙 집권식이다. 사장의 결정이 절대적이다. 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 문화가 크게 달라진다.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요소는 협상이다. 멕시코 주정부와 인센티브 협상도 해보았고, 노동조합과 단체교섭도 해보았다. 미국 사람과 같은 단도직입적이고 공격적인 협상 스타일은 멕시코 사람들에게 호응을 못 얻는다. 비즈니스 협상에 임할 때는 직접적이기보다는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협상에 앞서서 사람관의 신뢰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멕시코 비즈니스는 친분관계로 이루어진다. 비즈니스 협상이 편지나 메일로만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자주 방문하고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도 반드시 사람을 알고 나서 마무리가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야구계 명언이 있다. 멕시코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문구다. 기아는 2014년 멕시코 연방정부 및 주정부와 투자 협상을 하고 진출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만큼 멕시코 정부에서는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계약서를 통해 명확한 문구를 남겨 놓았다. 2015년 새로 취임한 주지사가 '기아에 대한 주 정부 인센티브가 과도하다'면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멕시코 연방정부에서도 중재를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2014년 첫 번째 협상 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실제 이행을 위해 2년 후 2016년 10월 다시 협상을 진행했다. 다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렇게 수험료를 지불하고 멕시코 협상 문화를 배웠다. 멕시코에서 비즈니스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2014년 8월 기아 신규 투자협약을 한 이후 2016년 10월 새로운 주정부와 재협상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