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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02. 2022

김 부장, 암호화폐 투자 실패하다

자수성가 부자 선배가 한 턱 쏘다.


O선배는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다. 볼펜 판매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40대에 사업이 풀리기 시작해서 이제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롯데타워 시그니엘 서울에 집이 있다. (100억 원대로 알고 있다. 너무 높은 금액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배가 집에서 밥을 한 번 먹자고 불렀다. 롯데 시그니엘 서울에 도착하니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약속시간과 선배 이름을 이야기하니 입주민 전용 식당으로 안내해주었다. 입주민 전용 식당은 강변과 서울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에 위치해 있었다. (몇 층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좀 위축되었다.) 별도 룸으로 안내되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식당이었다. 고급스러운 음식이 서빙되었다. 선배는 비싼 술을 주문했다. 한 잔 두 잔 마시다보니 제법 취했다.


롯데 시그니엘 서울 공식 사이트



선배의 암호화폐 투자


항상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선배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술이 한두 잔 들어간터라, 말이 좀 많아졌다. 사업 성공담을 좀 늘어놓았다. 나는 '그러냐?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직장 생활과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젔다.


갑자기 선배가 핸드폰을 꺼내서 특이한 계좌를 보여주는 것이다. 20억원이라는 금액이 찍혀있었다.

"선아! 비상장 암호화폐에 10억 투자했는데 지금은 20억이 되었다. 믿을 수 있는 암호화폐다. 곧 상장을 할 거다. 상장되면 몇 배는 우습게 뛸 거다."  

(당시는 암호화폐가 한창 뜨겁던 시절이었다. 상장만 하면 수배에서 수백 배까지 뛰곤 했다.)

선배는 재미 삼아 A암호화폐에 투자해보라고 했다.



김 부장의 얼치기  암호화폐 투자


선배가 추천해준 A 암호화폐 이름을 잊어버릴세라 지하철로 귀가하는 내내 이름을 되뇌었다. 자 안 하면 혼자만 바보가 될 것 같았다. 선배가 10억원이나 투자하는 암호화폐이니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를 생각해서 귀한 정보를 준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인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음 날 출근해서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모아보았다. 이것저것 모으니 이천만 원이 나왔다. 아내도 잘모르는 나만의 비상금이다. 중년도 자기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식을 하면서 조금씩 불려둔 돈이었다.


거래소 앱을 열었다. 회원 가입을 하고 'A 암호화폐'를 검색해보았다. 차트를 보니 급등하는 모양새다. 지난 달에 비해 100%가 상승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서둘러 매수 주문을 냈다. 계속해서 급등하고 있었다. 바로 매수 체결이 안되니 일찍 투자 안 한 것이 후회되었다.


오후에 한참 일하는데 알람이 떴다. 매수가 체결되었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나도 암호화폐 투자자라고... '

https://www.gettyimagesbank.com


공부 없는 암호화폐 투자의 최후


한동안 A암호화폐는 급등했다. '역시 부자들은 정보를 가지고 투자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면 화장실로 향했다. 거래소 앱을 열었다. 상승 그래프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수익률이었다. 돈이 너무 쉽게 벌리는 것 같았다. 조금 더 투자할 여유자금이 없나 기웃거렸다.


1년이 지난 지금은 60%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다.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 원금 생각이 나서 빼지도 못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예상된 결과인지 모르겠다.


선배의 투자 경험담을 보고 따라서 산 암호화폐 투자가 잘 될 리 없었다. 내 잘못이다. 아무런 공부 없이 산 암호화폐였다. 잘되면 이상한 일이다. 차라리 잘되지 않아서 다행인지 모르겠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인생 경험을 배웠다.




암호화폐 대박은 지난 밤의 꿈이었나 보다.

비상금이 사라진 김 부장은 오늘도 열심히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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