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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06. 2022

깨끗한 라면 물이 있어 감사합니다.

응급실로 실려간 권 이사


권 이사는 새벽에 자다가 복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복통이 밀려왔다. 극심한 고통에 정신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끝내 응급실로 실려갔다. 권 이사 병명은 '요로결석'이었다.


권 이사는 요로결석 원인으로 '석회수'를 지목했다. 그는 슬로바키아, 터키, 인도 주재원 경험이 있었다. 주재 지역의 물이 모두 석회수였다고 한다. 오랫동안 직간접적으로 음용한 석회수가 요로결석 원인이라고 했다.

의사들도 '석회수를 오랫동안 음용하면 석회 성분이 신장에 침착되어 요로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해외 주재원들이 물로 고생한다.


석회질 지역의 국가에서는 수질 자원이 석회수다. 중국, 유럽, 터키를 비롯해 생각보다 많은 나라들이 석회수 환경에 놓여있다. 석회수는 생활용수, 미용수, 음용수, 조리용 물로 사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많다.


첫째, 생활용수로 좋지 못하다. 


멕시코 주재원 시절 설거지를 하면 석회가루가 그릇에 묻어났다. 물을 쓰는 기계에 석회가루가 돌처럼 굳어져 오작동하기도 했다. 멕시코 교민 중 한 명은 집 바닥에 파이프를 깔고 한국 보일러를 가져다가 설치했다. 얼마 안 있어 고장 났다고 한다. 석회질 성분이 보일러 관에 침착되어 굳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석회수로 설거지한 후 남아있는 석회가루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2197671)


둘째, 미용적으로 석회수는 좋지 않다. 


중국, 유럽, 멕시코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면 피부나 머릿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아내는 주재원 기간 중 피부가 많이 거칠어졌다면서 불평하기도 했다. 인도 법인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목욕시키는데 생수를 이용한다고 한다. 어른들도 샤워하고 마지막 헹굴 때는 생수로 한번 헹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인도 법인 상수도 환경이 열악한 것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김 부장은 중국 호텔에 4주간 격리 중에 있다. 격리되어 있는 호텔 샤워기 헤드를 한국에서 가져온 샤워기 필터로 교체했다. 2주가 지나니 이물질(석회질?)로 인해 노랗게 변해있었다. 싫든 좋든 4년 동안 이런 물로 씻어야 한다.


김 부장 호텔 격리시설에 설치한 샤워기 필터



셋째, 조리 용수로 적합하지 않다. 


멕시코 주재원 시절 라면물도 생수로 끓였다. 쌀도 수돗물로 초벌로 씻은 후에 생수로 마지막을 헹궜다.

주재원 당시 먹기 힘들었던 요리가 있었다. 국수류다. 국수는 물을 많이 써서 삶아야 한다. 삶은 후에는 찬 물로 여러번 헹궈야 면이 꼬들꼬들해진다. 생수로 하면 물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그렇다고 석회수를 쓰는 것은 찝찝했다. 주재원 시절 국수류는 생수를 많이 써야해서 잘 먹지 않았다.



넷째, 석회수는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다.


석회수는 그대로 마시면 요로결석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맛도 좋지 못하다. 텁텁한 맛이 있다고 한다. 석회수가 대부분인 중국의 경우 그대로 마실 수 없으니 차(茶) 문화가 발달했다. 독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맥주를 비롯한 주류 문화가 발달했다. 탄산수를 먹는 문화도 정착했다. 그냥 물로는 마실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 복귀해서 깨끗한 물에 감사해했다.


5년간 멕시코 주재원 생활 후 2019년 한국에 복귀했다. 물을 마음껏 쓰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수돗물을 그대로 받아 라면을 끓였다. 여름이면 물을 듬뿍 사용하여 국수를 끓였다.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을 때는 냉면도 삶아낸다. 헹구고 싶을 때까지 물을 듬뿍 써서 냉면을 헹구어 냈다. 설거지한 그릇에 석회가루가 남는 것도 아니었다.


해외에 나와보면 한국의 물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느끼게 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축복이다. 주재원으로 나와보니 한국의 것이 그립다. 절로 애국자가 된다.



격리 숙소로 점심 도시락이 배달되었다.

썩 내키지 않은 메뉴가 나왔다.

한국에서 공수한 마지막 라면을 꺼냈다.

수돗물이 아닌 생수를 라면포트에 부어 물을 끓여낸다.

한국의 깨끗한 물이 그리운 일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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