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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12. 2021

코로나가 아니고 머릿니라니

해외에서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머리 손질이었다. 주재원 초기에 현지 미용실에 간 적이 있다. 멕시코인 미용사와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계속 Si! Si! (영어로 Yes! Yes!)라고 외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히칸 전사' 헤어 스타일이 되어 있었다. 한동안 내 머리 스타일은 주재원 동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출처 : 데일리메일>


(혹시 머릿니 이야기가 불편하신 분은 다음 스토리를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국 복귀 후 첫 주말, 온 가족이 미용실을 갔다. 


내는 그동안 멕시코에서 못했던 파마며 염색이며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미용실 디자이너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딸아이 머리부터 다듬기 시작했다. 미용실 디자이너 분이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기겁을 했다. '머릿니'가 있다는 것이었다. 디자이너분은 아이들 머리에 손도 못대고 도망가셨다. (그 마음 이해한다.)


남자 미용사 보조 분이 손을 걷어부쳤다. 우리에게 약국에서 머릿니 약을 사다달라고 했다.(약국에 머릿니 약이 있어서 놀랐다.) 머리에 약을 촘촘히 바른 후에 기다렸다가 참빗으로 긁어내렸다. 두 아이와 아내 모두 긴급 조치(?)를 받았다. 


그 뒤로도 한동안은 3사람은 안방에 모여 서로 '서캐(머릿니 알)'를 참빗으로 빗어내렸다. 서캐를 고르는 모습이 원숭이가 벼룩을 고르는 모습과 비슷해서 필자가 놀리고는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온 가족이 같은 침대에 잤는데 이상하게도 나만 머릿니가 없었다. (아빠의 머리에는 먹을 것이 없었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는 시대에 '머릿니'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웃픈 추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P.S.] 아이들은 왜 머릿니가 생겼는가? 밝혀진 바는 없지만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 있다.


멕시코는 빈부격차가 심하다. 부자집에서는 '무차차(muchacha, 가사도우미)'라고 해서 집안 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사용한다. 가정형편이 좋지않는 '무차차'의 경우 머릿니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머릿니가 부자집 아이들에게 옮는다. 부자집 아이들에게 옮긴 머릿니는 국제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 아이들에게 옮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한국인 아이들은 한국인 부모들에게도 머릿니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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