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의 일과 삶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주재원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전되고 있다.
혹자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고도 한다. 혹자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고도 한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작가는 무려 3개국에서 주재원으로 살았던 경험을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조금 일찍 접했더라면 필자의 주재원 생활에 좋은 가이드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우리 아이들을 이중 언어학교에 보낸 이유
작가는 외국에서의 아이들 교육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남들이 다 가는 '영국계/미국계 국제학교'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을 현지인들이 가는 이중언어학교(사립학교)에 입학시켰다. 나는 알고 있다. 이게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하지만 이 방법이 옳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3개 언어(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를 배워야 했던 아이들의 고난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콤했다. 운동을 통해 언어 습득과정에서 생기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라는 조언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필자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멕시코에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를 동시에 익히는 과정의 스트레스를 지켜본 바 있어서 적극 공감했다.
아이들이 국제 학교 환경에서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서술한다.
특히 아이들이 경험하는 '이별의 감정'에 대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서술하고 있다. 세심한 아빠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상상도 못했던 영역이다.)
너의 독창적인 생각을 말고 글로 표현해봐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의 질문이다. 작가는 대한민국 교육에 질문을 던진다. '기능적 지식'을 익히는 위주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켜 보면서 한국식 교육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 대해 묻지 않았으며, 우리 사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우리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돌아보지 않았으며, 우리의 미래가 어때야 하는지를 그려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저 객관식 문제로 주어진 보기 중에서 맞는 답을 찾기에 급급했었다.
- e book 79페이지 본문 중에서
필자도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과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지...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렇게 배워보지 못한 우리 중년들이 살아있는 증거다. 우리는 오로지 점수를 높이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사회로 나왔다. 우리는 은연중에 행복마저도 점수로 평가한다. 자산의 규모, 아파트의 크기가 행복으로 착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거주하는지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한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을 피했다. 프랑스 현지인들 거주지역에서 생활했다. 현지인들과의 교류 및 소통을 통해 현지 문화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유익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들끼리 비슷한 지역에 모여 산다. 언어에 자신 없고 외롭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가 의지가 되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현지의 진정한 문화를 느낄 수 없다. 한국인들끼리 모여 살면 한국에서 거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외국에 나간 보람이 없다.
그 일본인의 예언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
작가는 한국사회에 보편화되고 있는 '해외주재원 비선호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래는 작가가 만난 일본인 주재원의 말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점점 더 해외근무를 꺼려한다. 외국어를 배우기 싫어한다. 이런 현상이 일본의 경기 침체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이제 머지않아 한국 젊은이들도 일본 젊은이들처럼 해외 근무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너희 한국도 조만간 일본처럼 될 것이다."
필자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이 그 전철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회사에서 주재원 선발이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직장 생활이 편한데 뭐하러 나가냐는 것이다.
걱정이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선진국이었나...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작은 땅덩어리의 나라다. 오로지 있는 것은 사람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나가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싸워야 하는 선수들이 이제는 안 나가겠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국내의 편한 생활에 안주한다고 하니 더 안타깝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가 국내에서만 안주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 책을 읽는 청년들이 가슴이 뜨거워지기를 바란다. 글로벌 경영에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다만, 작가는 신중하다. 우리 후배인 청년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시 글로벌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하자는 것이다. 필자랑 달리 대인배다. 적극 공감한다.
꼰대 테스트, 빈칸에 알맞은 부사를 넣으세요
보통 우리 세대들은 '성실하게', '끈기있게', '부지런히'라고 이야기한다. 꼰대력 100점짜리 답안이다.
작가 딸의 대답에서 절로 미소가 나왔다. "테슬라 주식과 함께"
뒤이어 김 작가 아내 분의 대답에서 빵 터졌다. "독신으로"
아내 분의 위트가 돋보이는 대답이다. 진심은 아니시겠지?
필자도 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가족에게 질문해보았다.
- 아 내 : "주체적으로"
- 중1 딸 : "BTS와 함께"
- 초5 아들 : "왜 살아야 하는지 탐구하며"
중국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주재원 동료에게 물어보았다.
- 주 차장 : "재미있게"
- 이 차장 : "행복하게, 후회없이"
- 도 차장 : "사랑하며"
저는 E-book으로 책을 보지 않습니다. 종이의 질감이 좋아 항상 종이책을 구입합니다. 중국에 격리되어 있는 상황인지라 처음으로 E-book을 구입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주재원의 고단한 삶이...재미있는 에피소들이 현실감 있게 녹아 있습니다.
해외 주재원의 삶이 궁금하신 분께...
해외에서의 아이들 교육이 궁금하신 분께 추천드립니다.
작가님은 브런치에서는 호비와 호지의 아빠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계십니다.
내돈내산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