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Feb 13. 2022

글쓰기가 우리를 치유한다.

글쓰기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아침에 글쓰기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나 보게 되었다. 컬럼비아 의대 '켈리 하딩(Kelli Harding)' 교수의 인터뷰였다. 캘리 하딩 교수는 글쓰기를 통해 건강이 회복되는 객관적인 지표를 보여준다. 글쓰기의 마음 치유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실험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글로 쓰는 것만으로 주관적 고통이 줄어들고 면역기능의 혈청 지표가 개선됐어요. 3일 동안 하루에 15분씩 글을 쓰는 것처럼 간단한 방법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이 놀랍죠?"
"글쓰기는 우리의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을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이라고 불러요. 그 경험 후 당신이 어떻게 강해졌는지를 깨닫는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 감사를 느끼고 타인과 가까워지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다고 해요.”
컬럼비아 의대 '켈리 하딩(Kelli Harding)' 교수와 그녀의 저서
Kelli Harding교수는 <The Rabbit Effect: Live Longer, Happier, and Healthier with the Groundbreaking Science of Kindness>라는 책을 통해 글쓰기와 건강회복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정함의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좌뇌 우뇌 밸런스 육아>의 저자 차영경 작가님이 정보를 찾아주셨다. 



번아웃을 달래준 글쓰기


주재원 때의 일이다. 상사는 이유없이 트집을 잡았다. 까다로운 상사와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상사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주말없이 일했다. 월요일 아침이면 다시 호통이 이어졌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끝내 번아웃이 찾아왔다. 퇴근하면 침대에 누웠다. 아무것도 안했다.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것에 지친 상태였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심장이 터질듯이 빠르게 뛰었다. 일요일 저녁에 출근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왔다.


한국도 아니고 이역만리 외국이었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도 없었다. 그냥 견디어야 했다. '가장이 쓰러지면 가족이 무너진다.' 그냥 견디어내기로 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중략)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 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구나
 -이채 시인 <아버지의 눈물> 중에서


지친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이끌고 퇴근했다. 힘들어도 꾸역꾸역 노트북을 켰다. 글을 썼다. 매일 매일 썼다. 한 줄을 쓰는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은 한 줄도 못 채웠다. 단어 한 두개만 끄적거렸다. 글을 쓰면 잠시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순간은 잡념이 사라졌다. '글멍'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님도 있다.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날도 있었다. 모호했던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마음이 정리됐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위로가 되었다. 직장 생활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글쓰기를 통해 버텨낼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상사는 1년 정도 후에 퇴직했다. 감사하게도 그 뒤로 훌륭한 리더가 상사로 왔다.)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게 하는 글쓰기


브런치에 '우울증 글쓰기'라고 검색해보았다. 우울증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위로받고 계시는 작가님들이 많았다.(존경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작가님 중 한 분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글을 쓴다. 글마저 쓰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한다. 그녀의 글은 차분하다. 자신과 남게 될 가족을 담담하게 돌아본다. 몸은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달려가지만 글을 통해 마음은 차분하게 정리된다고 한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위로이다. 마음의 치유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스마트 혁명, 금리인상, 테이퍼링, 메타버스, 전기차 시대, 신재생에너지, NFT...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버겁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나혼자 세상에 뒤쳐지는 것만 같다. 내가 제일 못난 것 같다. 자존감을 바닥으로 향한다. 자꾸 초라해진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 상처가 나를 멍들게 한다. 화를 내고 싶다. 뭐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다.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 말이 입안에서만 맴돈다. 그냥 가슴으로 '꿀꺽' 울분을 삼킨다.


펜을 들어보자. 노트북을 켜자. 5분이라도 좋다. 단 한 줄이라도 좋다. 쓸 내용이 없으면 단어 몇개만이라도 끄적거리자. 생각을 글로 써보자. 진실된 눈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자. 마음 깊숙히 숨겨놓았던 생각들을 써보자.

글 좀 못쓰면 어떤가. 완성하지 못해도 문제없다. 제목 한 줄만 써도 좋다. 주저하지말자. 종이 위에, 모니터 안에 생각을 토해내자.


투박하나마 몇 개의 단어가 채워지면서 자신감이 좀 생기지 않는가?

어느덧 마음 한 켠이 따뜻해져 오지 않는가?

글쓰기가 당신을 위로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31. 직장인의 글쓰기는 동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