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은 어려운 것처럼, 어려운 일은 쉬운 것처럼

by 김선
쉬운 일을 할 때는 자신감이 우리에게 부주의를 낳지 않게 하고,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소심함이 용기를 꺽지 않게 하라.
-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수업



쉬운 일은 어려운 것처럼...


직원들에게 신차 시승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런칭한 신차 50대를 구매했다. 직원들에게 차량 시승을 신청하라는 공지를 내보냈다. 그냥 시작했다.


실제로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검토해야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주행대장을 관리하고...

휘발유는 어떻게 지원하는지...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은 지원하는지...

차량 사고 시 어떻게 대응하는지...

운행 시 발생한 과태료는 어떻게 처리할 지...


너무 부주의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시작한 신차 시승프로그램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시승 프로그램 진행팀과 이용하는 직원들이 대혼란을 겪었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수록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놓친 일은 없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이슈는 없는지... 생각하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쉽다고 생각한 일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려운 일은 쉬운 것처럼...


1980년초 현대건설은 서산 앞바다에서 바다를 메우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추진했다. 서산 앞바다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다. 커다란 바위덩어들도 그대로 쓸려내려갔다. 어렵게 서산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었다. 양쪽 연안에서 중앙을 향해 조금씩 방조제를 이어나갔다.


마지막 방조제 연결 공사가 남았다. 6,400m에 이르는 방조제 중 270m를 남겨두고 현대건설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아무리 돌을 쏟아 부어도 세찬 물살은 돌무더기를 흔적도 없이 쓸어갔다. 4~5톤 바위덩어리를 쇠줄로 서너개씩 묶어 던져도 소용없었다. 거센 물살은 바위덩어리를 집어삼키고, 현대정공, 현대상선, 현대중공업의 기술진이 총동원되었다.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은 마지막 연결공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은 내렸다.


정주영 회장은 쉽게 접근했다. '바위덩어리가 물줄기에 쓸려 내려가면 더 큰 물건으로 물길을 막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고물 유조선을 가라앉혀 물줄기를 막으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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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322m의 대형 유조선이 방조제 연결공사 구역에 서서히 다가갔다. 못 다 이은 방조제 틈을 막았다. 물살이 잦아들자 수많은 돌무더기를 바다로 던져넣었다. 그렇게 서산 방조제가 완성되었다.


이 '유조선 공법'을 일명 '정주용 공법'이라 부른다. 이 유조선 공법 덕분에 9개월 만에 공사를 완공시켰다. 계획공기는 45개월이었다. 쉽게 생각한 덕분에 무려 공기가 35개월이나 단축했다. '유조선 공법'은 미국 '뉴스위크'와 '뉴욕타임즈'에 소개되었다. 영국 런던 템즈강 하류 방조제 공사를 수행한 랜달팔머 & 트리튼 사가 유조선 공법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어렵게 생각했지만, 정주영 회장은 쉽게 생각한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어려운 일을 접하면 숨이 턱 막힌다. 부담감이 앞선다. 안 될것 같다는 부정적 생각이 뇌를 지배한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실패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어려운 일이 갑자기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해결책이 단순해지는 경우가 있다. 쉽게 생각하면 복잡한 상황을 걷어낼 수 있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에게 오늘 어려운 일이 있다면 쉬운 것처럼 해보자.



2023년이 시작된다.

기다렸다는 듯 김 부장이 해결해야하는 현안들이 가득하다.

올해는 쉬운 일은 어려운 것처럼,

어려운 일은 쉬운 것처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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