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에서는 소통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대학생 2명을 한 조로 한다. 한 명에게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서 어떤 노래를 연주하게 한다. 다른 사람은 손가락 연주를 듣고 노래 제목을 맞추는 실험이다. 손가락 연주를 하는 사람은 손가락만을 사용할 수 있다. 말을 해서도 안된다. 흥얼거려서도 안된다.
예를 들어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동요를 떠올려보자. 한 사람은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가사와 박자를 생각하면서 손가락으로 두들기면서 연주한다.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의 손가락 연주만을 보고 노래 제목을 맞추는 실험이다.
몇 %나 맞출 수 있을까?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예상을 들어보았다. 손가락 연주 후 그래도 50%는 노래 제목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중이 노래 제목을 맞춘 비율은 겨우 2.5%에 불과했다. 청중은 손가락 연주만 가지고서는 도저히 노래제목을 맞출 수 없었다. 이를 '자기 중심성 프레임'이라고 한다. 이는 소통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 중심적'으로 소통할 때 소통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말이 된다.
김 대리가 보고서를 들고 정 부장 앞에서 섰다. 정 부장 표정이 어두워진다. 자신이 생각한 보고서가 아니다.
'왜 내말대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지? 김대리가 나를 무시하나?' 별별 생각이 다든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 대리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고서를 집어던졌다. 보고서는 김 대리가 서있는 자리로 흩날리듯 뿌려진다.
(실제 해외법인에서 일어난 사례를 재구성해보았다. 한국인 주재원과 현지인 팀원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정 부장 머릿속에는 자신이 원하는 보고서 방향들이 있다. 정 부장은 자신이 원하는 보고서 방향을 김 대리에게 설명했다. 문제는 김 대리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지 못했다. 몇 마디의 말과 A4지에 아무렇게나 적어내려간 종이 한 장을 툭 건냈다. 정 부장은 김 대리가 충분하게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가락 연주 사례를 생각해보자. 정 부장은 제대로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정 부장 생각은 2.5%밖에 전달이 되지 않는다. 2.5%밖에 알아듣지 못한 김 대리 잘못이 아니다.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정 부장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다.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은 정확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몇 마디 툭 던지고 직원들이 알아주겠지 생각하면 안된다. 拈華微笑(염화미소)*/이심전심(以心傳心)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팀원들에게나 도달할 수 있는 레벨이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팀원들이 제대로 보고서를 못 써왔다면 잘못의 50%는 리더에게 있다. 이것을 잊지말자.
정 부장 사례로 돌아가보자. 정 부장은 김 대리에게 본인이 원하는 보고서 방향을 충분하게 설명했어야 한다. 개떡같이 말하는데 찰떡같이 알아들 수 없다.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들리는 법이다.
간혹 리더가 개떡같이 말하는 데 찰떡같이 알아듣는 직원들이 있다. 이런 직원을 만난다면 함부로 대하지 말아라. 언젠가 당신을 뛰어넘어 임원이 될 사람이다. 조직 내에서 경영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 염화미소(拈花微笑) : '꽃을 들고 웃음을 띠다'라는 말이다. 어느날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며 연꽃 한 송이를 들었다. 제자 중 마하가섭만이 이를 이해하고 혼자 웃었다는 내용에서 비롯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