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있네

회사에서 글쓰기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by 김선

이태원 참사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야당 의원들이 참사 당시 대통령실 대응이 적절했느냐 등을 놓고 질의하는 순간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장에 한 문장을 적는다. "웃기고 있네." 이 문장이 바로 취재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정감사 자리에 있었던 여야 위원 모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태, 이태원 참사를 논의하는 국정감사 위원들의 발언들을 "웃기고 있네"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사적인 대화라고 변명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국정감사장에서 퇴장 조치되었다. 한 번 엎질러진 글은 돌이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도 대한민국 사회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야 간에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글은 한 번 쓰면 돌이킬 수 없다. 글쓰기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회사에서도 동일하다. 잘못 쓴 문장 하나, 보고서 하나, 메일 하나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똑바로 관리하세요'라는 메일이 왔다.


금요일 오후 시간 엄청 바빴다. 김 부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분초를 다투어 일하고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했다. 협조전을 작성했다. 품의서를 작성했다. 금요일이 넘어가면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일이다. 신경을 곤두세워서 일하고 있었다. 한창 일하고 있는데 업무용 노트북에 메일 알람이 왔다. 클릭했다.


제목 : 귀 팀의 빠른 대응을 요청합니다.
발신 : 생산부 박OO 부장
수신 : 김 부장
참조 : 관련 부서 부장, 중국 현지인 부장 및 담당자 들... 다수


뭐지 싶었다. 메일을 열어보니 "김 부장 팀에서 현장 감독인원 미배치로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잘 대응하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김 부장 팀에서 현장감독 인원 미배치 -> 생산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확인하고 즉각 대응 바람


2022년 올해 처음으로 분노했다. 화가 났다. '뭐 이런 무례한 보고서, 무례한 메일이 있나' 싶었다. 생산부장은 다짜고짜 메일을 보내왔다. '당신이 잘못했으니 앞으로 잘하라'라 경고 메일을 생산부장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화를 꾹 참았다. 열은 받았지만 차분하게 사실 조사를 했다. 담당 직원을 불러서 진행경과를 파악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황당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었다. 부서 간에 현장 감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이었다. 생산부장은 상황을 충분하게 파악 안 하고 다짜고짜 김 부장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신중하지 못한 글쓰기는 독이 된다.


김 부장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전화기를 들어 생산부장과 말로 다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 흥분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제대로 된 대응이 중요했다. 파악한 진행경과를 바탕으로 대응방안을 만들었다. 국내와 해외법인의 유사 사례를 조사했다. 제대로 조사해보니 김 부장 부서가 선의로 생산부 일을 도와주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생산부 담당 임원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만들었다.


- 김 부장 부서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산부 일을 지원하여 왔음
(국내 / 해외법인 사례 분석 포함)
- 업무 합리화 /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해당 업무를 생산부가 전담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부서 변경 요청함

생산부 박 부장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글을 김 부장에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박 부장 글쓰기와 보고서는 독이 되었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되었다. 앞으로는 박 부장 부서에서 전담으로 일을 해야 한다. 김 부장 부서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회사에서 한 문장이라도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이유다.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글쓰기다. 한 번 쓴 글은 주워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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