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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26. 2023

[3] 김 대리, 최 과장을 만나다.

일 잘하는 사람은 플래너를 씁니다.

김대성 대리 : 자동차 회사 입사 5년차, 글로벌기획실 대리

최고수 과장 : 자동차 회사 전략실 소속, '기획의 신, 실행력의 최 과장'이라고 불릴만큼 업무 능력자




출장에서 돌아온 최 과장은 사내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사내 커피숍에서 잠깐 만나기로 했다. 최 과장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30대 중반의 최 과장은 전형적인 회사의 기획맨처럼 보였다. 깔끔하고 단정한 복장, 코 끝에 걸린 반무테 실버 안경, 잘 정돈된 머리. 군살 없는 몸매는 운동을 꾸준하게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 과장은 항상 들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용감이 묻어나는 바인더 한 권을 들고 있었다. 일을 하다가 왔구나 싶은 모습이었다.


김 대리는 꾸벅 인사를 하고 최 과장에게 다가갔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과장님! 저 메일로 인사드렸던 글로벌기획실 김대성 대리입니다.”

“김 대리! 안녕하세요. 전략실 최고수 과장입니다. 먼저 음료를 시킵시다. 뭘로 할래요?”

우리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들고 비어있는 창가 자리로 앉았다.  


“박 대리 통해서 김 대리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 대리님 이름이 멋집니다.”

“네 과장님! 아버님이 크게 성공하라는 의미로 ‘대성’이라고 지으셨습니다. 하하하”

최 과장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와 비슷한 면이 있네요. 제 아버님은 무슨 일은 하든지 간에 자기 분야에서 고수가 되라는 의미에서 고수라고 이름 지으셨습니다. 성이 ‘최’씨라서 더 인상적인 이름이 되었네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최 과장은 CES 출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소개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전략실 최고 에이스다운 정보력과 분석력이 절로 느껴졌다. 

“과장님! 제가 한참 후배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래 그럼 그럴까? 김 대리. 오늘 특별히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어. 뭘 이야기해 주면 될까?”


그제야 김 대리는 최 과장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처한 최근 상황을 이야기했다. 갑자기 일이 늘어나서 업무가 여기저기 엉키게 된 것들, 회사 일에 집중하다 보니 엉망이 된 개인 생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막연함. 


오늘 처음 본 최 과장임에도 불구하고 가감 없이 속 사정을 다 이야기했다.

“선배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요즘 죽겠습니다.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일이 잘 안되니 집안 일도 개인생활도 뒤죽박죽 되는 것 같습니다.”


최 과장은 김 대리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말을 건넸다.

“김 대리!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나도 완벽하지 않아. 나도 일을 잘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어.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정답이 있겠어? 지금도 고민이야. 음... 이게 김 대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최 과장은 말을 흐렸다. 조언해 주는 것을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 대리는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선배님!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조언해 주십시오. 제가 그만큼 간절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든 것이 다 엉망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어.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김 대리가 사용하는 업무 노트를 좀 봐도 될까?"

마침 김 대리는 업무 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연초에 회사에서 지급받는 노트였다. 김 대리가 엉망으로 써 내려간 수첩이다. 팀장님 지시사항도 쓰고, 회의에서 이야기한 내용도 적었다. 두서없이 적어내려간 노트다. 


최 과장은 김 대리 업무 노트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김 대리는 숙제를 검사받는 학생의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아 아무생각없이 쓴 수첩인데...' 누군가에게 자신의 노트를 보여준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한참을 김 대리 수첩을 살펴보던 최 과장이 입을 열었다.

“김 대리! 혹시 괜찮다면 내 업무노트를 소개해도 될까? 박 대리가 이야기한 내 업무 노하우가 여기 있어!"

잠시 후, 최 과장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바인더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처음에 업무용 바인더인 줄 알았던 그 노트였다. 바인더에는 영어로 ‘Planner’라고 쓰여 있었다. 

‘플래너?’ 

김 대리는 ‘플래너에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최 과장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최 과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김 대리! 이야기 잘 들었어. 김대리 업무 수첩을 잘 봤어. 김 대리에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플래너를 써보면 어떨까?”

최 과장은 자신의 바인더(플래너)를 내 쪽으로 돌리면서 말을 건넸다.

“플래너요?”

살짝 당황했다. 김 대리는 최 과장이 업무 역량이나 자기 계발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줄 알았다. 수첩을 보자고 하고, 플래너를 써보자고 하니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리도 플래너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기는 한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것이 플래너인지'는 몰랐다. 최 과장의 플래너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몸을 최 과장 쪽으로 향했다. 귀를 쫑긋 세웠다.


“김 대리! 나는 나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플래너 하나로 관리하고 있어. 업무 일정관리, 시간관리는 기본으로 하지. 인생비전, 미래계획, 자기 계발, 자녀교육, 정보관리, 아이디어 메모, 인맥관리, 자산관리, 독서노트, 감사노트를 이 플래너 한 권에서 정리하고 있어”


최 과장이 펼쳐든 바인더는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인더였다. 바인더에 여러 정보를 파일링한 것처럼 보였다. 최 과장은 김 대리에게 자신의 플래너를 한 번 보라고 건네주었다. 김 대리는 최 과장의 플래너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겨보았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거 뭐지 싶었다.


“김 대리. 내 플래너가 복잡해 보이지?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니겠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힘들 수도 있어. 대신 오늘은 내가 작은 숙제를 하나 내줄게. 노트, 다이어리, 플래너에 대해서 공부해 줄 수 있을까? 김 대리가 플래너가 무엇인지 알아야 멘토링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김 대리는 오늘 모든 것을 다 배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최 과장과 헤어졌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

'플래너라… 나에게 필요한 것이 플래너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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