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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y 14. 2023

회사에서 살아남은 자들도 슬프다.

"부장님! 저 정말 회사를 떠나기 싫습니다."

"미안하다. OOO 과장. 내가 할 말이 없다."


인사팀에서 김 부장과 퇴직 대상인 중국인 C과장을 회의실로 불렀다. 중국 경영환경의 변화로 법인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수 년간 계속된 적자로 이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C과장에게 퇴직을 제안했다. 중국 법률을 훨씬 상회하는 경제보상금을 제안했다. 회사의 마지막 배려였다. 여직원의 눈 빛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경제보상금 : 중국 노동계약법에서는 회사와 직원간 노동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근속연수 기간만큼의 평균임금을 지급하게 되어있다. 20년을 근무했다고 하면 20개월치의 평균임금을 지급한다. 이를 경제보상금이라고 한다.)


C과장은 보상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녀의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김 부장에게 '왜 나 냐고... 왜 나가야 하냐고...' 흐느끼듯 원망을 쏟아낸다.


김 부장은 할 말이 없다. 어렵게 입을 뗀다. '업무 시급성, 업무 병합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없다. '정말 C과장이 없어도 문제는 없을까?'  '지금 우리의 선택이 맞는 것일까?' 그렇게 C과장을 떠나보냈다. 김 부장은 사무실로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그렇게 우리는 동료들을 떠나보냈다.


직원들의 20%가 법인을 떠났다. 김 부장은 자리로 돌아왔다. 마음이 착잡하다. 키보드를 두드리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업무 대신 다른 생각들이 머리를 맴돈다. 그 때 사내 메신저를 통해 D대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부장님! 이번 주 계속 사직 서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 때부터 회사에 몸 두고 있던 동료들, 친한 회사 친구들의 사직 서류를 보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그래, 살아남은 우리들도 아프구나... 마음의 상처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내 메신저에 접속했다. 부서 단체방을 열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김 부장입니다. 오늘 퇴직 관련하여 몇몇 동료와 면담이 있었습니다.
먼저 부장으로서 여러분 모두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우리의 동료가 잘못하여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환경으로 인한 부득이한 선택입니다.
여러분은 회사 최고의 팀원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전체를 살려야 하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친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가는 아픈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떠나가는 동료를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곁을 떠나는 동료들을 위한 우리의 마지막 의무입니다. 책임입니다.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터널의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터널을 지나면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함께 오늘을 견디어 냅시다.



살아남은 자들도 슬프다.


인원 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직에 잔류하게 되는 직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인을 철수할 것이 아니라면 잔류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 직원들이 다시 일어서야 법인의 미래가 있다. 남아있는 직원들이 무너지면 회사가 무너진다. 다시 인원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부장이 흔들리는 직원들의 분위기를 모른 척해서는 안된다. 리더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부장이 솔선수범할테니 같이 한 번 해보자'는 부장의 메시지는 직원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잔류하는 직원들의 정서가 빠르게 안정화되었다. 업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리더인 부장 스스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지나간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을 다 잡고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리더가 흔들리지 않아야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회사의 리더들의 급여는 '결정하는 역할'에 대한 보상이다. 리더들은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결정은 사람에 대한 결정이다.

'미숙한 내가 누군가를 평가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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