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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09. 2021

#28. 당신 글쓰기 독자는 누구인가

40대  초반의 김 차장이 있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회사 미래 전략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회사의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 오프라인 중심 판매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 전략, 내부 관리시스템 전환에 대해 정리를 했다.


김 차장은 ‘새로 오시는 부사장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 형식으로 회사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글에 담았다. 그는 “지금의 시스템으로 변화가 없으면 이대로 주저앉아 죽는다. 해외시장과 상품을 연계한 신사업 개척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며 온라인사업 강화와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김 차장의 글은 부사장들과 대표이사에게 큰 도전을 주는 글이 되었다. 그는 2019년 6월 차장에서 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2020년 4월에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해당 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직원이 10여 명 있는 작은 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오너 기업의 2세, 3세 승진 소식이 아니다. 쌍방울 CEO 김세호의 실제 스토리다. 그는 차장 직급에도 불구하고 글의 독자인 부사장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글의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글을 수행하기 위한 경영자가 되었다.


<김세호 대표 / 쌍방울 홈페이지>


직장인의 글쓰기에는 독자가 있다.


직장인의 글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실행할 때 생명력을 얻는다. PC에서만 존재하는 글은 죽은 글이다. 출력되어 누군가가 읽어야 의미있는 글이 된다.


회사에서 글을 잘 쓰는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라. 자신의 생각만을 쓰지 않는다. 글의 독자인 상사를 염두에 두고 쓴다. 상사의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실무자의 눈이 아닌 상사의 눈으로 글을 쓰는 직장인들이 좋은 평가도 받고 승진도 한다.


소설을 쓰는 작가도 타켓으로 정한 독자층에 맞추어 글을 쓴다. 자기계발서도 그렇다.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도 그렇다. 타켓층이 있는 것이다. 당신 글의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글쓰기가 달라져야 한다. 조직의 구조를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실무자의 실제 리더라고 할 수 있는 팀장, 경영자라고 할 수 있는 임원으로 분류하여 설명해보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사/상무급 임원들이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팀장 대상 글쓰기가 적용될 수도 있다.




팀장 대상 글쓰기 (당신의 상사가 중간관리자인 경우) 



첫째, 실행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팀장은 실무를 통해 성장한 부서 업무의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팀장은 보고서를 보는 순간 속된 말로 '견적이 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기획과 실행을 해 본 팀장의 눈에 되는 보고서인지, 안되는 보고서인지가 보인다. 팀장은 실무적으로 뜬구름잡는 기획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무자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팀장에게 글쓰기를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실행이 될 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담겨있어야 한다. 보고서를 기획하면서 실행을 염두에 두고 써야 실패하지 않는 글쓰기가 될 수 있다.



둘째, 숫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상사들은 일반적으로 숫자에 민감한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숫자에 가장 민감한 리더 계층이 있다면 팀장들이다. 예를 들자면 판매계획, 생산계획, 소요예산, 시장점유율, 수익률, 영업이익, 인원수(종업원 수, 고객 수) 같은 것들이 보고서에 들어간다. 숫자가 틀리면 실행을 할 때 황당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팀장이 경영진에게 보고를 하는 경우에 민망한 상황이 발생한다. 팀장이 독자인 글의 경우에는 숫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셋째, 디테일에 강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세세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큰 맥락에서 맞으면 실무진에게 추진하라고 한다. 팀장들은 다르다. 당신의 보고서를 실제로 실행해야 하는 조직의 리더다. 세세한 것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은 문구 하나가 큰 파장을 가져오는 경우도 이미 경험을 한 계층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인사는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단체협약 단어 하나, 문구 하나에 엄청난 후폭풍이 생기는 경우도 보았다. 고객사나 협력사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하는 경우에도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검토를 한다. 아무 생각없이 작성한 문구 하나가 소송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는 다르다.



첫째, 경영자를 설래게 하는 'Why'를 보여주어야 한다.


당신이 기획서를 준비한다고 생각해보자. '왜' 이 기획이 필요한지를 가장 먼저 쓰게 될 것이다. 'Why'는 모든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이 맞다. 경영자를 대상으로하는 글쓰기에서는 더욱 핵심적인 내용이 된다. 경영자는 보고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위치한 '왜' 이 기획을 해야하는 가를 스캐닝한다. 다음으로 중간의 실무적인 내용을 지그재그로 훑어보고 마지막에 위치한 '기대효과'를 강조하여 읽어본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한다.


팀장들은 실무자들과 업무적인 공감대가 비슷하다. 목적이 약간은 모호해도 보고서 중간을 같이 따라가면서 내용을 같이 고민한다. 경영자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보고서 목적에서 90%는 마음을 결정한다. 글을 쓰는 목적에서 경영자를 설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으로 건너갈 수 있다. 중간에 아무리 컨텐츠가 좋아도 목적에서 경영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보고서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회장님의 글쓰기는 '빼기'다.


회장님 보고서를 오랫동안 작성해왔던 현직 상무에게 경영층 대상 글쓰기의 비법을 물었다. 딱 한 마디를 했다. '회장님 보고서는 빼기다.' 필요없는 말을 빼는 작업에 온 힘을 기울인다고 한다. 경영층 대상 보고서는 방대한 내용들이 올라온다. 정보가 부족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 방대한 정보를 빼고 빼서 핵심 내용만 남기는 것이 경영층 보고서가 된다. 불필요한 정보와 사족이 없는지를 고민하고 고민한다고 한다.


경영자를 대상으로 메일을 쓰는 경우에 구구절절 내용을 담아서는 안된다. 현직 부사장의 메일함을 본 일이 있다. 각 부서에서 업무용 메일만 수백 개가 쏟아져 들어온다. 솔직하게 다 못본다고 한다. 출장을 한 번 다녀오면 수백에서 수천개의 메일이 대기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서 놓치는 메일도 있다고 고백했다. 경영자에게 보내는 메일은 핵심 내용을 담아야 한다. 추가정보가 필요하다면 첨부로 넣으면 된다. 되도록이면 PC화면에서 스크롤을 하지 않아도 될만한 분량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셋째, 경영자의 마인드로 작성해야 한다.


경영자의 시선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현대차그룹에서 비서출신들이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의 사장단 47%가 비서실 출신이라는 분석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비서실 출신들이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다. 최고 경영층의 편애를 받아서 좋은 자리에 간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필자가 같이 일해본 비서실 출신은 남다를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CEO처럼 회사 전체를 생각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생각한다. 실무자들과는 관점이 달랐다. 경영자와 함께 근무를 하면서 경영자의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이다. 비서실 출신들은 글쓰기는 큰 그림이 있다.  


경영자의 생각을 읽는 자리에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함께 일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경영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영자 마인드를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자가 평소 생각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경영자 신년사, 스피치, 경영자가 보내는 메일, 회의 후 지시사항처럼 일반 직원들에게도 공유되는 경영자의 생각들이 있다. 큰 회사라면 경영자들이 외부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자료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꾸준하게 모으고 분석해보면 경영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글을 쓸 때 경영자의 마인드로 작성하면 글의 품격이 달라진다.

 



내가 생산하는 것이 직장인의 글쓰기다. 하지만 내 글을 소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내 글에는 독자들이 있다. 내 글을 소비해주는 고객이 있는 것이다. 독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면 독자들이 읽기에 편해진다. 당신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실행으로 나아가는 글쓰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보고서를 쓰고 있다면 잠시 쓰기를 멈추고 당신 글의 독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잠깐의 5분이 당신의 글쓰기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끝>



*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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