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Jan 09. 2021

#30. AI가 직장인의  글쓰기를 대체할 것인가?

<아래 글에서는 인공지능과 AI를 혼용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인공지능 동료?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자율주행이 운전을 대신한다고 한다. 필자의 차인 쏘렌토에도 자율주행 2단계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운전이 너무 편해졌다. 2020년 7월 상하이 연례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5단계 자율주행 기술에 근접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자율주행 2단계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정착되면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송업에 종사하는 운전 기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스마트 팩토리의 도입으로 공장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직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노동계에서조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주요 비즈니스 이슈를 종합·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자료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미국 법인에 어떠한 영향이 예상되며,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도출해낸다. 분석한 결과를 미국 법인과 공유하고 함께 실행한다.


얼마 전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후배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 직장인 글쓰기를 대체할  있지 않을까?' '옆자리에 인공지능 동료가 앉는 것은 아닐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율주행  로드맵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골드만삭스 600명을 해고하게 만든 인공지능 쇼(Kensho)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대니얼 내들러(Daniel Nadler)는 ‘켄쇼 테크놀로지’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을 실용화한 기업이다. 인공지능 '켄쇼(Kensho)'는 켄쇼 테크놀로지가 자체 개발한 금융 AI다. 사람이 며칠에 걸쳐서 할 일을 켄쇼는 3~4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분석의 양과 질 측면에서도 금융 전문가들보다 뛰어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 켄쇼가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켄쇼는 기업 실적, 주요 경제 수치, 주가의 움직임, 현재 주요 이슈, 각종 정부기관에서 내놓는 보고서 등 금융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투자 방식을 추천해준다. 켄쇼는 24시간 내내 돌아간다. 먹지도 마시지도 쉬지도 퇴근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켄쇼는 골드만 삭스 고액연봉자 600명이 한 달 가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3시간 20분 만에 끝냈다. 600명은 회사에서 할 일이 없어졌다. 598명이 해고되었다. 남은 사람은 단 두 명이다. 그들은 인공지능 업무를 보조할 인력으로 전락했다. 사람이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아이비리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최고의 인재들이 쓸모없어지기 시작했다.


필자도 주식투자를 한다.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투자종목을 고른다. 수익률이 그럭저럭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종목을 선정하고 투자하는 투자사가 있다. 필자의 돈을 맡겼다. 필자가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배 이상 높다. 게다가 리스크 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금액을 관리한다. AI에 완패다.


그동안 기계화와 자동화가 블루칼라(blue-collar) 노동자의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작업은 단순 반복적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순 육체노동에서 해방되어 지식근로자로 재편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지식근로자의 일자리 대체나 감소를 부르고 있다. 켄쇼 같은 화이트칼라(white-collar·사무직) 로봇의 등장은 지식근로자 대량 해고를 유발할 수 있다.


<대니얼 내들러, 켄쇼 창립자 / 포브스지>


화이트칼라 로봇 '어밀리아'가 입사했다.


 IP소프트 사는 2014년 인간형 AI 챗봇 '어밀리아'를 개발 공개했다. 500여 개 회사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올스테이트 보험사는 어밀리아를 채용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고객 불만 해결 확률이 67%에서 75%로 대폭 상승한 것이다. 고객에게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어밀리아를 뛰어넘는 이트칼라(white-collar·사무직)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숫자와 데이터만 입력하면 알아서 척척 보고서까지 만든다. RPA(로봇 활용 공정 자동화)가 그것이다. 그 핵심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경험을 통한 지식 습득이 가능해졌다. 딥러닝은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지식근로자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온라인 정보를 검색한 뒤 데이터를 입력하는 등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한 시스템)



AI 인간의 직업을 대신 것인가?


SF영화 <A.I.>를 보면 미래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직업을 대신한다. 인공지능이 의사,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 교사, 공무원, 기업 임직원의 역할을 한다. 심지어 영화 <Her>에서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남자 주인공이 정신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화이트칼라(white-collar·사무직)직종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스스로 모으고 분석해 이해하는 켄쇼와 같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사무직의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24시간 내내 일한다. 사람처럼 파업이나 태업도 하지 않는다. 불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일처리도 빠르고, 정확한 결과물을 가져온다. 대량 생산으로 고용비용도 저렴하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미국 IBM이 개발한 ‘닥터 왓슨'은 인공지능이 의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추론형 AI ‘왓슨'은 방대한 의학 지식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하여 진단을 내놓는다. 왓슨은 의료뿐 아니라 회계, 엔지니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전문가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왓슨이 더욱 발전하면 전문가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 연구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박사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2013년 '고용의 미래(The Future of Em ployment)'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일자리의 약 47%가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를 보면, 업종에 따라 정도가 크게 다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필수적인 분야에서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적다. 반면에 자율주행, 변호사, 금융업과 같이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하여 솔루션을 찾아내는 직업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AI 직장인의 글쓰기를 대체할  있을까?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면서 읽게 되는 훌륭한 글들이 많다. 나도 모르게 구독을 눌러서 글을 정기적으로 읽고 있다. 존경스러울 만큼 뛰어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다. 세상에 어디서 이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나 감탄하기도 했다.


이제 한 번 생각해보자. AI가 우리의 글쓰기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쓸 수 있다면 인공지능 로봇은 수집 가능한 세상의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3~4분에 하나씩 브런치 글들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글을 쓰게 된다면 작가들은 다 브런치 계정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글쓰기를 일부나마 경험하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 답장과 같은 기능이다. 사용자가 문장의 일부를 작성하면, 나머지 부분이 자동으로 완성된다.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단어 자동완성 기능도 인공지능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단어의 첫 글자를 치면 추천 단어를 보여준다.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AI는 이미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한 연구진이 <반지의 제왕> 속 문장을 인공지능 시스템에 입력하자, 인공지능이 소설 내용을 창작했다. 캐릭터의 특성과 이야기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창작을 해낸 것이다.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어떠한 글도 쓸 수가 있다. 브런치 글도 쉽게 쓸 수 있다. 아래 글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해낸 문장이다. 인간 작가가 쓴 소설의 한 내용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문장이다.


오크족의 대응은 괴상한 발톱으로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맹습을 날리는 것이었다. 오크족을 공격하기 위해 선두에 선 김리는 '난쟁이여 안심하라'라고 말했다.


 AI는 직장인의 글쓰기를 노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으로 직장인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문서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는 사진과 문구를 넣으면 가장 어울리는 서식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직장인이 보고서 작성 시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적절한 서식을 찾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유용한 서식만 수집하여 따로 파일로 관리하고 있다. 이제는 서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 없다. 글이나 사진 위치만 조정하면 그대로 문서 작업이 끝난다. 이메일 관리 프로그램 아웃룩은 사용자의 패턴을 AI로 분석해 중요한 메일을 스스로 표시해 알려준다. 이미 AI가 직장인의 글쓰기에 침투해 있다.


LG전자도 최근 사무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을 도입했다. 영업, 마케팅, 구매, 회계, 인사 등 12개 직군의 120개 이상의 업무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이다. 사무직이 보고서 관련 데이터를 내려받고 특정 양식의 보고서에 입력하는 작업을 AI가 대신한다. LG전자 직원들은 보고서 작성을 인공지능과 협업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민은행과 같은 금융업계, 우아한형제와 같은 배달 어플리케이션 업계 등에서 인공지능 사무 로봇의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재무 및 비재무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부터 분석까지 AI가 진행한다.


법조계에서는 AI가 수억 건의 판례를 분석하고 어려운 법률 문서 작성도 스스로 한다. 용시장에서는 ‘AI 면접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기소개서 검토부터 면접까지 AI를 도입한 기업이 늘고 있다.


AI가 직장인 대신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자료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전공분야다. 사람보다 더 빠르게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더 방대한 범위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여러가지 해결책들을 딥러닝하면 분석한 내용을 기반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도 있다.


경영자들은 사람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할 필요도 없다. AI 로봇에게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AI는 결과를 분석하여 바로 알려준다. 람이 검토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수만 가지 수치와 자료를 모아 분석을 한다. AI직원은 4~5분 만에 결과물을 경영자에게 보고한다. 심지어는 AI로봇의 대량생산으로 고용비용도 저렴해질 수 있다. AI가 직장인의 글쓰기를 대체한다면 수많은 직장인들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 직장인에게 심각한 위기다.


필자의 동료로 AI 로봇이 입사했다고 상상해보았다. 필자의 업무 중 하나는 글로벌 동향 센싱을 통해 리스크를 감지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일이다. AI 로봇 동료는 글로벌 동향을 센싱할 수 있다. 오히려 필자보다 더 광범위하고 촘촘하게 센싱할 것이다. 종합한 글로벌 동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솔루션을 뽑아낼 것이다. 기존에 입력된 솔루션 중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을 것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필자보다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인 루션을 뽑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조직진단, 기업 전략 수립, 마케팅과 같이 기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솔루션을 찾아내는 모든 영역에서 AI는 인간의 글쓰기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 직원의 글쓰기 몇몇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피한 시대의 흐름이다. 현재도 인간 직원이 글쓰기를 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협업’하여 완성된 결과를 내고 있다.



지식근로자의 미래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영역은 이미 사람을 넘어섰다. 남은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일을 하는 데 창의력이 필요하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복잡한 일이 있는 직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직장인의 글쓰기도 동일하다. 일단 단순한 회의 결과 보고, 경영층 회의 자료 종합, 정기 업무보고, 간단한 데이터 분석과 같은 글쓰기들은 빠른 시간안에 인공지능 동료에게 업무를 뺏길 것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글쓰기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는 직원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 동료와 치열한 승진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AI시대 당신의 글쓰기는 안전한가?

<끝>






매거진의 이전글 #28. 당신 글쓰기 독자는 누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