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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08. 2021

#27. 직장인 글쓰기,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재미로 쓰라. 자기를 위해!
작가가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어떤 독자가 그 결과물을 즐기겠는가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김 부장은 오후 4시에 팀 회의를 소집한다. 다음 달 진행하는 경영환경 설명회 준비를 논의한다. 김 부장은 회의 후 '행사기획안, 경영환경 분석 자료, 경영진 스피치 작성'을 지시한다. 오늘도 야근각이다. 팀원들은 싫어도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직장인이 영어를 못한다면 국내 관련 업무를 하면 된다. 숫자에 약하면 숫자가 중요하지 않는 부서들이 있다. 대인관계에 약하다면 대외적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 업무를 하면 된다. 글쓰기는 다르다. 직장생활을 하는 한 피할 수 없는 것이 글쓰기다. 직장인에게 글쓰기는 숙명이다.


글쓰기가 싫다면 직장생활이 힘들어진다. 출근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된다. 싫더라도 직장인은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글쓰기를 즐겨보자. 즐겁게 한다면 금상첨화다. 글쓰기를 즐겁게 한다면 직장에서의 성공은 따라온다.



내가 즐겨야 상사도 즐겁다.


"열정적으로 쓰라. 차분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일은 열정적으로 추구하게 마련이다. 열정에는 창조성이 뒤따른다. 초고가 열정에 휩싸여 쓰인 게 아니라면, 신명으로 지펴진 게 아니라면, 그래서 활기를 띠고 있지 않다면, 그 글은 기초가 취약한 건물과 같다. 그런 글은 고쳐 쓰는 과정이 여간 힘겹지 않을 것이다.”
로버타 진 브라이 언트,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즐겁게 써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창조성은 재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억지로 숙제하듯이 쓰는 글은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상사를 만족시킬 수 없음은 물론이다. 억지로 글쓰기를 하는데도 매번 상사를 감동시키고 있다면 이 글을 닫아라. 당신이 글쓰기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


물론 직장인 글쓰기가 처음부터 재미있는 것이라면 돈을 내고 회사를 다녀야 한다. 재미가 없으니까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선배도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보상도 받고 자신의 일도 재미있다면 이 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직장인들이 있다. 성공한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업무의 다수를 차지하는 글쓰기를 즐겁게 한다면 직장생활이 달라질 것이다.




직장인의 글쓰기를 즐겁게 만드는 방법 4가지



첫째, 자신을 위해 쓰자


글로벌 교육을 담당하는 팀이 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주재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어려워졌다. 현지에 출장을 가지 못하니 주재원 교육을 할 수가 없었다. 온라인 교육 컨텐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문제는 온라인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보겠다면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온라인 주재원 교육이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회사일이라고 생각하니 다들 부담스러워했다. 교육 컨텐츠 스토리를 짜고, 카드뉴스 형태로 교육자료를 만들고, 주재원 대상으로 발송하고, 교육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등 공수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한 과장이 나서서 자원했다. 한 과장은 평소 '카드뉴스' 형태의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했다. 온라인 교육 컨텐츠 기획이 한 과장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교육 기획안을 만들고, 교안 스토리를 짰다. 카드뉴스 제작을 외주업체에 주지 않고 카드뉴스 제작 플랫폼을 활용해 직접 만들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주재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기존 교육과 다른 시도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온 것이다. 한 과장이 즐겁게 교육 컨텐츠를 만드니 독자인 주재원들도 재미있게 본 것이다. 한 과장은 온라인 교육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카드뉴스 제작이라는 역량도 개발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교육비용까지 절감한 한 과장을 높게 평가했다. 좋은 성과평가가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인터뷰에서 이야기할만한 의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 일이 아니고 회사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재미가 없다. 지금 하는 일이 자신의 개인 브랜드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해보자. 일이 의미있어진다. 재미있어진다.



둘째, 작은 보상을 주어라.


"유태교 전통에는 소년이 처음으로 토라(유대교의 율법서)의 맨 첫 자를 읽으면 꿀이나 단 음식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공부를 하면 단 음식을 먹게 될 거라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학습 유도 방법이다. 글쓰기도 당연히 이래야 한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부터 글쓰기는 좋은 것이며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글쓰기를 적이 아니라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가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글쓰기 뒤에 달콤한 보상이 기다린다면? 글쓰기에 대한 몰입이 달라진다. 글쓰기의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다. 세네 번 글쓰기의 지루함을 이겨 내다 보면 즐겁게 쓰는 순간이 찾아온다.


헬스를 생각해보자. 운동을 하는 중간에는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근육은 아프다고 아우성을 친다. 심장 맥박은 빨라지고, 숨을 제대로 못 쉴 때도 있다. 어지러움이 심해지고 '이러다 쓰러지는 것 아니야'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 시간 운동이 끝난다. 샤워를 한 후에 몸무게를 재고, 거울을 통해 변해가는 자신을 보면 모든 것을 보상받는다. 이 보상으로 인해 다음 날도 한 시간 운동을 하게 된다. 지겨웠던 운동을 먼저 찾아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보상 덕분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매월 당신에게 주어지는 월급이 가장 기본적인 보상이 될 수도 있다. 간단한 글쓰기라면 글쓰기를 마치고 자신에게 커피를 한 잔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금은 힘들었던 글쓰기라면 평소 사고 싶었던 간단한 소품을 사서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필자는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수첩에 글쓰기 과제를 적고 체크표시를 할 수 있는 네모 박스(□)를 그려둔다. 글쓰기가 끝나면 즐거운 마음으로 네모 박스에 V자 체크 표시를 한다. 간단한 체크 표시만으로도 글쓰기에 대한 보상이 된다. 글쓰기에 나만의 보상 루틴을 만들어보자. 보상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선빵 필승이다.


좀 속된 표현이지만 상사에게 선빵을 날리는 것이다. 상사가 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쓰는 것이다. 상사가 시켜서 하는 일은 재미가 없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고 있는 글이라면 재미가 있다. 글을 쓰면서 상사와 동료들을 놀라게 할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한다.


송 과장은 중국 2월 춘절, 3월 양회(兩會)*와 연결하여 중국 법인 관리 방안에 대해 글을 썼다. 누가 시켜서 쓴 것이 아니다. 중국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성을 느끼고 알아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는 데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자신이 쓴 글이 동료와 상사를 놀라게 할 생각을 하면 즐거웠다고 한다. 송 과장이 쓴 글은 필자를 놀라게 했다. 예상치 못한 테마의 글이었다. 그의 글은 그룹사까지 전파되어 글로벌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는 데 기여를 했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선방 필승이다.



넷째, 글쓰기를 만나는 순간에 싫어도 웃자.


'억지웃음'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가짜와 진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억지로 웃든지, 진짜로 웃든지 뇌가 구별을 못한다. 억지로 웃어도 진짜 웃음의 90%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금 팀장이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다. 실무자는 오만상을 찌푸린다. 물론 이해는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은데, 팀장이 또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팀장은 실무자 얼굴 표정만 봐도 안다. 실무자가 어떤 마음으로 업무 지시를 받는지 본능적으로 느낀다. 실무자의 반응이 떨떠름하면 업무지시를 하는 팀장도 맥이 빠진다.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이미 업무 지시를 시작한 터라 물러설 수도 없다. 대충 업무 지시를 하고 실무자의 글과 보고서를 기다린다. 실무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억지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이러한 만남이 좋은 결말을 맺을 리 없다.


일단은 웃자. 웃는 얼굴에 침뱉는 사람은 없다. 웃는 표정으로 상사의 글쓰기 업무 지시를 들어보는 것이다. 팀장도 당신에 업무 지시를 내리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다. 당신이 최적임자인지, 역량은 가지고 있는지, 이러한 업무 지시 방향성이 정말로 맞은지를 생각한다. 당신이 밝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면 팀장은 일단 긴장이 풀린다. 당신이 웃은 얼굴로 업무지시를 받는다면 팀장은 성의껏 설명을 하게 된다. (물론 Too much talker 팀장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팀장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솔직한 니즈까지 솔직하게 오픈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면 당신의 글쓰기가 더 편해진다. 웃은 얼굴로 업무 지시를 받은 당신의 뇌는 즐겁게 글쓰기 준비를 한다. 즐겁게 쓴 당신의 글을 받아본 당신 상사의 마음도 한결 너그러워진다. 사소한 실수가 있어도 팀장에게 중요하지 않다. 팀장이 수정하면 된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쓴 글이 상사를 너그럽게 만든다.


물론 바보처럼 예스맨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점검하여 도저히 할 수 없다면 팀장과 상의하여 조정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 맞다.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죽도록 싫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공자님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즐기면서 쓴 글과 억지로 꾸역꾸역 써온 글은 차이가 눈에 보인다. 직장을 선택한 것은 당신이다. 이제 직장인의 글쓰기에서 즐거움을 선택할 차례다.




* 중국 양회 :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이 두 회의를 합쳐서 '양회'라고 부른다. 매년 3월 열리는 것이 통상이다. 각 지역 대표자 5000명이 베이징에 집결하여 경제, 정치 등에 관련된 새로운 법을 만들고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이다.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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