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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Jun 15. 2018

어서와 혹시 방탄은 처음이니

덕통사고 후기

나는 아미가 아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에 가입하지 않았고, 그들만큼 열정적이지도 못하다. 신곡이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도 앨범을 구입하지도 뮤비를 몇 번이고 반복해 보지도 않는다.  


“해외에서 그렇게 난리래.” “요새는 방탄이 제일 인기 많대.” 몇 년 전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으면서도 방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RM(그때만해도 랩몬스터)의 얼굴이 전부였다. 그가 예능 <문제적 남자> 초창기 멤버였기 때문이었고 노래나 팀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난 좀 쩔어”, “불타오르네 퐈이어~~.” 같은 가사가 방탄 노래였다는 걸 알고는 더 그랬다. ‘아니 이게 대체 노래야 유행어야?’


1차 덕통사고 

하지만 나는 방탄소년단 팬이다. 씨스타, 여자친구 등 걸그룹을 좋아한다고 말해왔지만 아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기억하지 못한다. 늘 서서히 팬이 됐다. ‘어라, 어느새 내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네.’ 하면서   


반면에 흔히 말하는 덕통사고의 순간이 방탄소년단에게는 있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는지 그날 일기를 썼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 2017년 5월 7일 일요일이었다.


방탄소년단 안무영상을 찾아봤다. 보이그룹에는 관심이 없어서 빅뱅이후에는 엑소정도만 의무감에 찾아본 정도였는데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상남자’의 커버무대를 보다가 원곡이 궁금해진 까닭이었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안무를 봤을 때와 같은 충격이 왔다. 아니 그보다 좀 더 했다. 여친이들 이후 다른 걸그룹 퍼포먼스가 시시해졌는데 BTS는 다른 그룹이 기가 죽을 퍼포먼스였다.

여친이들의 무대에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데 다른 그룹들은 대체 뭘 하는 건가?’ 하는 마음이었다면 BTS의 무대는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해?’ 하는 마음이었다. 눈이 안무를 못 따라 갔다. 보고 있는데도 그 재능과 연습량이 믿기지 않았다. ‘니들(다른그룹)이 연습을 한들 이렇게 되겠니?’ 싶었달까.

소년단이라는 이름이 말도 안되게 적나라하다고 생각했는데 데뷔한지 5년이 됐다는 애들이 아직 소년 같았다. 아마 말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다음 콘서트 내가 간다. 너네 무대도 꼭 직접봐야겠더라. 너네 춤 너무 과격해서 멤버 평균연령 25살 넘어가면 더 못 출 거 같기도 하고, 보통은 아이돌그룹 계약이 5년단위니까 너네 팀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되도록 빨리 누나가 보러 갈게.


그날 이후 방탄을 전하고 다녔다. “방탄 알아? 무대 본 적 있어? 없어? 없으면 안무영상 찾아서 한 번 봐.” 퍼포먼스의 충격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꽉 찬 무대. 어떻게 4분의 무대를 몇 마디 수식어로 전할 수 있을까. 그럴 자신이 없었고, 한 번만 무대를 보라고 할 뿐이었다. 한 번. 그러면 된다고.  



2차 덕통사고 

방탄의 안무영상을 더 찾아보면서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춤을 못 추는 멤버. 빠른 템포에 맞춘 쉴새 없는 스텝, 계속 바뀌는 대형, 크고도 디테일한 동작들을 보느라 상상도 못했다. 방탄소년단에 춤을 못추는 멤버라니. 처음부터 알아 본 건 아니었지만 결국 나같은 일반인 눈에 띌 정도의 실력차이가 나는 멤버.  


한 번 더 방탄에 치이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면 이건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장인의 영역이었다. 성실함이 재능을 이겼다. 팀웍이 스타를 이겼다. 어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이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방탄의 매력은 집중력 그리고 동기부여

이제 겨우 방탄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칭할 수 있다. 여전히 각 멤버들의 역할은 잘 모른다. 방탄의 차별점으로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 멤버들 작사작곡 참여를 드는 것도 기사로만 접했다. 가끔 생각이 나면 유튜브 검색창에 [방탄 안무영상] [방탄 레전드 무대]를 넣는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본 그들의 퍼포먼스를 또 본다. 저만큼 무대를 꾸리기까지의 시간, 긴 시간을 견뎌 완성된 무대를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도 지루함이 없는 얼굴들을 본다. 음악이 끝날 때까지 흩어질 줄 모르는 집중력에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반복해서 보는 영상이 하나 더 있다. 김연아의 프로그램들. 방탄의 영상을 보는 마음은 김연아의 경기를 보는 마음과 닮았다. 나는 이 둘의 무대를 존경의 마음으로 본다. 같은 영상에서 매번 달라지는 감동을 만난다. 연극도 아닌데 연극처럼. 라이브도 아닌데 라이브처럼.  


무대를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무엇을 목표로 달렸을까. 올림픽이 있는 영역도 아니고, 처음부터 빌보드를 무대를 그렸던 것도 아닐텐데... 방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글들을 볼 때마다 ‘이게 분석한다고 될 일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방탄이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분석해 준다면 그 글은 꼭 읽어보고 싶다. 즐거울 수만은 없을 연습과 반복의 시간에서 살아남는 법 그것이 알고 싶다.



다른 아이돌에 비춰

아이돌이라면 다들 방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그 퍼포먼스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하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다. 보이그룹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딱 잘라 아니라고 대답하기 힘들어 보이그룹 10여팀의 최근 안무 영상을 찾아보았다. 확인하는 영상이 늘어날수록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에 확신이 더해졌다. 다른 그룹을 얕잡을 생각은 아니다. 팀마다 컨셉이, 노래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까. 다만 나에게는 방탄스타일이 맞는다. 기승전결이 있고, 동작과 동작 사이가 촘촘하며, 쏟아지듯 맹렬한 안무.  



방탄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초기 방탄의 가사는 여전히 듣기 힘들다. 신이 나니까 나도 모르게 따라는 부르는데 의미를 생각하면 현타가 온다. (되고파 너의 오빠라니... 육포가 좋으니까 육포세대라니...) 다행히 방탄의 가사도 그들과 함께 성장중이다. fake love는 확실히 내 손발을 지켜주었다.  



1뷰를 권합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내려 왔는데도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에 관심이 안 생겼다면 내가 영업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방탄을 알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 그게 유튜브나 트위터를 통한 새로운 형태(30대 이상에게 해당된다)의 팬질일 수 있고, 아이돌에 대한 편견의 해소일 수도 있다. 못해도 방탄이라는 가장 핫한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영상

보고는 싶은데 너무 많은 영상때문에 시작이 망설여 지는 분들을 위해 좋아하는 영상을 소개한다. 무대영상 보다는 연습실에서 찍은 안무영상을 좋아한다. 의상도 조명도 카메라 워킹도 없이 오로지 음악과 춤만 있는 영상. 그런  취향이 반영된 리스트다.


쩔어 안무 영상 보기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본 영상. 가장 고난이도 안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방탄의 바운스가 매력적이다. 나의 비루한 몸뚱어리까지 들썩이게 만든달까.

거부는 거부해 라는 가사 부문의 바운스 (하트뿅뿅)


피 땀 눈물 안무 영상 보기▶

내 기준에서 방탄의 퍼포먼스 중에서 춤선이 가장 곱고, 절제미가 돋보인다. 비장미랄까 처연함이랄까 곡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안무가 백미. 안무영상 중에 조회수가 가장 높다.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 쏜다


I need you의 무대영상 보기 ▶

소년단이라는 이름과 찰떡이었던 무대의상. 남성 반바지의 역사를 바꿨다고 감히 평가한다.

I need you girl 이라는 가사 부분의 바운스를 주목


방탄소년단 가요대제전 인트로 영상 보기 ▶

내 취향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 퍼포먼스의 스케일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다. 처음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찾아볼 때 즈음 방탄 팬인 친구가 추천했던 영상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 레전드 영상의 검색결과


혹시 아직도 보기 싫은가?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이 이만큼 정성을 들여 리뷰를 썼으면 일단 한 번은 보고, ‘난 잘 모르겠는데?’ 해주길 바란다. 거부는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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