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챠트에서 2위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참 1위를 하느냐 마느냐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던 때에 빌보트 챠트에서 1위를 한 가수들의 국적이 정리된 기사를 보았다. 미국이 당연히 많았고, 캐나다나 영국 같은 영미권도 그랬고, 스웨덴도 제법 있었다. 그러다가 꽤 많은 1위를 배출한 어느 나라에서 ‘턱’ 하고 걸렸는데 처음 보는 이름이라서 그랬다.
어디로부터 온 이름인지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낯설고 낯선 이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빌보드를 여러 차례 씹어 먹은 저력이 궁금하여 검색사이트를 열었다. 바베이도스.
바베이도스는 카리브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로 영연방이다. 때문에 공용어는 영어. 카리브해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에스파냐어를 쓴다. 치안과 정치가 불안정하다는 중남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이기도 하다. 인구는 27만, 90%가 아프리카계 흑인이다. 빌보드 차트 1위의 주인공은 리한나였다. 리한나보다도 안 알려진 나라, 바베이도스.
그 즈음 나는 영어권 국가로 어학연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교육 인프라나 물가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공부하러 가는 곳에 한국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저곳 알아보았는데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미국이든 호주든 아일랜드든 필리핀이든 모든 대륙을 막론하고 한국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많았다. Korean is all around. 이럴바엔 한국에 그냥 있을까 싶을 때였다.
그런데 바베이도스라니. 세계지리를 좋아하던 나도 처음 들어본 나라라면 그렇다면 이곳에는 한국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바베이도스 한국인 이민자의 블로그를 찾아냈고, 그 블로그피셜 이 나라에 한국 사람은 본인 가족뿐이라고 했다. 여기군! 여기야! 나의 검색은 바베이도스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대학이 귀엽게 단 두 곳 뿐이고, 그 중에 한 곳만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민들의 영어가 심한 사투리라 영어가 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바베이도스로의 연수를 포기했지만 내 마음에 바베이도스라는 이름이 각인되었다.
청개구리형 인간이라 남들이 많이 가거나 잘 알고 있는 곳에는 흥미가 별로 없다. 흥미가 있더라도 따라가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바베이도스를 생각한다. 저기 지구 반대편에 거짓말 같은 빛깔의 바다를 가진 섬나라. 내가 아는 사람 누구도 가본 일이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는 나라. 가수 한 명의 이름이 나라 이름보다 큰 그 나라.
바베이도스 관광국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 하고, 카리브해와 흰 구름이 뜬 하늘을 본다. (담당자가 누구인지 사진도 잘 못 찍고 계속 비슷한 사진만 올리는데 그게 좋다) 실재하지만 상상 속의 나라인 것 마냥 아득히 먼 바베이도스의 사진을 보면서 죽기 전에 한 번 꼭 가봐야지 한다.
아마 진짜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목요일의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