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 도미닉 1

Part1. 손을 들었다

by 손콩콩

선악과를 손에 든 기분이 이랬을까?


해외근무. 과연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지혜의 문이 열릴만큼 탐스럽기도 한 단어였다.

성장이 하루단위로 느껴질만큼 급변하는 거리를 걷고 산지에서 직송한 신선한 커피를 마시는 나. 문을 열면 달려들 후덥지근한 집안 공기. 냉장고에서 막 꺼낸 로컬맥주. 캔 따는 경쾌한 소리.


해외근무를 할 지원자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그곳에 있는 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단어를 듣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걸 깨달았다.


손을 들었다.


일은 고될 것이다. 물론 잘되면 좋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돌아왔을 때 내 자리도 그렇다. 글쎄 "나의 자리”라는 것이 애초에 있기는 했을까.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 따지고 보면 늘 문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지. 굳이 넓은 세계까지 가서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고립된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상상 이상으로 덥고 습할 것이다. 엄마도 없고 엄마의 된장국도 없다. 국물 닭발도 없고, 로켓배송도 없고, 지하철도 없고, 없고, 없겠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진이 빠지는데 진이 빠지는 줄도 모르게 일에 파묻힐 것이다. 아, 우리팀의 성실하고 사랑스런 또라이들과 이별해야한다. 그래. 그 생각을 못했네. 사랑하는 우리 또라이들.


그럼에도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경쟁에 밀려 그곳에 가지 못한 나나, 그곳에서 있는대로 고생을 하는 나보다 손을 들지 않은 이 순간을 후회할 나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외근무가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건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잖아.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하면서 외국에서 살 수 있다고? 재벌 3세 실장님이 내게 첫 눈에 반하는 수준의 드라마가 눈 앞에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손을 안 들겠어.


손을 든 내가 좋았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내 처지의 가벼움이 좋았다. 현재에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 오히려 만족하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나는 변화가 필요하거나 도망갈 곳을 원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손을 들 수 밖에 없었고, 그게 지금의 나에게 그렇게 큰 결정이 아니라는 것.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어떤 사건이 아니라 그저 내게 좋은 기회 딱 그 정도라서 참 좋았다.


손을 들었다. 손을 들기 전과 들고 난 후의 나는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그곳이 어디든 내가 나인채로 있어야지. 그리고 언제든 다시 손을 들어야지. 가볍게. 행복하게. 그래 그렇게.




#목요일의글쓰기 #사이공도미닉

Part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