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는 자유예요

by 손콩콩

한국에 잠시 다녀온 팀원이 로봇청소기와 함께 복귀했다. 처음 사이공에 올 때, 대부분의 팀원들이 옷가지나 소품위주로 짐을 쌌는데 한국에서 쓰던 로봇청소기를 먼저 챙겼다는 사람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는 ‘아니 뭐 청소기까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고작 몇 달 사이, 또 다른 팀원이 로봇청소기를 사왔다는 소식에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럼 집에서 맨발로 다니세요?”


그가 그렇다고 했고, 바로 로봇청소기를 주문해서 한국 주소지로 보냈다.


베트남은 전자제품이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브랜드나 제품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최신버전이 아직 수입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해외직구를 하면 관세가 붙어 오히려 더 비싸지는 일도 흔하다고 해서 한국에서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 가기 전에 주문부터 한 이유는 로봇청소기도 중국에서 오는 친구였기때문.

샤오미 4세대 로봇청소기


주문한 제품은 샤오미 4세대 로봇청소기로 가격은 20만원 정도다. 사양이나 성능같은 것은 정말 읽어보지도 않았다. 물걸레 기능이 있고, 한국에서 들고 올 만한 크기와 무게에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팀원의 이야기면 충분했다. 게다가 그 팀원은 개발자였다. 옛말에 ‘약은 약사에게 기계는 개발자에게’라는 말도 있지 않나. 거기에 나 대신 청소할, 아니 나보다 깨끗하게 청소할 존재를 집에 들이는데 20만원이면 되는 세상이라니. 더 검토할 필요가 있나?




도착한 청소기는 ‘이걸 어떻게 들고 온거지?’ 싶을 만큼 크고 무거웠다. 배터리가 일체형이라 수하물로 부칠 수 없어 들고 타야했다. 인천공항 까지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고, 사이공 공항에서도 나오자마자 바로 택시를 탔지만 어깨가 빠질 뻔 했다.


들고 오는 과정이 조금 험난했지만 사이공 집 한 켠에서 얌전히 충전중인 청소기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 두 번 들고 오라고 해도 그러겠다고 할 만큼. 외출한 사이에 mi home 앱으로 청소를 시키면 청소를 하는 그래픽과 함께 청소 시간, 청소 면적, 배터리 정보를 볼 수 있다. 청소를 다 끝낸 뒤엔 “청소를 마치고 충전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라는 알림과 함께 충전기로 돌아가는 그래픽이 나오는데 가장 귀여운 순간이다.

오구오구 우쭈쭈쭈 청소다해쪄여?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름을 붙였다. 이름은 ‘해달이’로 ‘밤낮없이 청소를 잘하는 친구’라는 의미다. 이걸 들은 몇몇은 좀 너무한 이름이라고 했는데 청소가 소명인 친구에게 밤낮으로 청소를 시키는 게 너무할 일은 아니지만 이 하얗고 귀엽고 성실한 친구에게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해버리면 이름이 좀 너무하게 들릴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부터도 우리 해달이(우리라고 했다!)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이 친구가 청소하는 자꾸만 쳐다보게 되니까. 내가 집을 비웠을 때도 청소할 수 있는 이 친구를 굳이굳이 내 눈 앞에서 청소를 시키면서 말이다.

우리 해달이 좀 보세요~ 두 번 보세요~~


한국에서 돌아온 개발자 한 명이 전파한 신문물은 금세 온 사무실에 퍼졌다. 이제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가진 팀원은 나를 포함 일곱 명이고 조만간 몇 명 더 늘어날 것 같다.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경험한 모두가 청소와 청소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 소감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슬리퍼 없이 맨발로 집을 누비는 기쁨까지 더해져 만족도가 아주 높다. (+ 친구가 생긴 기분까지)


그리하여 도비는 이제 자유다. 20만원으로 이런 자유를 만끽하게 해준 현대기술에 찬사를 보내며 로봇청소기 상용화 하신 분 사는 동안 자유로우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자유를 누리시면서 이왕이면 자동급수랑 자동먼지통 세척이랑 비우기랑 자동물걸레 빨기도 빨리 개발해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 빨리 로봇청소기를 댁으로 들이십시오.


#목요일의글쓰기 #내돈내산 #샤오미로봇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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