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가 하기 싫다
독립하고 청소가 오롯이 내 몫이 되면서 새삼 사람도 과연 동물임을 깨달았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개나 고양이보다 좀 덜할 뿐이지 ‘사람도 털이 이렇게나 많이 빠지는구나. 정말 사람은 동물이구나.’ 하고 깨닫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언제나 바닥에 머리카락이 있었다. 아무리 청소를 막 끝마친 뒤라해도 돌아보면 머리카락 한 올 쯤은 반드시 있었다. 내 머리카락인 걸 알면서도 걸레질로 모아지는 머리카락 뭉치를 볼 때면 섬뜩했다. 나 혼자 사는 게 아니었다면 남탓을 하고 싶을 만큼 많았고, 때로 탈모가 의심될 정도로 너무너무 많았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적응하기 마련인지 내 것임이 분명한 머리카락은 며칠 쯤 의식하지 않고도 살게 되었다. 머리카락이란 빠지기 마련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어. 사람이니까 동물이니까 살아있으니까 털은 빠질 수 있어!!!!!
하지만 사이공으로 이사한 뒤로는 내가 동물임이 견딜 수 없어졌다. 하필 사이공 집의 바닥은 흰색 타일이었고, 흰 바닥에 떨어진 검은 머리카락은 정말 눈에 잘 띄었다. 타일은 정전기도 쉽게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하루만에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걸레질도 해보고, 청소도우미도 불러봤지만 몇 발자국만 돌아다니면 먼지때문에 발바닥이 서걱거렸다.
어쩔 수 없이 슬리퍼를 신었다. 아파트에서 서비스로 준 슬리퍼가 못생겨서 신을 때 마다 차라리 발바닥이 더러워지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다. 사이공에서 마음에 드는 슬리퍼를 못찾아 한국에서 공수까지 받았지만 해결책은 아니었다. 슬리퍼 바닥에 붙은 먼지와 머리카락을 보면 더러워진 발바닥을 보는 것 보다도 찜찜했다.
서울 살 때보다 집이 넓어져 당연 청소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밀대에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물걸레는 청소할 때마다 6-7번씩 빨아야 했다. 그렇게 닦고, 빨고를 반복해도 맨발로 다닐 수 없었다. 청소를 끝내도 발바닥은 어느새 회색이 되었다. 청소를 하겠다는 의욕이 점점 사라졌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점점 더 잘보였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청소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무렵 한국 갔던 팀원이 신문물과 함께 돌아왔다.
#사이공도미닉 #목요일의글쓰기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