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의 코코이찌방야
베트남 음식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베트남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얼큰한 국물음식이나 맵짠한 음식이 생각난다. 육개장, 떡볶이, 국물닭발 같은 음식이 주로 그립다. 사이공에도 있지만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은 아직 못찾았다.
사이공의 한식집은 꽤 괜찮지만 내 영혼을 울리진 못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푸미흥에는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나 한식이 그리울 때마다 가기엔 좀 멀다. 주일에 교회에서 먹는 한식은 입맛에 꼭 맞는데(푸미흥에서 방도남 김치연구소를 운영중이신 권사님이 준비하신다. 진짜 우리엄마맛 ㅠㅜ) 이것도 역시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입맛에 꼭 맞는 한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을 때 집 앞에 있는 코코이찌방야에 간다. 한국에서도 코코이찌방야를 좋아했는데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과 산도 물도 다른 사이공 코코이찌방야에서 내가 아는 맛과 또옥~같은 카레를 만났을 때, 어딘지 안심이 됐다.
‘됐다. 됐어. 적어도 하나는 있어.’
내게 일본식 카레, 특히 코코이찌방야식 카레는 기분에 따라서 먹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음식이라기 보다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가까운 음식이었다는 걸 사이공에 와서 알았다. 물론 해외살이의 큰 즐거움이 ‘이 음식은 뭘까? 이 식당은 잘할까?’ 하는 도전과 모험일 때도 많다. 하지만 ‘제발 먹을 때 만큼은 날 도전과 모험에서 꺼내줘!!!!’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럴 때 코코이찌방야면 됐다. 그래 이거면 됐어.
그래서 요즘 힘들 땐 카레를 먹는다. ‘오늘 좀 힘든데?’싶으면 ‘그러면 카레를 먹어야겠네!’ 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그때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코코이찌방야에 가면 야채카레에 가지를 추가하거나 버섯카레에 토마토&아스파라거스를 추가한 메뉴를 고른다. 밥은 200g, 매운맛은 1단계가 좋다. 사이공에는 한국에도 없는 김치 토핑이 있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면 엄마맛이 난다. 오랜 세월 엄마표 카레와 함께 신김치를 먹어 왔던 터라 더욱 엄마맛 같다. 김치는 카레 위에 얹지 않고 다른 그릇에 담아달라고 한다. 코코이찌방야의 무장아찌도 듬뿍듬뿍 얹어 먹는다. 이렇게 카레를 먹으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진다를 넘어서 문자 그대로 ‘힘이 난다’ 카레가 맛있어서 그렇다.
아직 5월이라 올해의 음식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카레는 이미 강력한 올해의 음식 후보다. (경쟁자로는 라면이 있다.) 맛있고, 힘나고, 물림이 없다. 그리고 건강에도 좋지 않나?
원래 오늘은 카레를 먹어야 하는 날이었는데 목요일의 글쓰기 날이라 카레 먹는 이야기로 대신한다.
힘이 나나?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목요일의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