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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림 Sep 21. 2015

요리는 추억이다.


유학생활이 길어지면 누구나 요리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요리는 곧 생존과 연결되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외국에 있어도 한국 식료품점, 음식점을 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테지만 내가 유학을 시작한 90년대의 상황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시내에 한국 식료품점이 하나 있기는 했으나 값이 매우 비쌌기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이용하는 곳이었다.
어쨌거나, 나도 해 주는 밥만 먹어봤지 집에서 딱히 요리란 걸 해보지 않고 산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엄마가 한 달간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시고 떠나시자 막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사실 어려서부터 나물과 고기만 좋아하고 밀가루 음식을 굉장히 싫어했으며 인스턴트 음식과 훈제류는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완벽한 토종 입맛을 자랑하는 소녀였다.
그런 내가 스파게티와 피자의 본고장에 뚝 떨어졌으니 요리를 익히는 일은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전공 공부보다도 우선 순위에 있는 일임에 분명했다. 

다행히도 요리에 타고난 감각이 조금은 있었는지, 아니면 6남매 맏며느리로 시집오셔서 명절이면 몇 날 며칠 음식을 차려내야 했던 엄마 어깨 뒤로 보고 배운 게 좀 있었던 건지, 약 두어 달 지나자 못하는 요리가 없이 칼질과 불질(?)을 하게 되었다.. 

요리가 재미있어지자  이것저것 마구 해보는 재미가 생겨 한동안은 요리책을 사 모으며 별별 요리를 다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집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요리로 한국의 맛이 나는 것들을  자주해 먹곤 했는데 아래에서 설명할 음식도  그중 하나이다. 사실 이 요리는 아마도 내가 개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디로부터 와서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 맞게 승화시켰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나중에 유학 온 언니에게도 가장  자주해 먹인 음식 중 하나로 기억된다.

1. 참치캔을 딴다. (당시 유학 가서 처음 반한 음식이 참치였다. 한국에서 캔을 따면 부서져있는 참치만 보다가-다 그런 줄 알다가- 그곳에서 참치캔을 땄는데 한 덩어리가! 고소하긴 또 얼마나 고소한지.. 지금은 참치를 먹지 않지만 종종 그리워지는 맛. )

2. 양파를 썬다. 잡채에 넣는 모양으로 길쭉하게 썬다. 양파를 좋아하는 나는 아낌없이 넣곤 했다.

3. 양파를 먼저 올리브유에 볶는다. 달달달-

4. 양파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기름을 따라 버린 참치를 투하한 후 적당히 으깨준다. (덩어리라서 으깼어야 함.)

5. 설탕 휘리릭, 통후추 갈아서 휘리릭, 고춧가루 휘리릭- 고춧가루는 재료가 덮일 만큼 뿌린다.


6. 참치 표면이 약간 바삭한 느낌이 날 때까지 볶은 후 불에서 내린다.

7. 날김에 밥을 올리고 얹어 먹는다.

적다 보니 오랜만에 해 먹고 싶어 진다.

요리는 추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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