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속에서 '주체성' 찾기

미셸 드 세르토, 파울로 프레이리의 관점 속에서

by 허주부

사진: UnsplashMarek Piwnicki


시대 진단: 소리 없이 잠식된 주체성의 위기


오늘날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주체성의 상실'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기술은 진보했으나 인간의 자율적 사유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납작하게 만들었고, 대중은 직접 선택하지 않은 추천된 콘텐츠만 향유하고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의 범람은 내적 사유의 공간을 지워버렸고, 이는 문해력의 저하로 이어졌다. 숙고와 합의의 역량이 사라진 자리는 가짜뉴스와 혐오가 채우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여기에 AI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 가치를 위협하며 인간이 경제적 주체로서 존립할 근거마저 흔들고 있다. 시스템이라는 거대 전략 속에 '주체'로서의 인간은 점차 소거되고 있는 것이다.




세르토와의 만남, 그리고 프레이리와의 접점


이러한 시대적 갈증 속에서 우연히 미셸 드 세르토의 『일상의 발명: 1. 실행의 기예』를 읽게 되었다. 그는 국가나 기업 같은 권력 주체가 세우는 '전략(Strategy)'에 맞서, 평범한 개인이 일상 속에서 발휘하는 '전술(Tactic)'에 주목한다. 지배 질서가 짜놓은 판 안에서 틈새를 찾아 자기 식대로 재창조하는 '가발 쓰기(la perruque)'나 '보행' 같은 행위가 사실은 창조적인 저항이라는 그의 통찰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대목에서 과거에 탐독했던 파울로 프레이리가 자연스럽게 소환되었다. 두 사상가는 대중을 결코 수동적인 객체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연결된다. 프레이리가 피억압자를 역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의식화'와 '비판적 문해력'을 강조했다면, 세르토는 그 주체성이 거창한 혁명이 아닌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요리, 걷기, 읽기라는 '실천의 기예' 속에 이미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두 거장의 관점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세르토와 프레이리의 만남은 오늘날 주체성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프레이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작금의 알고리즘 추천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은행 저축식 교육'의 디지털 변주에 불과하다. 이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다시금 '세상을 읽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세르토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텍스트를 읽을 때 저자의 의도에 갇히지 않는 '밀렵꾼(Poacher)'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분류하고 통제하려 할 때, 그 영토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낚아채는 '전술적 실천'이야말로 주체성을 회복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시스템은 우리를 규격화하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완전히 장악되지 않는다는 희망을 두 사상가에게서 본다.




실천적 전술: 문제해결 중심 독서법 (POR)


나 또한 시대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시작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POR(Problem-Oriented Reading, 문제해결 중심 독서법)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알고리즘의 '전략'에 저항하는 '전술'이다.

출처: https://dwan.kim/problem-oriented-reading/


텍스트를 나만의 언어로 재발견하고 새로운 사상을 도출하는 과정은, 알고리즘이 짜놓은 매끄러운 지도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만드는 '보행자'의 발걸음과 같다. 나는 이제 데이터의 수집자가 아닌, 일상을 발명하는 전술가로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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