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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Aug 04. 2023

툭 던지는 두서없는 글.

자아성찰

글을 쓰지 않은지 약 6개월이 지났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며 글 쓰는 게 재밌고, 글을 쓰며 생각정리도 되고 무언가 대단하고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자주 쓰는 것도 아니라서 요령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글 하나를 투고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한정된 내 ‘시간’이 1주일에 꽤나 많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현실을 직시하고 조금 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곳에 그 시간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2-3년 동안 욕심은 있었지만 필요 없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속이고 멀리했었던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그 자격증이 취득하기도 힘들고 까다롭기 때문에 속으로 계속 거짓을 만들어낸 것 같다. 필요한 이유를 찾아야 되는데 필요 없는 이유만 주야장천 찾았던 것이다. 필요한 이유를 찾으면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그렇게 3월부터 본격적으로 자격증을 준비하게 됐고 운이 잘 따라줬는지 필기를 통과한 후, 2차 시험인 실기/구술까지 잘 마무리하며 8/1일 최종적으로 합격소식을 듣게 됐다.(자 이제 가장 힘든 주말 연수 200시간이 남았다..) 자격증을 준비하던 100일을 되돌아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내가 살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내가 진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까지.


돈을 많이 벌었을 때는 트레이너가 벌 수 있는 최대치의 급여를 받기도 했다. 그때는 내 인생 목표가 돈을 많이 버는 것, 그리고 사업을 시작해서 번창시키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관리자 생활을 하며 센터 운영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많은 것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매월마다 큰 성과를 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월급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고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 그 이상의 돈을 벌고 싶었다. 위탁운영식이 아닌 내 이름을 걸고 센터를 운영하면서 말이다. 워낙 없이 살아와서 돈만 생각하면 그냥 지긋지긋했었다. 단 한 번이라도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 건지 나중에서야 깨닫게 됐다. 나중에는 내 인생 얘기도 한 번 글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스펙터클해서 아마 재미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생기는 어떤 괴리감이 있었다. 난 정말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가? 물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했다. 사회초년생이 가지는 금전적인 불안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고, 확실히 여유가 생기며 가족을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뭔가 모를 허전함과 불편함도 같이 생겼다. 그 허전함을 바로 내가 하는 ‘일’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교 때부터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면서 희열을 느끼고, 상대방에게서 내가 알려주는 방식이 너무 쉽게 이해된다는 말을 듣거나 고마움을 표할 때 큰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현재까지 그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주 다양한 이유로 말이다. 큰 틀에서 보면 가치전달의 의미가 정말 큰 이 직업에서 내가 조금 더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지식전달’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지식전달을 받고 싶어 하는 회원님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고객님들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깊은 지식은 필요가 없었다. 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내가 가진 지식과 가치를 정말 의미 있게 전달하며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더 직접적으로 깨닫게 됐다.


나는 블로그와 어플을 운영하고 있어 그나마 내가 전하고 싶은 가치를 전달하는 편이다. 그 결과 매달 1명에서 많게는 6명까지 상담을 요청받게 됐고 대부분 내가 가지고 있는 트레이닝의 철학을 알려드리고 경험시켜 드리면 PT를 등록하셨다. 그렇게 나를 알릴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생기니 수업이 재밌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공부하고 경험하며 알아낸 지식이 10이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회원님들께 전달이 될까를 생각했다. 많아야 3~4 정도밖에 안 됐다. 명확한 팩트는 회원님들은 운동에 그렇게 진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운동을 배우는 것에는 끝이 없다. 하지만 배우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결국 돈을 내고 받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것도 ‘10분’에 12,000원에서 많게는 16,000원가량의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 누가 이런 서비스를 평생 동안 받으면서 운동에 대한 배움을 추구할 수 있을까? 월수익이 얼마가 돼야 월 35~60만 원가량의 금액을 매달 운동에 쓰면서 관리형 PT를 받을 수 있을까? 특히 사회 초년생인 20~30대 초반은 평균 월급이 세후 250~300만 원인데 이들의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금액이다. 그나마 30대 중후반 40대 초반에 들어서는 형편이 나아지겠지만 그와 동시에 가정이 생김으로써 결국 느끼는 금액의 부담은 같을 것이다.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함께 근무하던 상급자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니가 좋고 니 트레이닝이 좋으면 회원님은 적금을 깨서라도 등록하게 되어있어’ 얼마나 충격적이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이게 맞는 건가?? 우스갯소리라 하더라도 나에게 말하던 그 눈빛은 정말 진지했다. 상대방 적금까지 깨 가면서 나한테 PT를 등록하게 하는 것이 진정 맞는 길인가? 그럼 내 마음은 편한가? 진짜 x나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진짜 불편했다.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마치 본인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당연한 듯 50분에 6~8만 원의 값어치가 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경력이 쌓이고 아는 게 좀 생겼다고 본인 값어치가 자동으로 올라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보통 일반적인 트레이너는 직접 상담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벌려놓은 플랫폼들에서 연락이 따로 오기 때문에 어느새 센터 관리자가 되기 전인 막내 시절부터 직접 상담을 많이 하게 됐다. 팀장급이 되고 센터 하나를 도맡아 운영하면서부터는 그 횟수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났었다. 수업 230~270개를 하면서 대면상담도 기본 월에 10건 이상은 했으니 말이다. 그때부터 상담요청이 오고 대면상담 전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양식을 먼저 보내드리면 답장에 따라 상대방에 대해 적지 않은 정보를 알게 된다. 그리고 대면상담을 진행하고 결제를 하는 순간이 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누구는 돈 몇십 몇백을 대수롭지 않게 일시불로 결제하는 가 하면 또 어떤 분은 현금 다발을 들고 다니면서 수백만 원을 결제하면서 여러 번 결제하기 귀찮다고 100회권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머뭇거리고 계속 물어보며 이번만큼은 뭔가 결과를 보고 싶고 헛되게 소중한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어떻게든 할부를 길게 끊어서 월급 수준에 맞춰 매달 얼마씩을 써야 하는지 계산을 하며 결제를 한다. 그런 분들에게 이 비싼 운동 서비스의 값어치를 느끼게 해 드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혹 비싼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비싸더라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안하지만 x나 비싼 서비스 맞다. 적어도 대부분의 트레이너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하면 진짜 개 비싼 서비스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비싼 서비스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어떻게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냥 몇 년 운동하고 책 좀 읽고 회원들과 라포형성 좀 잘되는 자신을 발견하니 뭔가 짬이 좀 찬 거 같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 진짜 그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중요한 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서없이 쓰다 보니 샛길로 샜다.. 뭐 그냥 툭 던지는 글이니 상관없이 이어가겠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하고 등록을 하신 분들의 가장 큰 목적은 운동을 혼자 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운동 어떻게 혼자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트레이너 생활을 하며 나의 가장 주된 고민거리였다. 물론 지금 다른 목적들은 제외했다. 코치의 역할이 필요한 회원분들을 제외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근데 뭐 대부분은 과연 ‘코치’가 필요할까 싶다. 할 수 있지만 혼자 하기 싫은 거다. 누군가가 있어야만 운동을 하는 것이다. 과연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지속적인 PT를 받는 경우가 있을까? 일반인 기준에서 말이다. 보통은 혼자 하기 싫어서 하는 경우가 전부다. 근데 상관은 없다. 서비스를 등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평생 PT를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내 목표 중 하나..)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그렇게 내 트레이닝 철학은 ‘자립’이라는 모토로 굳어졌다. 혼자 어디서든 운동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나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꼭 필요한 운동들, 그리고 개개인에게 맞는 웜업 동작, 운동 중재 동작들을 회원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확실히 충분했다. 그 이상을 배운다면 그들의 선택이다. 그 이상이라고 하면 보편성을 넘어서 특이적인 동작과 움직임을 배우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는 아닌 것들이다. 더 높은 만족감을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이다.


사실 혼자 운동을 잘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내가 확인했을 때 진짜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운동 잘한다는 소리 들을 수 있겠다’ 싶으면 그것으로 상대방과 나의 만족은 채워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확인하고 까다롭게 체크하면서 진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시켜줘야 한다. 수업하다 보면 내 MBTI를 전부 다 맞춰버리신다. 어떤 회원님은 CCTV 같다는 소리도 하셨다. 그만큼 다른 트레이너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부분들을 잡아내서 알려주고 고치려고 최대한 괴롭힌다. 그래야 남는 게 있다. 남는 게 있어야 값어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일회성의 운동에 그 값을 받는 것은 불편한 급여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말을 했지만 아마 난 계속 불편한 급여를 받게 될 것이다. 일회성의 운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일회성의 운동에서 큰 가치를 못 느끼는 ‘나‘이지만 그것을 거절할 자신도 없다. 급여를 받아야 내가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다. 내가 생각하는 큰 가치를 전달하고 그 가치에 맞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목표를 정했다. 언젠가는 내가 불편한 급여를 받지 않는 순간 올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그나마 편해졌다. 사실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하고 싶은 목표 하나 생겼다고 도파민이 터지는 것을 보니 진짜 내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꼰대인가 싶다. 언젠가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세워 놓은 목표를 하나씩 해치워가야겠다.


많은 목표가 있지만 그중 하나를 말하자면 목표라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성공영상을 보지 않는 것이다. 나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언젠가부터 유튜브에 성공과 관련된 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그래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을 듣고 감탄하며 그런 성공영상에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갔다. 근데 감히 말하지만 시간낭비다. 내가 말하는 ‘성공영상‘들은 그냥 사람을 허황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황된 꿈을 꾸게 만들며 그들을 추종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내가 당장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기부여받는 느낌, 뭔가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영상을 보다 보니 본인도 동일시되면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마치 그들이 된 것 마냥 착각이 되는 그런 상태가 된다. 더 이상 성공팔이를 하는 영상을 보지 않게 됐고 그 시간에 차라리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영상을 본다. 주로 보는 영상은 ’ 장사의 신‘ 과 같은 성격의 채널이나 오로지 정보전달성 성격을 띤 영상만 보게 됐다. 드디어 내 유튜브 피드에 성공팔이들이 보이지 않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한걸음 나갔다고 생각한다. 조승연 작가는 이렇게 말을 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자기가 그 성공에 동참했다고 뇌가 착각을 일으킨다고 한다'


성취할 건 성취하고 없애야 할 요소는 없애다 보면 언젠간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글을 쓰다 보니 지금까지 쓴 말들 중 부정적인 말들이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보고 반감이 들거나 싫다는 감정이 든다면 그게 본인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단점을 투영하여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내 장기적인 목표는 돈을 벌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아니라 돈을 벌고 나서 느끼는 내 감정이 편했으면 좋겠다. 내가 버는 급여에 맞게끔 내 가치를 전달하고 그에 맞는 돈을 받고 싶다. 그러면서 많이 벌고 싶다.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사실 막막하다. 그리고 지금의 급여는 내가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급여인가? 아직 난 급여를 받으면 행복감과 동시에 조금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함을 느끼는 만큼 부족한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과연 불편하지 않은 순간이 오긴 할까? 일단 노력하자. 노력은 상대적이니까. 절대적인 노력이란 없다. 그저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많이 하냐의 문제이니. 남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언젠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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