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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Dec 30. 2022

나를 바꿔준 5만 원

지금의 당신은 과거 환경들의 결과다

 2017년 12월,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찾고 싶었다. 당시 나는 내가 원하는 직업인 트레이너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들을 하겠다고 다짐했었고, 그때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자격증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거기에 대학교 복학이 예정되어 있어 군대로 인해 뒤처져있던 전공 공부도 해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들로 휩싸여있었다. 그렇게 혼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던 도중 어느 날, 당장 미래를 위한 공부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계기가 생겼다.


 나는 전역한 직후, 어린 시절부터 따로 살고 계셨던 어머니와 3주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온 날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있었던 3주는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풍족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부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별을 하신 뒤 자주 왕래하지 못했던 외가 친척분들도 이번 기회에 어머니와 함께 돌아다니며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의 삶, 나는 잠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일반적인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화목함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 그토록 바라던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었다. 물론 외가 친척분들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시간도 그러한 화목함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이미 좋은 분을 만나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또 다른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생인 시절부터 나를 친아들처럼 반겨주었고 전혀 거리낌 없이 나를 대해주셨다. 그렇게 3주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양손 가득히 사주신 밥과 라면 등의 식료품 봉지와 함께 내가 직면해야 했던 현실은 담배냄새가 진동하는 낡은 주택의 옥탑방이었고, 그곳에 홀로 계시던 환갑의 아버지였다.


 

그날 저녁 나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으로 잠깐 산책을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을 나서려는 순간 아버지는 나를 불러 세워 한마디를 내뱉으셨다.


니 돈 좀 있나..?

 목소리는 떨리셨고, 한 손은 하염없이 뒤통수를 긁고 계셨다. 딱 그 한마디였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순간의 장면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인 능력과 아버지로서의 능력 등 남이 보기에는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나 역시 때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답답함을 금치 못할 때가 수두룩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태산 같은 분이셨다. 항상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작아 보였다. '돈' 때문이다. 아버지는 페인트 칠을 하시는 일용직이셨다. 흔히 말하는 하루 벌고 하루 사는 그런 직업이었다. 현장에 나가려면 교통비와 식사를 해결해야 했는데 그 돈이 없으셨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살면서 본 세상에서 가장 자존심이 강한 가람이다. 그런 사람이 직장인도 아닌, 이제 갓 전역한 백수인 아들에게 그런 궁핍한 얘기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렇게 나는 어머님께 받은 용돈 10만 원 중 5만 원을 아버지에게 드리고 잠깐 걷고 온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렇게 내려가는 계단에서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터졌고, 앉아서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가 미웠지만 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를 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 꿈은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는 것이 되었다.


 환경이 주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 유일하게 바뀔 수 있는 길은 자신의 환경이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필독서라 생각하는 신영준, 고영성 작가님의 저서 '완벽한 공부법'에도 환경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의 마음은 잠깐 불타올랐다가도 금방 식게 된다. 불타올랐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이 더욱 타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심보다는 환경이다. 누구나 결심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심을 어떠한 환경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불타올랐던 나의 마음을 유지하고 끌어올리기 위해 항상 필요한 환경에 내 몸을 던졌다.


 지금 무언가 꿈이 생겼고, 원하는 목표가 생겼다면 당장 본인의 환경부터 설정하라. 내 주변을 정리할 용기가 필요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은 가차 없이 쳐내야 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그 목표,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환경들에 나를 집어넣고 있다. 여러분들도 무섭고 힘들 것이 예상되겠지만, 망설임 없이 필요한 환경에 몸을 집어던졌으면 한다. 이미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환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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