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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Jan 17. 2023

글 잘 쓴다는 소리 들어본 사람!

메타인지는 역시 중요하구나..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지? 그리고 이따금씩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는데 내가 글을 잘 쓴다고? 흠.. 언제부턴가 그런 말들을 듣기 시작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온라인상에 글을 쓴 지 나름 3년 차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됐다.

(현실은 풋내기)


나는 네이버 블로그에 2019년 10월부터 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해서 2022년 12월인 지금까지 블로그를 나름 잘 운영하고 있다. 그럼 나는 왜 네이버 블로그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2018년, 군대를 전역한 뒤 3학년 복학을 앞두고 도대체 뭘 해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변변찮은 이름값을 가진 지방 4년제 체육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내가 얻은 선택지를 생각했을 때, 선배들의 졸업 후 모습을 봤을 때 그냥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였다.

군대에서도 선후임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었던 나는 막상 트레이너로 길을 잡으니 이게 웬걸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운동도 잘해야 되고, 몸도 좋아야 하고, 스피치 능력도 있어야 돼, 몸에 대한 공부는 필수, 개인 마케팅 능력 등 뭔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만 트레이너로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약간의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 대충 할 거면 아예 안 한다는 마인드가 강하다. 뭔가 시작을 하면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물불 안 가리고 하는 성격이라 직업을 선택했을 때도 특별한 나만의 무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네이버 블로그였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중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정작 본인 마케팅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세상은 마케팅에 지배되어 있다는 책 속 내용을 보고 이 바닥에서 성공하기 위해 마케팅은 필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글을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될까를 많이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하고 매주 1~2회씩 글을 써가며 블로그에 나의 글, 스토리를 쌓아갔다. 그런 블로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약 1년이 지난 20년 9~10월 즈음 처음으로 블로그 포스트에 연결된 카카오톡 링크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PT 상담 문의 드립니다"


블로그에 글을 써가면서 방문자 수를 확인하고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에 뿌듯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현실에서 내가 글을 씀으로 인해 얻는 결과가 없으니, 즐겁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글을 쓰고 있던 찰나였다. 시작했으니 결과를 볼 때까지 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의무감 마저 사라졌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짧고, 긴 과정이 필수다.

그 과정은 한 겹 쌓는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한두겹 쌓다 보면 언젠가는 커다란 결과물로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웬만하면 좋은 과정을 쌓자.)


그렇게 시작된 블로그를 통한 상담요청은 한 달에 1번이 오다가 그다음 달에는 3번, 21년 3월이 되어서는

한 달에 5번, 성수기인 5~6월에는 1달에 10번이 넘는 상담요청이 오게 됐다.

(물론 당시 경기 호황이라는

요소가 나를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진인사대천명..)


그렇게 재미를 붙여 글쓰기를 하다 보니 결과물도 나오고  언젠가부터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한 번씩 듣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쓴다는 말, 운동하는 사람 치고(?) 맞춤법 하나 틀리지 않는 모습,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다. 군대에서부터 조금씩 시작한 독서가 도움이 됐구나! 그렇게 블로그를 넘어서 글쓰기 장인들이 모여있는 브런치에 도전하게 됐다.


4번의 도전 끝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브런치에 글을 투고하기 시작했고, 글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이 생기고부터는 글을 '멋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는 글 쓰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그 사이에서 조금 더 튀려고, 더 잘 쓰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마음이 가장 컸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어렵게, 어려운 단어, 미사여구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쓰는 글들은 대부분 비문학적인 내용들이지만 문학적인 요소를 어설프게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꾸밈이 가득한 글, 나 글 잘 써! 를 알리고 싶은 게 눈에 딱 보이는 그런 글들을 쓰다가 가까운 지인에게 피드백을 받은 뒤 내가 쓴 글을 다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멋들어지게 쓴 글처럼 보이고 글 참 잘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이쁘게 꾸며진 글이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글을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미사여구가 튀어나오려고 할 때 조금 더 기다리고, 괜히 말의 앞뒤를 바꾼다던지 쓸데없이 장황하게 글을 쓰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면 즉시 문장을 삭제하고 새로 쓰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조금씩 쉽게 쓰기 위한 연습을 하다 보니 글의 가독성도 좋아지고 문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고 나서 변한 나의 글을 보며 순간 더닝 크루거 효과가 생각났다.



아..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메타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브런치가 좋은 점은 전국에서 글 잘 쓴다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플랫폼이라 필력이 상당한 분들을 쉽게 그것도 공짜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끔 너무 어려운 말, 이 문장을 이렇게까지 부풀린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글들을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글을 다 쓰고 나서는 다시 한번 읽어보고 쓸데없는 꾸밈이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잘 모르겠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달라고 한 뒤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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