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나 <자스민>이 아니고??
원래 디즈니에서 만드는 실사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을 별로 깨기 싫어서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역주행이 뭔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들어갈 때는 정말 치과 끌려가는 아이의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앓던 이를 시원하게 뽑고 나온 어른의 마음으로 나왔다.
지금 것 보지 않았던 실사영화들도 관심이 가져질 정도??
그럼 손바닥 뒤집힌 듯 마음을 뒤집어 준 128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졸린 눈 비비며 TV 앞에 앉았던 기억이 있는가?
있다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것으로....
이 영화의 원작인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극장은 물론 TV시리즈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 점이 기존에 나온 실사영화와 다른 점 한 가지. 곧 나올 라이온 킹도 알라딘과 같은 경우)
그만큼 이 캐릭터들이 주는 친숙도는 상당하다.
영화를 보고 와서 바로 1992년 개봉한 <알라딘>을 봤다.
워낙 오래된 기억이라 다시 애니메이션을 보며 하나하나 추억을 되새겨봤다.
결론을 말하자면 영화 알라딘은 요소요소 잘 버무린 영화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감성에서 벗어나 어른을 타깃으로 노린 감성의 영화였다.
원작을 보고 나니 <알라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알라딘(메나 마수드)이 정말 조연처럼 느껴졌다.
(영화 보는 동안에도 느꼈었지만 원작을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그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이다.
캐릭터가 더 단단해졌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신념이 생겼고,
그 신념에 맞춰 전체적인 내용들과 전개가 수정되었다. 이 정도면 <알라딘>이 아니라 <자스민>이라고 바꿔도 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자스민 공주의 캐릭터는 매력 적었다.
(실제로 후반부에 나오는 자스민 공주의 싱글 타이틀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영화를 본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다. 바로 지니(윌 스미스)의 존재감이다.
원작에서도 큰 지니의 존재감. 여기서는 그냥 영화를 끌고 간다. 지니 + 윌 스미스의 텐션은 이미 이 세상 텐션이 아니다. 그야말로 아이언맨 하면 로다주, 울버린 하면 휴 잭맨이 떠오르듯 지니 하면 윌 스미스가 떠오를 정도다.
이 외에도 원작과는 다른 설정들이 존재하지만.. (자파의 목적, 국왕의 모습, 지니의 결말 등...)
원작과 비교가 목적이 아니라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 본다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아.. 개인적으로 하나 거슬렸던 것은 '자파의 최후'정도이다.
번역의 실수일까.. 분명 지니보다 강한 마법사로 해달랬는데 왜 지니가 된 거지..
(원작에서는 대 놓고 지니가 되겠다고 말을 한다.)
영화는 참 화려하다. 또 다른 의미로는 아름다웠다.
그냥 흙벽조차도 핑크빛 색을 입힐 정도로 '색'에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았다.
거기다 자스민 공주의 전통 화려한 의상들까지 (개인적으로 하늘색 자스민 공주의 드레스를 기대했지만..)
특히 알라딘이 왕자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화려함의 끝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화려함 뒤에 많은 것을 숨겨 놓았다.
첫 번째가 각색이다. 감독인 가이 리치는 이 영화 알라딘으로 무슨 메시지를 주려고 힘을 준 것일까?
도대체 무슨 메시지이기에 원작의 알라딘을 훼손하면서 까지 스토리를 진행시킨 것일까.
그리고 원작을 따라가는 것과 따라가지 않는 것들 사이에 생기는 괴상한 이 전개.
예를 들면 알리 왕자를 알라딘으로 발견하는 장면 같은 경우.
지니의 마법으로 알라딘을 알아볼 수 없다고 설정을 해버리고는
"나를 믿죠?" 이 대사 하나로 알라딘인 줄 바로 알아차리는 자스민의 눈치란..
(원작에는 이 대사 말고도 알라딘의 시그니처 행동인 사과 전달이 있다)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A Whole mew world> 부분.
미리 어느 정도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그냥 동네 한 바퀴일 줄이야...
화려함을 내세워 이런 오류들을 숨긴 것이라면.. 성공은 했다. 숨겨졌으니까.
근데 이게 좋은 것일까?
당연 1등 공신 윌 스미스의 지니.
과거 목소리로 출연했던 고 로빈 윌리암스의 그림자를 지울 정도로 좋았다.
윌 스미스가 있었기에 영화 알라딘이 존재했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 말을 뒤집으면 윌 스미스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어땠을까? 가 된다.
다시 생각해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너무 많이 희생된 것 같아 아쉽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무리한 각색 때문에 희생된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자파'라는 캐릭터는 아무런 매력이 없다. 그야말로 무미건조해졌다.
처음에는 안 어울리는 배우구나 했는데.. 설정 자체가 이상한 것이었다.
마지막 지니에게 힘을 얻기 전까지는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은 모습의 자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을까 싶다.
이 영화의 가장 새로운 발견은 바로 자스민 공주다.
나라를 제대로 통치할 능력을 갖춘 왕이 될 자질이 있는 여성 지도자의 표본.
원작의 자스민 공주는 그냥 매력적이라면 이 자스민 공주는 빨려 들어간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초중반, 후반까지도 좋았던 이 캐릭터가 결국은 원작의 흐름에 돌아가더라.
감독도 변화는 주었는데 감당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어찌 되었건 이 영화는 <알라딘>이니까.
그러면서 과연 이 변화가 <알라딘>이라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옷이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마치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되듯. 자스민 공주의 설정 교체는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다행히 바뀐 설정들이 나쁜 것보단 좋은 것들이 많아서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알라딘>이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단 좋은 영화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후반에 힘을 내는 이유.
극장가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연인들끼리, 가족끼리 볼 영화. <알라딘>뿐이다.
확실한 건 원작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과유불급. <알라딘>을 보러 간 이들의 마음속에는 과연.
새로운 무언가를 보는 것이 더 클까?
아니면 기존의 우리가 아는 알라딘이 어떻게 실사화 되어 구현되었을까 기대하는 것이 클까?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준비 중인 영화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