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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부터 해는 쨍쨍하고 하늘은 더없이 맑았어요. 덩달아 주희의 기분도 날아갈 것만 같았어요. 가람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의 소풍날이거든요. 주희는 아까부터 한참동안 재이를 찾아다녔지만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혼자 떨어져 앉아 있는 재이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어요.
“재이야! 재이야!”
주희가 멀리서부터 재이를 향해 큰 소리로 불렀지만 재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으이구~ 쟤 또 저럴 줄 알았지. 재이, 너 또 셜록 홈즈책 읽고 있었지?”
주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그제서야 재이는 책 속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었어요.
“어, 주희야? 너 언제 왔어?”
재이는 화가 난 주희의 얼굴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까부터 계속 불렀거든!”
“그랬어? 난 전혀 못 들었는데.”
주희는 재이의 손목을 끌어당겼어요.
“넌 소풍 와서도 책만 보고 있으면 어떡하냐. 선생님이 보물찾기 한다고 빨리 다 모이라고 하셨단 말야!”
“알았어. 알았어. 근데 주희야. 셜록 홈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 보면 볼수록 멋진 탐정이라니까.”
재이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주희는 지겹다는 듯 손사래를 쳤어요.
“네네~~ 1번만 더 들으면 벌써 100번째거든요.”
멀리서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여러분, 다 모였죠? 자, 지금부터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보물찾기를 시작할 거예요.”
“와~”
보물찾기의 시작을 알리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반 친구들이 기대에 찬 함성을 질렀어요.
“오늘의 보물찾기는 알파벳 G가 적힌 종이 쪽지를 찾는 거예요. 이제부터 선생님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봐요.”
담임선생님은 알파벳이 적힌 종이 쪽지를 어떤 특징에 따라 숨겨 두었다고 해요. AEF가 그려진 종이는 호숫가에, BCD가 그려진 종이는 산속에 숨겨 놓았대요. 그렇다면 숨겨진 알파벳 G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힌트 : 알파벳의 생김새를 잘 생각해 보세요.)
“재이야, 호숫가쪽이 더 가까우니까 그 곳으로 가볼까?”
잔뜩 기대에 찬 말투로 주희가 말했지만 재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냐, 산속으로 가야 해. 알파벳 G는 산속에 있을 거라고.”
“산속? 왜?
재이는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어요.
“알파벳의 생김새를 잘 봐. AEF는 모양이 직선으로만 되어 있지? 그런데 G는 BCD처럼 곡선으로 이뤄져 있잖아. 선생님이 BCD를 산속에 숨겨 놓았다고 했으니까 G도 분명히 산속에 있을 거라고.”
“곡선이라고? 아하~ 그렇구나. 역시 재이는 똑똑하다니까.”
재이와 주희는 알파벳 G가 적힌 쪽지를 찾기 위해 산속으로 향했어요. 산속에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던 주희는 그제서야 자신들이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요.
“우리 너무 깊이 들어온 게 아닐까? 친구들이 하나도 안 보여.”
“어? 주희야. 저쪽에 있는 거 동굴 맞지? 그렇다면 저기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주희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이는 혼자 동굴로 뛰어가 버렸어요.
“그만 가자니까. 난 동굴에 안 들어갈 거라고. 무섭단 말야. 재이야~”
그러나 재이는 이미 사라져버린 후였어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재이 너, 가만 안 둘 거야... 힝.”
주희는 투덜대며 재이를 뒤따라 갔어요. 동굴앞에 다가간 재이는 순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어요. 꼭 사람 입처럼 생긴 동굴입구가 자신을 집어 삼켜 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나 오싹한 기분이 들면 들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재이였어요. 재이는 입구벽면에 이상한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들어가는 자와 나오는 자가 서로 자리를 바꿀 지어니.. 이게 무슨 뜻이지? 들어가는 자와 나오는 자?”
동굴 입구쪽 벽면에는 특이한 글귀가 여러 개 적혀 있었어요. 뒤이어 따라온 주희는 재이가 보고 있는 맞은편 벽면에서 다음과 같은 암호문을 발견했어요.
“<동두굴안려으움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동굴 입구 벽면에 적혀 있는 암호문을 풀어보세요. (힌트 : 정말 ‘두려움’이 없어야 해요!)
“재이야, 동두굴안려으움로라니.. 이게 무슨 뜻일까?”
재이 역시 주희가 찾아낸 암호문을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어요.
“글쎄... 분명 어떤 뜻이 숨겨져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런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 문제를 푸는데 왜 두려움이 없어야 할까?”
“두려움? 두려움이라.. 잠깐! 가만히 보니까 저 문장 안에 두려움이란 글자가 들어있어.”
재이가 소리쳤어요.
“응? 정말이야?”
주희는 암호문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보았어요.
“알았어. 이 문장에서 두려움이라는 글자를 빼고 읽어야 뜻이 완성되는 거였어.”
“두려움을 빼고 읽는다면.. 동.굴.안.으.로? 동굴안으로가 되는구나. 우와~ 역시 재이가 추리 하나는 정말 대단하단 말야. 진짜 셜록홈즈 같아.”
주희가 박수를 치자 재이도 스스로가 대견한 듯 씨익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