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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루리 Jan 30. 2022

한국출판공사 명탐정 호움즈


제 인생 첫번째 추리소설은 역시.. '셜록 홈즈'입니다.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 때 그 시절, 느꼈던 감흥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처음으로 읽었던 셜록홈즈 소설은 '금테 코안경'이었습니다. 지금은 금테 코안경이라는 원제를 알고 있으나.. 그 당시 접했던 책은 전혀 다른 제목이었죠. '그림자 없는 괴도'라는...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한국출판공사에서 나온 40권 분량의 셜록홈즈 단편선집에는 원제랑 다른 개성 넘치는 제목들이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한국출판공사에서 출간된 셜록홈즈 단편집은 제 어린 시절 놀거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추리소설에 한참을 빠져 있는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신 부모님이 책을 사 주시지 않은 관계로.. 단편집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들과 의도적으로라도.. 친해지려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쉽게도 한국출판공사를 비롯해 신태양사에서 나온 셜록홈즈 단편선집은 이제 중고책방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 역시 몇권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있으나 그마저도 1987년에 출간된 중판본입니다. 1985년에 인쇄된 초판본은 더더욱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난 주말 중고책방에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명탐정 호움즈를 검색해 본 것 뿐인데 초판본 38권이 판매중인게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낱권으로 판매하고 있는 여타 중고책방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말이죠. 바로 결제버튼을 누르고 책을 배송받았습니다. 지금도 기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힘드네요. 영영 만나기 힘들 거라 생각했던 초판본 단편집을 이렇게나 쉽게 구할 수 있다니.. 전혀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책을 한권 한권 넘겨 봅니다.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 나려나요. 제가 기억하는 셜록홈즈의 모습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영화,드라마의 모습은 제외하고요.) 하나는 해문출판사에서 아동용으로 각색되어 나온 팬더추리걸작속 셜록홈즈이며.. 

(바로 이 모습이죠.)

또 다른 하나는 시드니 파젯과 프랭크 와일스가 그린 원서 삽화의 이미지입니다.(지금은 각종 출판사의 전집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모습이죠.) 그리고 가장 잊혀지지 않는 홈즈의 이미지는 바로 한국출판공사 단편집의 셜록홈즈입니다.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그림체에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초판과 중판을 비교해 볼까요? 좌측이 초판본, 우측이 중판본입니다.

22권 흡혈귀, 23권 공포의 금고실이 빠져 있어 좀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채워나갈 기회가 분명히 있겠죠?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그 때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어릴 적 기억이.. 지나고 보니 참 소중한 것이구나.'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넉넉치 못했던 그때 그 시절, 그저 작은 관심사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머리가 커질대로 커져 버려서인지..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접하더라도 그만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네요. 실로 오랜만에 옛날의 그 감정을 다시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참 행복했습니다. 


저에게 셜록홈즈란..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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