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나는 남편과 10년간 친구사이 같은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고민이 있던 시기에 만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는데, 달라질 건 없었다.
결혼 이전같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며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트러블들을 해결했다. 그리고 아기를 낳았다. 역시 우리는 처음 아이를 키우는 혼란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다. 물론 싸울 때도 있었지만 서로의 임계점을 알기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요령들이 있었다.
관계의 내면?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겉에서 보이는 표면은 많이 바뀌었다. 서로의 손을 잡던 손은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의 손을 잡느라 바쁘고, 서로를 바라보기에 온종일 미소 짓던 눈은 이제 아기의 뒤를 쫓느라 바쁘다. 지금이 싫다는 건 아니다. 공통의 미션(우리 아이가 스스로 행복한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을 위하여 달려가는 우리의 지금도 예전만큼이나 아름답고 예전보다 더 행복하다. 하지만 너무 그립긴 하다.
둘이 손을 꼭 잡고 하염없이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들과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내 남자친구의 다정한 눈빛이 문득문득 그립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꽤나 노력하는 부부여서(특히 남편이 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걸 부정할 순 없다) 지금도 예전 같은 데이트를 즐기긴 하지만 나의 체력이나 우리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기에 그때의 반짝거림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 순간도 그리워지겠지?
남편과 함께 지내던 지난날은 그 순간이 그리워지리라 생각지 못해 순간순간의 행복함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의 어린 시절, 이 순간이 분명히 그리워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좀 더 소중히 여기도록 노력해야겠다. 두 눈에 많이 담고 마음에 꽉꽉 채워놔야지.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순간들에도 좀 더 나를 다스리며 하루하루의 소중한 오늘들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