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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ㄸㄸ May 10. 2024

아이의 손을 놓아주어야 할 때

사랑하기에 더욱 놓아주어야 하는 순간


아이는 크면서 수 없이 아프고 수 없이 다친다.


반 친구에게 옮겨서 아프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부모에게 옮겨서 아프기도 하고, 가끔 만나는 가족들에게 옮겨서 아프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누군가와 부딪혀서 다치기도 하며, 하다못해 혼자 책을 읽다가 종이에 베어서 다치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누군가의 잘못에 의해 일어난 일일까?

단연코 아니다. 아무리 자녀가 어린아이라고 할지라도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누군가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그 순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후회가 극심하다 할지라도).


그리고 또 잘못을 물을 필요도 없다.

아이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작게나마 다치는 일들은 분명히 발생하고,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치료와 교육만이 필요할 뿐이다.


엄마와 같이 걸어가던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가장 필요한 일은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일일 것이다. 흉이 남지 않도록.


그리고 그다음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다. 길에는 돌부리가 있을 수도 있고, 물이 쏟아져 있을 수도 있으며, 앞을 보지 않고 뛰어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앞을 보고, 주의하며 걸어 다녀야 한다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없다.

그냥 아이와 함께 다시 길을 걸으면 된다. 또다시 아이는 같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엄마는 다시 치료해 주고, 교육하면 된다. 옆에서 걷던 엄마를 질책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아이는 혼자 걸어야 한다.

엄마가 평생 손을 잡고 걸어줄 수 없으며, 또 손을 잡고 걸어준다 해도 넘어질 상황에서 아이는 넘어진다.

엄마는 언젠가는 아이의 손을 놓아주어야만 한다(이 문장을 쓰는 내 가슴이 저릿저릿 하지만).


나의 딸은 3년이 다 되도록 가정보육을 했다. 늦게 가진 소중한 딸이기에 모든 일에 전전긍긍 조그만 상처에도 호들갑 떨며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기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보호 아래에서 벗어난 아이는 다치기 일쑤였다. 어느 날은 이마에 멍이 들어서 오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같은 반 다른 아이에게 물려서 오기도 했다. 하지만 제일 잦은 상처는 혼자 뛰어놀다 넘어져서 생긴 상처들이었다. 당연히 기관을 다니면서 자주 다칠 거라 생각했지만 첫 한 달은 진짜 거의 맨날 다쳐와서 너무 속상했다.


그때 들은 조언은 아이와 걸을 때 아이의 손을 놓아주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엄마와 손 잡고 걷는 것이 너무 익숙해지면 밸런스가 무너져 혼자 걸을 때 더 쉽게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 그랬다. 조언을 들은 다음 날 아이는 산책에 나가 엄마 손을 놓고 혼자 하루종일 걷고 뛰며 놀았다. 넘어지기도 했고, 긁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혼자 뛰거나 걷다가 넘어져서 상처가 생기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엄마가 함께하는 안전한 자연 공간에서 아이는 혼자서 나아갈 많은 연습을 한 것이다.


그렇다. 정말로 아이를 걱정하고 아낀다면 적정한 때에 아이의 손을 놓아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 아이가 혼자 나아갈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만 제공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아직 완전하게 아이의 손을 놓지는 못했다. 솔직히 그럴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차가 다니지 않는 공간에서는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게 손을 놓아주고, 대부분은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뒤로 한걸음 물러나주려고 한다. 손을 잡되 느슨하게 잡고 아이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속도를 맞추어 걸으려고 한다. 아이의 부드러운 손을 느끼며 이야기 나누고 웃으며 함께하는 그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아이는 금방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 길을 엄마가 선택해서 억지로 이끌고 싶지 않다. 자기가 선택한 길을 걷되 가던 길이 자신이 생각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는 엄마가 있으니 언제든 다시 되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딸이 그렇게 돌아왔을때 기꺼이 웃으며 다시 즐거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같은 방향을 보며 걸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와 걷는 순간들이 항상 기쁨과 따뜻함으로 기억되어 언젠가 온전히 자기의 길을 찾아가더라도 가끔씩 엄마와 함께 걸으러 나를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의 손을 점점 놓아줄 테니, 아이는 가끔씩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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