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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ㄸㄸ Apr 19. 2024

나는 노산엄마다.

나이가 많은 엄마여서 가능한 일들.


내 딸은 33개월, 만 2살이다.

나는 487개월, 만 40살이다.


그렇다. 나는 노산엄마다.


다들 초산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노산엄마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출산 중 약 10% 의 출산을 책임지고 있다는 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나는 같은 출산 시간대 출산맘 중 나이가 제일 많았다.

조리원에서 역시 나는 나이가 제일 많았다.


나는 실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결혼도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성격이 잘 맞는 남자를 만나 한 번의 헤어짐도 없이 10년간 연애를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결혼식장이었다.

10년간 연애를 했고, 2년간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이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임신을 준비했다.


하지만 임신은 쉽지 않았고, 2년 반의 기간 동안 두 번의 유산을 겪고 나서 지금의 딸이 찾아와 주었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했겠는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모유수유를 1년 동안 했고, 3년 가까이 가정보육을 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공부했던 시간들, 힘들게 버텨내던 회사생활, 그리고 즐거움이 가득했던 연애+신혼의 기억들이 가정보육기간을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다른 누군가보다는 분명히 늦은 시작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가득한 육아생활을 보냈다.


물론 나의 오래된 배터리는 겉보기에는 멀쩡할지언정 속은 그렇지 않아 그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된다. 행복하지만 힘든 순간들이 문득문득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노력한다. 다른 엄마들보다 환갑을 빠르게 맞이하게 될 나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부모의 보호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 틈틈이 운동하고 건강관리를 하며 내 신체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려고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노력하다 보니 정신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와 나는 어지간한 일에는 이제 꽤나 허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악을 쓰며 우는 딸의 모습도 그저 귀엽게 느껴져 동영상에 그 순간을 담으며 딸이 안정되기를 기다릴 수 있을 정도?(이제는 내가 카메라를 켜면 딸도 안 통하는 걸 아는지 감정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물론 많은 경험과 연륜이 나를 도인처럼 만들어주었다 할지라도 힘든 순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끔씩은 어린 엄마들의 열정과 정보력에 깜짝 놀라 마음이 안절부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금세 나의 템포로 돌아와 천천히 마음을 다잡고 다시 나의 육아패턴을 찾아갈 수 있는 건 역시 나의 나이가 한몫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갈대지만, 뿌리내린 지 오래되었기에 흔들릴지언정 뿌리째 뽑혀버리지는 않는다.


이따금씩 그런 생각은 든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아이를 만났더라면 육아가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쓸데없는 일이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을지언정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또 임신을 미루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지금의 나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나이가 많은 노산엄마다.

나이가 많아서 못하는 건 없다.

다만 안 하는 건 많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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