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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Sep 23. 2023

다 인연이라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85

1.

화요일 오전 10시 투고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 11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계약하자 합니다. 선뜻 좋아요! 답을 주고 싶었으나 그래도 한 번은 튕기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고 연락드린다, 전화를 끊고 곧장 서점으로 갔습니다. 출판사에서 낸 책 목록을 검색하고 책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2.

나는 대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 삼아 문화잡지에 문화평과 신간 문화 예술 안내를 담당하는 객원기자 활동을 했습니다. 원고료 대신 공연 티켓과 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는데 아마 원고료보다 티켓 가격이 몇 배 더  높았을 겁니다. 그러다가 권태가 들었습니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공연을 보아야 했고,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어야 하는 게 싫어서 그만둔 이후 독서기록을 위해 블로그는 시작했고 잠시 기록을 하다가 그것도 규칙성을 잃었습니다.


"욱하는 성질 죽이기" 이 책은 내가 10여 년 전, 예스 24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썼던 책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때문에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엄마들에게 조언대신 권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펴낸 곳이 바로 오늘 내가 전화받은 출판사, 그곳입니다.



3.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진학 컨설팅과 자소서와 논술 첨삭을 합니다. 강의가 주 업무이고 컨설팅과 첨삭은 비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적지 않은 업무량이 되었습니다. 학원 규모가 작아서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으니 학원 커리큘럼, 콘텐츠, 학습 프로그램 등 모든 영역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대형 학원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한동안 나만의 프로그램을 이어오다가 최근 읽은 책의 일부에서 힌트를 얻어 학습법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하버드생 공부법은 다르다’ 이 책 또한 그 출판사였습니다.


오늘 전화 온 출판사에서 출간한 서적을 검색하다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블로그가 생각나서 들어가 보니 여기 출판사 서적이 두 권이나 더 있었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다 인연이지요. 다 인연입니다.



4.

전창주 작가는 나의 철학자이자 인생스승인 법정 스님께 법명을 받았으며 스님의 책을 함께 펴낸 샘터 편집인이었습니다. 스님께 이 표현이 실례가 되지 않기를, 부디 제 표현이 마음이 드셨기를 바라며 벗어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나는 법정 스님 마니아입니다. 스님이 좋아하는 것은 나도 따라서 좋아합니다. 소설 어린 왕자도 좋고, 이해인 수녀님도 좋고, 가수 김광석과 그의 노래도 좋고, 길상사에 머무는 일도 기꺼이 즐기며 길상화라는 이름을 가진 보살님에게는 정이 갑니다. 다연에서 여러 권 책을 내신 정찬주 작가님. 나는 법정 스님을 좋아하니까 스님이 법명을 준 작가님이라면 또 좋습니다. <스님 바랑 속의 동화> <법정 스님 인생 응원가>는 이곳 출판사에서 전찬주 님이 펴낸 책입니다. 



5.

그렇게 나에게 온 인연이 다연입니다. 이미 다연 출판사로부터 귀한 선물 받은 일을 소개했으니 이곳이 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어 주었는지 아실 겁니다.


만나는 이는 다 인연이라는 다연 출판사. 나에게 다연은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여느 곳과도 비교하지 않고 이곳이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 출판사는 결정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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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투고한 김선하입니다.

오후 내내 다연에서 출간한 책들과 함께 했습니다.

무조건 전진하라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쉼 있는 에세이의 위로가 느껴지는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들어왔습니다.

제 삶과 철학의 스승인 법정 스님을 품은 다연의 한 번 인연은 다 인연이다는

회사 모토가 나를 끌어당겼습니다.

내 엄마 이야기에 팀장님의 희망적이고 에너지 감도는 칭찬 감사합니다.

제가 오전에 생각한 이상으로 과분한 다연 출판과 <엄마>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합시다, 계약~!

전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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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출판사는 내 글이 마음에 든다며 단박에 계약 조건을 알렸습니다. 발행 부수와 인세, 계약금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출간한 책만 보더라도 해당 출판사와 계약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내가 못하는 홍보 마케팅은 부담 주지 않겠다고 하니 그것으로 나는 계약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샘플 계약서를 받아 수정할 조건 사항, 궁금증 명시해서 보내니 요구사항 조정에 오케이 하며 계약서를 집으로 보내왔습니다. 나는 간지 찍어 다음 날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오전에 비가 와서 서류에 겉봉투 두 개를 겹쳐 처리한 후 빠른 등기로 보냈습니다. 일주일 지나 내 통장에 계약금이 들어왔고 문자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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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하 작가님의 옥고를 다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좋은 책 만들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연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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