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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Nov 12. 2023

개 by김훈

혼독함공_독서일지

�읽은공간 /푸밀라홈살롱

�한줄질문 /글쓰기란?     



���책을읽고밑줄에생각을쓰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과 거리를 두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김훈의 소설 <개>를 읽어보면 묘사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오래전 김훈의 인터뷰를 읽고 섣부른 판단을 했는데 두고두고 죄송할 뿐입니다.     


그가 검지와 중지에 담배를 끼운 채 보여준 손짓, 웃음보다는 실소에 가까웠던 굳은 표정, 조금 거친 듯 강고한 말투와 억양. 미디어를 통해 얼핏 본 그는 꽤 무겁고 지루한 고집스러움을 지닌 중견 작가였습니다. 그의 책도 그럴 것이라고 여겼고, 이것이 그의 책을 늦게 읽은 이유였습니다.      


✍✍

김훈 개. 문장과 문장이 서로 주고받으며, 일시적인 장면이 이어져서 무성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단막극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개를 묘사했는데 개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화집도 아닌데 읽는 내내 사람 이야긴가 착각하게 만듭니다.   

  

✍✍✍

작가는 개를 관찰하면서 계속 개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개의 꼬리가 움직일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지, 개의 울부짖음은 언제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가 개라면 어땠을지, 어느새 작가는 개와 일심동체가 됩니다. 나는 나고 개는 개다, 하는 마음이면 이렇게 묘사할 수 없습니다. 나는 개고 개가 나다, 하는 심정이어야 이런 글이 가능한 겁니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쓴다는 것이고, 마음을 쓴다는 것은 애정을 쏟는 것입니다.     


✍✍✍✍

나는 독서가는 아닙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해마다 반복해서 읽습니다. 물론 내가 읽은 고전이 내용보다 표지 디자인에서 끌린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책을 읽는데도 이유가 있듯 읽지 않는데도 명분을 만들었던 겁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편견으로 읽지 않은 그동안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선입견이 오만을 부른 것입니다.


김훈 소설 <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내 글을 펼쳤습니다. 다시 부끄러움이 찾아왔습니다. 거리를 두지 말자. 나는 다시 내 글에 마음을 쓰고 애정을 쏟겠습니다.         

      

���책속엣말     

�0.

나는 개 발바닥의 굳은살을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고통 속에서 여전히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102.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의 저 가볍고 미끄러운 몸놀림은 얼마나 부러운 것인가. 나는 내 발바닥 굳은살로는 건너갈 수 없는 세상에 가슴이 저렸다.      

�121.

영희의 둥근 발뒤꿈치에는 내 발바닥처럼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영희도 세상의 땅을 딛고 돌아다니니까 그런 굳은살이 박인 것이다.      

�175.

봄의 들판을 달릴 때는 발바닥 굳은살이 따듯했고 햇볕에 부푼 고운 흙에 발가락 사이가 간지러웠다.

�216.

개들은 갑자기 사라진다. 골목에서 마주치던 개들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고,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지나간다.     

�221.

할머니가 떠나면 나는 어디론가 가야 할 것이다. (그곳에서 누구든)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거기서 나는 달리고 냄새 맡고 싸워야 한다. 어디로 가든 내 발바닥의 굳은살이 그 땅을 밟고, 나는 그 굳은살의 탄력으로 땅 위를 달릴 것이다.          



#예쁜책&초판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_정약용의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_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눈물나는날에는엄마_김선하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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