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열차는 달려갑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02

by 김선하

1.

세상 모든 의 법칙. 사실 이런 법칙이 사회학이나 과학 분야에 있을 법 한데, 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총 슬픔의 법칙, 총 기쁨의 법칙, 총 수입의 법칙, 총 행운의 법칙... 초반에 받느냐 후반에 받느냐, 한 번에 올인하느냐 조금씩 오래도록 하느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각자 정도와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한 사람이 평생토록 느끼는 감정의 총량은 같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고통스럽고 슬프다면 곧 행복과 기쁨이 다가올 것이라 생각하고 버티길 바랍니다.


사주나 운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사주풀이를 보면 초년 운, 중년 운, 말년 운 이렇게 나누어 말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각자 타고난 운이 있는데 초년 중년 말년 각 쓰이는 운이 있는 것이죠.


2.

소득과 지출에도 그런 게 있지 않나요? 총소비는 다 같이 고정되어 있는데 각자 더 소비하는 영역과 덜 소비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지요.


나는 한 달에 두어번, 대전에서 서울을 오갑니다. 맛집 들러 한 끼 먹고 멋진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 잔 마십니다. 길에서 예쁜 물건을 봤다면 카드 사용에 후해집니다. 그런데 정작 나를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열차 값은 괜히 아깝습니다.


나는 돈보다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열차 비용 아끼자고 무궁화를 타면 왕복 두 시간을 버리는 셈이니 결국 돈과 시간을 맞바꾼 것일 뿐 뭐 하나 아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왕복 2만원 더 지출하는 게 영 껄끄럽습니다. 그러니 나는 나대로 시간과 돈을 모두 아끼는 방법을 찾습니다.


3.

열차 독서.

무궁화를 타고 서울 대전을 오가는 시간은 총 4시간. 200페이지 분량 책 한 권은 읽을만한 시간입니다. 나는 일주일에 보통 한 권의 책을 읽습니다. 하루 평균 50에서 70페이지를 읽어야 합니다. 두 해전부터 하루 독서로 읽는 양을 바꾸었습니다. 양을 바꾸었다기 보다는 읽는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일정 페이지로 나누어 읽던 것을 반나절 몰입해서 한 권을 다 읽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4.

학교 다닐 때 도서관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날 대출한 책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읽고 바로 반납하고 집에는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리는 건망증 탓도 있지만, 손에 무엇을 쥐고 다니거나 가방 무거운 게 싫어서입니다. 한자리에서 한 권을 읽고 마무리하는 게 내 독서 취향이 되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듯, 열차에 앉아 칙칙폭폭 소리를 독서실 백색소음 삼습니다. 창밖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바깥 풍경 덕분에로책 한 권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읽은 한 권의 책을 창가에 세우고 인증샷도 찍습니다. 그러면 책 내용과 느낌에 성취감과 몰입감이 더해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은 수요일에 서울 가던 것을 토요일로 옮기고부터 열차독서를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서울을 다녀올 때는 시간에 쫓겨 KTX를 이용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반나절 독서, 열차 독서 뭐 이런 모임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괜찮지 않나요?


5. 읽고 쓰는 행위는 좋아서, 취미삼아 가볍게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고, 깊이있는 독자가 되면 하는 일에 책임과 의무가 더해 항상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취미이건 일이건 지속적으로 하기위해서는 같은 일에도 일탈이 필요합니다.


보통은 딱딱한 의자에 바른 자세로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열차독서로 가벼운 일탈을 맛보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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