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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Jul 12. 2024

책과 나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혼독함공 독서일지


책방으로 가다 /글 그림 전지영 /요가와 책 /183쪽



소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아, 그랬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느낌표같은 물음표 문장.      

그래서 어떡해? 어떡하라구!     


소설도 여행도 삶도 다 그런 것 같다. 여기서 출발해 저 끝에 머물면 뭔가 나올 것 같고, 나아질 것 같고, 완성될 것 같다. 그런데 종착역에 도착해보면 별거 없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출발하려고 시작 버튼을 누를 뿐.      

가끔 이번 생은 끝났다. 자포자기할 때가 있다. 아무리 고쳐 쓰려고 해도 방도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소설과 여행은 다행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마음에 안 들면 서둘러 마지막 장을 덮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다른 소설 첫 장을 펼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살리고 싶다면 이야기를 연결해서 내가 새로 창작해버리면 된다.


여행 도중 비가 온다면 관광지 대신 미술관이나 도서관에 머문다. 맛집이 기대 이하였고 생각보다 멋진 경치를 만나지 못했다면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바꾸어가면 된다. 순간 망친 기분은 어쩔 수 없지만, 물리적인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여행 전날, 정확히 출발 몇 시간 전에 트렁크에 옷가지와 당당이가 부탁한 물건과 책 몇 권을 넣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짐을 풀어헤치고 다시 정리했다. 수화물 중량에 맞추어야 했다.


다시 뉴질랜드를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가져가야지 했다. 지금 작업중인 원고에 기여한 알렝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그리고 뉴질랜드 처음 방문 때 읽은 소로의 <월든>. 두 책이 소개된 <책방으로 가다>.      


<책방으로 가다> 안에는 뉴질랜드가 나온다. 별거는 없다. 그냥 뉴질랜드 다녀와서 글을 쓰게 되었다는 그러나 크게 달라진 삶은 아니라는.     


여행에 다녀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책 한 권 읽었다고 큰 교훈을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만, 크게 변화된 것은 없다. 단지 내 안에 생각 하나가 더해져서 한 번 더 단단해질 뿐.     



#혼독함공독서일지

#예쁜책초판본양장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정약용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p.40 알렝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런던 히쓰루 공항의 소유주로부터 탑승객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터미널에 머물면서 그곳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 작가의 강렬한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p63 나는 삶이란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진저리를 내고 있었지만 어쨌든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보고 있었고 그것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 알고 있었다.      


�p89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드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었다. 신선한 공기와 새소리 비가 내리는 더욱 짙어지는 숲의 향기가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방인이면서 동시에 주변인의 기대에 어긋난 자신을 견딜 수 없어 한다.     

�p178 에필로그/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2003년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였다. 나는 문장을 읽는 즐거움 대신 시각적인 화려함에 이끌리는 분류다. ... 하지만 그때와 달리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지 않는다. 위대한 천재들이 남긴 영원한 유산 보다 그저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순간에 대한 애정으로 오늘을 채운다. 아름답게 유영하다가 이내 흩어져 사라지는 것들 그 안에는 남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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