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쥴리(7월에 태어나 JULY인데 발음상 쥴리란 한다), 하정(하“는 한자로 여름 하를 쓴다, 물론 여름에 태어나진 않았다.)정이 등장한다. 나는 선하다. 여름 하 대신 물 하를 쓰는데, 물이라면 겨울보다는 여름이 어울린다. 여름에 태어났다고 해서 영어 이름이 JULY에서 발음상 줄리JULIE라 부르라 한다.
오늘은 책 말고 이 책을 쓴 작가을 일지에 남기고 싶다. 왜? 이 책은 스포일러가 없다. 그냥 보면 된다. 봐야지 들어서는 안 될 책이다.
올 봄, 문자를 받았다.
“선하님이 들으시면 좋은 강연이 있어요. 좋은 여름 하정 작가님이 독립출판과 글쓰기에 대해 다 쏟아내실 거예요.”
그런데 어쩌지. 나는 지금 모임에 참석 중이고, 지금 출발한다 해도 금요일 저녁 교통 사정으로 짐작건대 여기서 은행동 서점 다다르다까지는 족히 1시간 걸린다.
그런데 또 어쩌지. 난 하정 작가님을 꼭 만나고 싶은데. 그녀의 글쓰기와 편집 이야기를 꼭 듣고 싶은데.
문자를 보냈다.
“지금 출발하면 한 시간 늦을 텐데. 그래도 갈게요.”
“얘들아, 나 가봐야겠어. 내가 꼭 듣고 싶은 북토크인데 오늘 아니면 언제 또 들을지 장담 못 해. 즐겁게 놀다 가, 진짜 미안해, 먼저 간다.”
그리고 제한 속도 구간을 제외하고 도로와 타이어 마찰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속도를 내어 다다르다에 다다랐다.
그녀의 글쓰기와 편집 노하우. 그녀는 프리미엄급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무더운 여름 목마름을 그늘로 대신해 주듯, 나의 글쓰기와 출판 편집에 한줄기 물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두어 달 지난 지난 주, 우리동네 서점 바베트의 만찬에 주문한 책을 가지러 갔다. 서가를 둘러본 내 눈에 빨간 양장 한 권이 들어온다. 그렇지, 하정 작가의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다. 귀여운 할머니를 페이퍼북으로 경험한 나였지만, 양장은 못 참지. 머뭇거림은 다음 독자에게 책을 빼앗길 뿐.
“사진 봐봐, 너무 예쁘지 않아? 표지도 봐봐 색깔 죽이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사진을 본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게 자랑한다. 뜨거운 여름, 작렬하는 태양 아래 붉은 양장, 그리고 스며드는 그녀의 따스한 단어와 문장.. 시샘과 질투가 이런 거라면 그녀가 찍은 사진은 또 어떤가.
#혼독함공독서일지
#예쁜책초판본양장본N독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정약용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합니다
�p.24 누군가의 집에 머문다는 것은 그의 향을 흡수하는 일이다. 그가 사용하던 숟가락 접시 침대를 내가 쓴다. 치약이나 샴푸 세제 따위도 얻어 쓴다. 그가 밑줄 그은 책을 읽고 그의 체형 대로 모양이 잡힌 옷을 빌려 입는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서 나는 향이 같아진다.
이 작은 엔티크 하우스의 백미는 인형의 집이다. 줄리 엄마가 그의 엄마로부터 물려받고 가지고 놀던 인형의 집은 한동안 박물관에 전시되었다가 줄리의 거실에 자리 잡았다. 지금은 게스트용 침대와 사무공간을 분리하는 파티션 역할을 하고 있다.
�p.187 쥴리가 씁니다.
“네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나누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야. 우리가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몰라.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베풀고 나누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마치 수면 위의 잔물결이 저 멀리까지, 우리가 알 수 없는 곳까지 닿는 것처럼.”
�p.188 아네트가 씁니다. “나이에 새로운 눈을 통해 일가족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흔히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고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예술가와 세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가장 감사한 바입니다.”
�p.204 물건뿐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나 말, 손길, 시선, 관심 하나하나가 사람에게 남겨져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우리는 같았습니다. 내 밖으로 꺼내어져 누군가에게 전달된 무언가가 인생에 남겨질 이야기이자 유산이 된다는 것을요. 버스 안에서 줄리가 제게 보내준 눈인사가 그랬듯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