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하게 세밀하게 읽고싶어서
혼독함공ㆍ독서일지
13mm의거리 #강성욱 #글멋
남발하지 않은, 빌려쓰지 않은,
절제된 온전한 그의 것
상록수 같은 꼿꼿함으로
현미경 같은 세밀함으로
프리즘 같은 유연함으로
작가를 닮아보려고, 느리게 읽고 싶어서,
작정하고 늦도록 읽어내려간 그의 것
책을 덮고 또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벌떡 일어나 내방을 둘러본다
스캔하듯 지나치는 내 공간을 관찰하고 측량한다
내 방을 메운 것이라 해봐야
15년 된 딸애 침대와 10년 된 책상과 의자
남겨진 공간에 딸애가 쓰던 하얀 장스탠드
그리고 어제 읽고 덮어 둔 책과 널브러진 옷가지
오늘 섬세함과 세심함을 빌어 내방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인다
추석 바람이었어야 할 이 가을 바람이 이제야 방안 가득 채워지고
그 바람에 내 책 내 옷 내 커튼이 난다
#혼독함공독서일지12969
#예쁜책초판본양장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정약용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p.37 가지고 있겠다고 해서 크게 불편할 일은 없습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니 적당한 곳에 담아두면 되지만 그저 가지고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서랍 어딘가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습니다. 작별의 품격
p.93 빼곡하게 차 있는 달력을 보며 이름 모를 뿌듯함에 있다가도 텅 비어있는 다음 달 달력을 볼 때면 되레 마음이 편해지는 이상한 감정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매일에 충실하고 하루를 올바르게 살자.
p.105 따라서 ‘당연히’ 가 만들어내는 동사와 형용사와 다른 부사의 억울함과 슬픔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당연히’를 허용하는 순간 매일 새롭게 태어나던 세상은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멈춘 채 구태의연함 속에 빠져버리기 때문이죠. 회색으로 얼어붙어 있는 그 속에 죽어버린 세상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p.150 제 숨결이 가장 많이 묻은 방 안에 함께 거주하는 작은 녀석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대상은 관측해야만 비로소 실체가 존재하고 관측하기 이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얻은 제 관측의 결과가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적절한 울림을 가져다주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