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트북 화면이 코치와 나를 향하도록 합니다. 나를 재평가하고 자신감을 끌어올린 후 수정된 원고 작업이 일주일 지났습니다.
그는 먼저 원고 제목으로 글의 흐름을 파악한 듯 "볼까요?" 말과 함께 감성과 이성을 적절히 섞어 가늘지만 낮은 톤으로 낭독하듯 읽어 내려갑니다. 중간에 한 번 읽기를 쉬어서는 고개를 갸우뚱, 안경테를 고쳐 올립니다. 그리고 다시 읽더니 또 한 번 숨을 고르고 이번에는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단어를 뱉어냅니다.
"어어?...."
혼잣말이지 들으라고 묻는 말인지 쉽게 판단이 안 서는 애매한 단어를 내뱉고는 다시 원고에 눈을 돌립니다. 꽤 길었던 글을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감정 추스르며 노력해 결국 다 읽었을 때, 아껴두었다는 듯 내뱉습니다.
"
아, 뭐죠?
좋은데요!
잘 읽혀요.
문장이 바르고 묘사가 명확해요.
그래서 쉽게 잘 읽혀요.
"
2.
이어지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칭찬에 쐐기를 박습니다. 내 글이 처음 읽는 코치에게 끊기지 않고 쉽게 읽혔던 이유는 하나, 쉽다는 겁니다. 군더더기가 없어 간결하니 명료하답니다.
아,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학생인 내 글을 마음에 들어 했다니 학생인 나는 영광이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좋다고 칭찬한 글의 정확한 범위와 의미는 알 수 있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칭찬은 칭찬이고 나는 또 의심을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때로는 과한 칭찬이 사람 들었다 놓을 때는 바닥에 내팽개치듯 하기에 의심을 합니다.
"
우리만 좋은 거 아닌지?
힘내라고 하는 소리일까?
아니 좀 더 정확히 어디가 좋다면 나쁜 곳은 어딘지?
"
3.
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믿습니다. 그때부터는 누가 그 사람 조심하라고 말해도 듣지 않습니다. 뒤통수 맞지 말라고 경고해도 소용없습니다. 믿기로 했으며 그냥 믿고 봅니다. 그게 내가 신뢰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속임수를 쓰고 거짓을 말하고 뒤통수를 치더라도 내가 향하는 믿음이 강력하다면 그는 배신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시간 차를 두고 합리적인 끊임없는 의심을 합니다.
4.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칭찬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의도한 칭친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 잘하는 학생에게는 과한 칭찬이 독이 되고 자만에 빠트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확히 무엇을 칭찬하고 있는지, 예전보다 어떻게 나아져서 칭찬을 한 것인지, 싱대가 납득이 가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잘했어 좋아 대단해"
이런 흔한 말로는 머리 좋은 아이들에게 칭찬해 봐야 뻔한 소리 한다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학생일수록 구체적으로 정확히 콕 꼬집어 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칭한해 주고 의심받기 십상입니다.
"다음에 잘하자 괜찮아"
썩 잘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도 이런 말이 위로나 격려가 되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못한 게 뻔한데 격려랍시고 괜찮아했다면 눈치가 빠른 학생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뻔합니다. 빈말하지 마세요!
결과가 좋지 않은 학생에게는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정을 지적해야 합니다. 잘못만을 언급하지 말고 지난번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디를 왜 실수했는지, 반박할 수 없게 지적해야 합니다.
물론 채찍 뒤에는 반드시 당근이 따라와 주어야 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에 대한 칭찬은 필수입니다. 실수했더라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칭찬할 것을 찾아내서 반드시 주눅 든 마음을 살려주고, 다시 잘할 의지를 살려주어야 합니다.
5.
코치는 지난주 문장 몇 개를 읽으면서 누가 봐도 뻔한 주어는 생각하는 것이 좋다, 주어가 반복되니까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거추장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섯 번 이상 수정이 되면 다음부터는 내 글이 암기가 되다시피 합니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지루하고 대충 넘깁니다. 아는 뻔한 내용이니까요. 하나의 포인트를 두고 수정하면 덜 지루하고 대충 읽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며 반복된 주어, 누가 봐도 뻔한 주어를 삭제했습니다.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아,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게 수정한 원고가 코치의 칭찬을 불러왔습니다. 필요이상 반복된 단어들이 빠지니까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내가 읽기 쉬우니 독자도 좀 더 쉽게 읽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한 지적에 수긍한 나의 노력은 독자의 반응으로 실감합니다.
내 책을 읽을 독자들의 가장 많은 반응은 책 읽기 싫어하는데 "술술 읽히더라." "글 참 쉽게 쓴다."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모두의 소재가 주는 공감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단순함.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 필요 이상의 단어, 반복된 단어, 뻔한 단어를 지우는 수정의 단계가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6.
잘 썼다는 칭찬에 올라간 어깨뽕을 내리고 왜 칭찬을 받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가 되었다면 다음은 그 자신감으로 쭉 밀고 나가는 힘이 생깁니다. 내 글이 쉽게 쓰였고 내 책이 빨리 나왔던 계기는 바로 칭찬이었습니다. 분명한 칭찬 말이지요.
나는 고래가 물속에서 춤추듯, 글 속에서 맘껏 펜을 굴렸습니다. 구체적인 칭찬이 구체적인 성장으로 이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