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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Oct 18. 2024

오만과 편견, 당신은 어디인가요?

혼독함공 독서일지


#모두의질문 / 내가 혹은 당신이 오만과 편견이 겹쳤을 때 우리는 서로를 떠난다. 그러나 내가 그 하나만 가졌고 당신이 다른 하나를 가졌다면 우리의 관계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나는, 당신은, 오만인가 편견인가

#오만과편견 #제인오스틴 #더스토리 #혼독함고독서일지14495 #나도웃고언니도웃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깊은 사고력에 대한 오만으로 가득 찬 메리가 나섰다. 인간에게 매우 흔한 약점이야.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에 따르면 오만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성향이야. 인간은 본성적으로 오만에 빠지기 쉽게 되어 있어. 그리고 실제건 상상이건 자신의 특성에 대해 나름대로 자만심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해. 허영과 오만은 흔히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거야. 허영이 없는 사람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봐 주기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에 서 비롯된 거야. 『오만과 편견 40쪽』


처음 언니가 일 하나를 제안했을 때, 나의 고집과 주장이 강했다며 그때 나에게 넌 오만해, 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해 지나서 다시 일을 맡겼을 때, 나의 고집과 주장은 더 강해져 있었다.
 
“꼭 그렇게까지 생각할 건 아니야, 네 일만 정당하고 의로운 것은 아닌데. 역시 넌 오만해.”

나는 그리 정의롭지도 강직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고, 그 일을 위해 하고 싶지 않은 부수적인 것도 기꺼이 하는 편이다. 사람을 사귈 때는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 함께 일할 사람 조사는 하면서 전해 듣는 평가는 내가 한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고자 하는 일 자체에 대해서는 선 긋기가 분명한 편이다. 나와 맞지 않은 일이라고 선입견이 생긴 일에는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않는다. 몇 차례 유혹이 있었지만, 과감히 등을 돌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가에 비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선뜻 시작했고, 하는 동안 두어 번 이런 방식은 아닌데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이만한 조건이 없는데 하며 괜한 자존심을 내세운다고 수군거렸다. 나는 그 일을 하는 동안 불편했고, 거칠어졌고, 억지스럽게 진행된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마무리 하루를 앞두고 나의 이름을 지워달라 중도 하차 선언을 하며 계약금을 토해냈다.

우리가 왈가불가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아가씨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야. 그 아가씨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증명할 뿐이지. 이를테면 분별력이나 예민한 감정 같은 거 말이야.  『오만과 편견 268쪽』


가족이나 친구보다 속을 보이는 우리는 이상적인 꿈과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 서로 민낯을 보이며 거짓 없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서로가 하는 일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위로나 격려보다는 조언과 충고를 한다. 가끔 서로의 행동에 대해 묵인해주거나 그냥 넘어갈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수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족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그냥 그럴 수 있어, 하며 넘어가 준다. 아주 가끔. 오늘 언니는 한참 생각하다가 나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그녀 성품 그대로 말했다.

“그래. 억지로 끌고 온 나도, 중간에 그만둔 너도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 그런데 너는 처음부터 편견을 가졌었고, 진행하는 동안 오만했어. 하지만 괜찮아. 오만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야. 아직까지 오만방자하지 않으니까. 다음에 다시 해보자.”

지난 시간의 고생과 방황은 오늘로써 종지부를 찍고 웃었다. 언니는 내가 편안해졌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언니도 웃었다. 우리는 쓰디쓴 웃음을 지으면 밥이나 먹자, 했다.

p.s.
내가 애정하는 오만과 편견을 다 읽고 나는 격정 멜로 로맨스다운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진짜 오만과 편견이 불러온 불상사를 써버렸다. 내 오만과 편견의 로맨스 독서일지는 이전에도 몇 번 쓴 적이 있으니 오늘은 이런 나의 독서일지를 용서한다.

#혼독함공독서일지
#예쁜책초판본양장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정약용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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