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혹독함공은 듣기 정리 공유입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19
1.
"혼독함공? 항공기 종류냐?"
혼독함공 한다, 고 십 년 가까이 소문내고 다니는데 다들 나에게 관심이 없는지, 나의 혼독함공이 궁금하지 않은지, 그게 뭐냐고 물어보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 물어보는 사람도 엉뚱한 답변으로 내 의도를 무시하는 듯해서 말을 말자!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혼독함공을 알려주려 합니다.
혼독함공: (무엇인들) 혼자 독하게 하고 함께 공유한다.
2.
"요즘 뭐 해?"
"뭐, 그냥! 뭐 좀 해."
"뭐 하느라 바쁘냐?"
"뭐, 그냥! 하던 거 하지."
내가 요즘 하려고 하는 것을 신나서 말하면 "하다 하다 그런 것도 하냐"며 비아냥 섞인 답이 돌아옵니다. 시작도 전에 초치는 소리를 듣느니 그냥 얘기하지 않고 혼자 하기로 한 겁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같이 하면 더 신날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보여줍니다. 대부분 "좋은데~" '아 하고 답을 합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좋지만 하긴 싫어' 속엣말에 묻어나옵니다. 여러 번 겪고 나니 이후부터는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같이 할래? 함께 하자!" 하지 않고, 그냥 혼자 조용히 시작합니다.
특공대!!! 홀로 특공대 에둘러 말하면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뭐 둘 다 뉘앙스만으로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해주어야 혼독함공다워서 표현해 봅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초치기 싫어서, 함께 하자 하고 도중에 싫다고 하면 나도 싫어질지 모릅니다. 자칫 제안을 거절한 어색한 사이가 될까 처음부터 혼독함공을 자처합니다. 결과가 나올 무렵 "이거 하느라 바빴어.", "이러고 놀지." 하며 이야기합니다.
3.
최근 시작한 혼독함공 하나가 있습니다. 어언 삼 개월이 지났으니 이제 시작 단계는 아니고 제법 자리도 잡은 듯 하니 이야기합니다. 아침 강연을 "듣고 정리 공유" 중입니다. 아침강연을 듣게 된 계기는 미라클 모닝이니 자기 계발이니 하는 거창한 의도는 없습니다. 단순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함!!!
나는 결혼 전까지 올빼미족이었고, 결혼 후 몇 해 전까지 새벽형 인간이었습니다. 새벽 4시 반, 늦어도 5시면 혼자 일어납니다. 찬물 한 잔과 스트레칭 그리고 새벽 공부 후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청소합니다. 이른 새벽 시간에는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커다란 알람이 될 수 있기에 막대 부직포 청소기나 걸레로 이곳저곳을 닦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가족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새벽 일거리는 조용한 범위 내에서 범위를 한정지어야 합니다.
그러다가 최근 아이들 아침 등교가 내 손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결혼 전 나태함과 게으름이 한 번에 훅 들어왔습니다. 늦잠을 자기도 하고, 아침 등교가 끝나면 다시 침대로 들어와 말 그대로 침대 밖은 위험해! 가 되었습니다. 나태함과 게으름이 부지런함과 성실을 이기고 그 틈에 들어와서는 안착하고 만 것입니다.
한 커뮤니티에서 아침강연을 들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계속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핑계를 내다보면 일주일에 네 번 강연이지만 실제로 한 두 번 듣고 말 것입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고 파악합니다. 그러니 예상 가능한 것입니다.
4.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재 잡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침 강연을 듣기 위해 일찍 일어나기 vs. 일찍 일어나서 강연 듣기
그런데 혼자 하는 사람에게서 한계가 나타납니다.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오래갈 수는 없습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딱 그렇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가려면 함께 가라 했는데 지금 경우는 또 그런 것도 아닙니다.
순서야 어떻든 하루 이틀 하고 나면 '내가 왜 하지? 왜 이러고 있지?' 답 없는 질문에만 갇히고 맙니다. 하는 일에 뚜렷한 이유나 명분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조건만 만들면 됩니다. 그래서 목표가 아침 강연 듣기면 이유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정합니다.
그래서, 나의 아침 강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혼자 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소문을 내야 합니다. 자기 확언 같은 것입니다.
5.
"나는 매일 아침 누구누구의 강연을 듣고 정리해서 단체 톡방에 올리겠습니다. 좋아서 하는 겁니다. 누구의 제안도 강요도 없이 나 혼자 하는 일인데 꾸준히 하고 싶어서 이렇게 모두에게 소문 먼저 내고 실천하겠습니다."
이렇게 선포를 해버리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게 됩니다. 가끔은 자발적인 행동에 간섭과 강제를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갑니다. 무심한 듯 흘겨보는 사람도 있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 중에는 감사히 읽고 있다는 칭찬과 고마움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 맛에 나는 또 지속가능한 그것을 하는 것일 테지요.
6.
혼독함공, 혹독함공러는 오늘도 좋아서 합니다. 좋은 것을 꾸준히 하려고 소문내고 시작합니다. 결과는 함께 공유합니다. 때로는 그 공유 대가가 칭찬이고, 응원이고, 격려이고, 감사입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무엇인들 혼자 독하게 하고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당분간 나의 혼독함공은 "아침강연 - 듣고 정리 공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