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합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18
1.
"작가님은 여기서 원고가 써지세요"
"아, 새로운 원고를 쓰는 건 아니고요. 조금 전에 얘기 나누었던 원고 다시 보는 거예요. 아까 배운 거 복습하는 거죠. 집에 가면 까먹거나 안 하거나. 그래서요."
귤이 담긴 작은 바구니를 나에게 슬그머니 내밀며 내 노트북을 쓱 훑어봅니다. 끝났으면 집에 가야지 하는 질문 같기도 하고, 집에 안 가고 무엇을 하나 궁금한 표정 같기도 하고. 그래서 대답해 주었습니다.
함께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나는 수첩에 메모해 둔 것을 노트북 옆에 펼치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립니다.
2.
"주어 어딨니? 여기서 주인공은 누가 봐도 이 친구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기서는 주어가 필요하고, 여기서는 주어가 굳이 필요치 않고." 매번 같은 실수를 하는 녀석에게 나는 또 매번 같은 지적을 합니다.
그런 글쓰기의 뻔한 룰을 정작 나는 지키지 않아 지적을 받았고 그것을 잊지 않겠다며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오늘 메모도 역시나. 글 쓰는 사람에게 너무나 뻔한 것입니다. 문장에 주어가 무엇이냐? 주인공이 누구냐?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뭐 이런 얘기였지요.
수첩에 적으며 손이 기억하고, 입으로 다시 한번 반복하며 머릿속에 넣어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한편, 메모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압니다. 제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대단한 선생님께 배우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면 일상에 쫓겨 실행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나 내가 코칭을 받을 때 만든 규칙이 있습니다.
그날 배운 것은 그 자리에서 복습하고 돌아오자.
3.
일을 시작하면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편입니다. 책을 어디까지 읽기로 했으면 목표한 페이지를 다 읽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느질을 시작하면 엉덩이에 쥐가 나고 얼얼할 때까지 앉아서 매듭을 지어야 일어납니다.
집중과 몰입에 특화되었다고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천 피스 퍼즐이나 미니어처, 혹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정주행을 시작했다면 문제는 커집니다. 하루 24시간, 거의 모든 시간 동안 밥도 안 먹고 화장실 가는 것도 최대한 참고 버팁니다. 시작한 일은 어찌 되었든 끝이 나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이 나에게는 있습니다.
4.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 오늘 수업하고 내가 낸 숙제는 오늘 하자!!!
그래서 숙제 인증 기한은 수업한 당일 자정까지입니다.
보통 월 수 금에 수학을, 화목에 영어를 수업했다고 치면, 화 목 토에 수학 숙제를 월수에 영어숙제를 합니다. 결국엔 수업이 끝나고 복습으로 낸 숙제를 당일에 하지 않고, 수업 오기 전에 가까스로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학습과 복습의 시간 간격이 벌어질수록 배운 것을 까먹는 범위는 그만큼 많아집니다.
배운 것을 쉬는 시간에 일차 복습하고, 집에 가서 숙제하면서 다시 배운 것을 이차 반복하고, 수업 전에 다시 한번 복기하면서 삼차 복습을 한다면, 최고의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건 내 생각이면서 학습 전문가가의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학생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학원 수업이 늦게 끝나고 집에 가서 씻고 숙제하려면 벌써 자정이 되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시간에 도저히 마칠 수 없습니다. 숙제 시간 규칙은 관대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웬만하면 숙제마감은 당일을 고집합니다.
5.
그런 학습 효과를 알기에 코칭이 끝나면 바로 나와서 테이블에 앉습니다. 메모를 읽고 원고 수정하며 바로 복습에 들어갑니다. 한 시간 코칭을 하고 나와 두어 시간 원고를 수정합니다.
이 또한 학생들에게 한 시간 수업 후 두 시간 숙제 양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학생들의 개인 능력으로 1:2 법칙이 역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나는 학습도 습작도 같은 규칙을 적용합니다.
배우는 동안, 쓰는 동안, 나의 룰을 지키겠습니다. 나의 학생과 나 자신에게 두 가지 비례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 배움과 복습의 시간과 양의 비율은 1:2
그날 코칭받은 것은 그날 수정, 코칭과 수정 비율의 시간과 양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