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누가 내 장례식에 와줄까? 요!

쓰는 자의 작은 철학 031

by 김선하

1.

내가 쓴 엄마책에는 100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내가 보통 그것을 꼭지라고 부르는데 그 한 꼭지마다 하나의 음악, 미술, 책, 여행, 음식, 사람 등 다양한 배경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 하나로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워 울부짖습니다. 발에 치이며 여기저기 굴러다닌 돌덩이 하나가 엄마와 함께 갔던 여행지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막내 삼촌집을 가는 길과 사찰 둘레길에서 투정 부리던 엄마 표정이 떠올라 사무치던 해에는 딸아이와 함께 그곳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왔습니다.


누군가가 심심하면 한 번 봐라 하던 심심풀이용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는 이후로 엄마 생각에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외울 만큼 보고 또 보았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는데도 한 숟가락 입에 넣고는 엄마 냄새가 기억나 결국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말았던 적도 있습니다. 엄마 제사상에 올리려고 가족끼리 읽자던 헌정시집이 서점에서 만나는 책 한 권이 되어 남은 가족에게 미안함을 곁들였습니다.


이 많은 엄마 풍경을 책에 모조리 쏟아내는 동안 엄마를 주제로 한 소설과 시, 에세이를 많이 읽었습니다. 엄마와 죽음이 등장하는 영화도 찾아보았습니다. 그중 엄마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죽음과 장례식이라는 책제목에 이끌린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2.

내 예상과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슬프고 그리운 죽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죽음 후의 그리움과 애달픔이 없습니다. 그냥 장례식에 와 줄 사람을 염두하지 말고 그래서 눈치 보며 속 끌이며 살지 말고 나답게, 나나 잘살자, 는 현실적이고 심플한 책입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을 제시하고 있는 명쾌한 에세이입니다.


내가 가끔 sns에 올리는 책서평 인사말은 이렇습니다.

"책소개말 책속엣말 -책을 읽다가 밑줄을 그어 생각을 더합니다."

이렇듯, 내 안에 들였던 문장을 꺼내어, 내 말을 보태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과 고민에 대한 답은 계속해서 변할 테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추구하는 것들을 응원해 줄 사람들과 함께 평생을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누가 내 장례식에 와줄까? (김상현 저, 필름출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환대와 추앙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환대는 미소로 대하는 것이고, 추앙은 믿고 응원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환대하고 추앙하면서 행복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말입니다.


멕시코가 배경인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기억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은 자들의 날에 저승에 있는 대상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거나 기념해 주지 않으면 저승에서 마저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기억하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은 나의 어떤 걸 기억할까? (김상현 저, 필름출판)


이 책 주제이며 나에게 던진 ‘내 장례식에 누가 올까?’에 대한 답이 되겠습니다. 오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를 어떻게 기억해 주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이러면 또 타인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나는 나답게 나나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너무 많은 것을 곁에 두려고 하면 스스로 견디기 힘들어진다. 가끔은 내려놓기도 하고 또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무겁게 걸어가지 않았으면 싶다.... 모든 걸 짊어지고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 버리고 놓아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신선한 기분 뭐든 될 것만 같다. (김상현 저, 필름출판)


살다 보면 힘들 때는 꼭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힘든 순간은 꼭 있습니다. 그때는 ‘아 지금 힘든 시간이구나. 잘 버텨보자’ 하면 됩니다. 나에게 버티고 지낸 시간은 돌아보니 거기까지는 견딜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또 한 번 버티고, 그러면서 살아가렵니다.


힘들게 읽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두고두고 마음에 꼭 들어앉은 말들이 많은 그래서 생각하는 시간을 던져준 책이었습니다.


3.

글을 쓴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남의 글을 읽는다는 것,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남을 들여다보았던 시간.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읽습니다. 또 읽기 위해 씁니다. 나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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