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문제를 풀겠습니까?
읽는 자의 일상 철학 035
1.
나 치매야?
내가 정신줄은 놓은 게야?
아침저녁, 적어도 하루 한 번은 걷는 길입니다. 그런데 신호등 앞에서, 건널목 건너며, 마트를 향하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며, 멈 짓 할 때가 있습니다.
왼쪽? 오른쪽? 안전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진짜 어느 방향으로 갈지 헷갈린 겁니다. 이보다 더 심한 날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내가 어디로 가려고 여기 서있는지조차 모르고 아! 나는 여기 왜 서있는 걸까? 하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할 일이 많다! 바쁜 하루가 되겠어! 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지? 무엇이 더 중요하지? 선뜻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합니다. 아침에 내 앞에 해야 할 두 서너개의 일을 그냥 그날 느낌따라 닥치는 대로 해버리곤 합니다.
순리대로라면 하나를 우선 해결하고 다음 것에 착수하면 됩니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고민 없이 순서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고, 시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시간을 들이면 될 것입니다.
문제는 풀어야 하는 것인제 정작 어떤 문제가 우선이고 중요한지, 먼저 할 것을 알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다음은? 하고 그대로 멈춥니다. 나아가질 못합니다.
2.
나는 애간장을 잘 태웁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보는 날, 시험 전날 직전 보강을 하는 날, 점수가 발표된 날. 학생보다 내가 더 애가 탑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용기를 북돋으며 으쌰 으쌰 파이팅 외칩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학원 강사보다는 부모 된 마음이 앞서서 피가 마르듯 입 안에 침이 마릅니다.
글을 쓸 때도 까짓것 의자에 앉아 펜 들고 쓰면 글이지! 허세를 부립니다. 그러다가 쓰던 글이 막히면 머리 회전이 멈추고 생각의 전원이 차단됩니다. 잘 써지는 날은 베스트 작가가 될 것 같다가도 안 써지는 날은 세상 다 살고 저승길 가는 날 받아놓은 사람처럼 맥없이 멍하게 있습니다.
글을 쓸 때도 똑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썼으니 내일은 다음부터 이어 쓰면 되겠다! 하고 노트북을 닫습니다. 다시 오늘이 오면 어제에 이어서 쓰면 되는데, 노트북을 열어보니 뭐 하지? 혼자 묻고 있습니다.
하룻밤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그 새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 연결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를 이어 줄 동아줄이 끊어졌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놓친 걸까요? 암담합니다. 암흑 속에 불빛이 보이질 않습니다.
겨우겨우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았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어쩌라고? 낙담하거나 불평하거나 고민만 합니다.
두 무릎 포개어 턱 아래 두고는 넋을 잃고 애먼 손톱 깨물어 손가락 끝이 벌겋습니다. 얼마나 글을 쓴다고 그런 유난을 떠냐 하겠지만,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있는 일입니다.
3.
풀리지 않는 것을 풀려고 애써봐야 머리만 아픕니다. 종이와 만다라 차트와 다이어리를 꺼냅니다. 색볼펜도 두어 개 여분으로 종이 위에 놓습니다. 끄적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다이어리는 오래전부터 해왔고 만나라 차트는 올해부터 시작했는데 꽤 효과가 있습니다.
둘 다 문제가 된 곳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문제 원인을 하나씩 나열합니다. 다이어리는 나열한 문제의 원인 중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하나씩 삭제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하나가 남습니다. 그게 지금 내 앞에 가장 큰일이고 중요한 일이고 해야 할 일입니다.
만다라 차트는 원인 중에서 하지 않으면 차후에 발생할 더 큰 파장을 적습니다. 그러면 가장 큰 파장이 내가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이 글이라면, 사람 사는 일과 글 쓰는 것이 비슷하다면, 이들의 문제 해결도 비슷합니다. 앞으로 나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이 막혀 막막할 때, 나만의 시간을 내어 고요 속에 머뭅니다. 통찰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4.
간즉구진!!!
사전에도 사자성어에도 신조어에도 없는 말입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지은 말입니다.
간. 단하게
즉. 시
구. 체적으로
진. 심으로
간즉구진. 스스로 진실하게 묻고 답을 구하라! 추상적으로 두리뭉실하게 에둘러 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정확히 묘사하듯 말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고 나를 들여다보고 답을 찾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추상적이라면, 질문의 형태를 바꿔보길 바랍니다. 내가 무엇을 입고 있는가? 무엇을 듣고 있는가? 무엇을 먹고 있는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 내가 어디에 있는가? 추상적인 질문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면 답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집니다.
나에게 글쓰기는 무엇인가? 다시 질문을 바꾸면, 나는 무엇을 쓰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답은 가까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