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책을 위한 글쓰기는 달라야 합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36

by 김선하


1.

매점 갈 거냐?

응! 배고파!

소씨랑 크리ㅁ빠ㅇ?

소시지랑 크림빵?

응!


나는 쪽지 날리기 여왕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 친구에게 급히 전할 말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노트 한쪽을 찢어서 내용 적은 쪽지를 던졌습니다. 그러면 다시 여백이나 뒷면에 답을 적은 쪽지가 돌아옵니다. 이제는 핸드폰 문자나 카톡, 디엠이 그것을 대신합니다.


쪽지나 편지는 핸드폰과 패드라는 도구적 변했을 가져왔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가 쓰는 단어와 문체도 신조어와 유행어를 넘나들며 유행처럼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물론 표현 도구와 방법은 변했지만 글을 쓰는 이유,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상대가 있는, 독자가 있는, 글의 역할은 소통입니다. 짧은 글, 길 글, 웃긴 글, 설득하는 글. 이 모든 글은 대상과 목표에 따라 표현이 다르지만 결국은 소통하고 공감하고 행동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읽을 상대, 독자가 없는 글은 표현하는 접근부터 다를 수 있습니다. 일기와 다이어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고 계획하는데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노트를 구비합니다. 다이어리 덕후는 아니고 그저 기록할 목적으로 해마다 한두 권씩 채웁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나 쪽지는 일기와 다이어리처럼 비교적 사적이고 비밀스럽습니다. 해서 나만의 언어로 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쓰면 됩니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거친 표현을 썼다고 비난받지 않습니다. 욕된 소리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말을 한다 해도 내 글을 침범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나의 개인적인 글, 일기와 다이어리는 삼국시대 소도 같은 영역입니다.


2.

책을 낸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책은 일기 다이어리 편지가 아닙니다. 책이라면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읽을 독자를 의식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내 이야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고, 내 생각과 행동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가져다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내 책을 서점에서 만나는 독자를 염두하고 책에 담을 글을 써야 합니다.


구체적인 독자층을 겨냥해야 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대한민국 사람, 여자, 직장인 뭐 이런 대답은 막연합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입시생을 둔 한국의 워킹맘, 비교 상대는 같은 조건의 호주와 뉴질랜드 엄마. 누가 읽을 것인가,에 따라 작가는 문체와 소재, 주제, 이야기 방향이 달라집니다. 원고뿐만 아니라 책 편집과 그림도 달라집니다. 정해진 대상이 읽을 만한 책을 쓰고 만들어야 합니다. 독자 구미에 맞추고 눈치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대상이 정해졌다면 대상을 생각하고 그 독자에게 읽힐 내용과 표현 의도를 담아야겠습니다.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기본이 맞춤법입니다. 좋은 의도와 생각 표현이 있어도 맞춤법이 틀리면 전달하려는 것을 벗어나 집중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맞춤법은 기본이고 올바른 적절한 단어를 써야 합니다. 기분에 취해서 하고 싶은 말, 좋다는 표현은 죄다 쏟아붓는다고 좋은 글이 되지는 않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내용에 맞는 표현, 어휘, 비유를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쉬운 글이 되고 잘 쓴 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프로 세계에서 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평범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 평범한 것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책의 주인은 저자가 아닌 독자가 될 것입니다. 독자가 있다면 이제 그 책은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 한 명이건 백만 명이건 내 책에 사회적인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쓴 한 문장 한 문단은 상대에게 장밋빛 미래이거나 우울한 잿빛 중 하나입니다.


3.

내 책을 읽은 사람은 아름다운 사회 안에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어떠하든 그 독자는 아름다운 사회 안에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름답다는 것은 이목구비가 제자리에 있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회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풍경!입니다. 그 안에서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움직여 조화를 이루니 아름다울 수밖에요. 그러니 내 글이 타인의 삶에 영향 미칠 것을 생각해서 바른 생각 바른 자세 바른 마음을 취해야 합니다.


책 한 권을 만드는데 재료와 인력, 장비 등 총비용은 얼마나 들까 상상해 보세요. 모든 것이 자원이고 돈입니다. 갑부라면 몰라도 책 한 권을 만들기까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쏟아부은 에너지는 누가 보상할까요? 출판사와 작가가 고스란히 떠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 손에서 구겨지거나 재활용함에 버려지지 않아야 합니다. 결코 책이 자원 낭비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책을 위한 글은 물론이고, 여하튼 글을 쓴다면, 글자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합니다.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주제 의도가 드러나도록 적절한 비유와 표현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도 원고 하나를 끝내고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시간과 자원 낭비가 되고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길 바라면 마침표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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