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나입니다. 그렇다면 문장마다 "나는"을 꼭 쓸 필요는 없습니다."
출간 전 최종 원고 전 마지막 수정의 기준은 "주어 지우기"였습니다. 나는 원고수정을 할 때 일정 기간 동안 분량을 나누어서 수정하지 않고, 주제를 정해서 한 번에 다 합니다.
지난번 수정의 때 내가 주력한 것은 "서술 조사 통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정하다 보니 이번에는 주어가 신경 쓰였습니다. 서술어를 다듬다 보면 다시 주어도 재정비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백화점에서 윗 옷을 사면 입고 있던 바지나 스커트가 영 어울리지 않거나 유독 낚아서 초라해 보일 때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지막 수정을 "주어 지우기"로 정한 것입니다.
이전에도 대학시절 담당 교수님과 아는 작가님께 두 번의 지적을 받았으나 고쳐지지 않는 나의 고집스러운 글쓰기 패턴이 있습니다. 바로 “나는”이라는 주어입니다.
문법으로 이야기하자면, 문장은 주어 + 목적어나 보어 + 서술어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필수 문장 성분은 아니지만 문장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문장의 가장 기본은 주어 + 서술어입니다.
2.
산문을 쓰다 보면 주어를 반드시 사용해서 서로 간의 오해나 문법적인 오류를 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주어가 분명히 있어야 할 자리와 없으면 애매해지는 곳에는 주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대로 주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복 어구를 생략하는 차원이 아니라, 글의 흐름이 매끄럽게 하기 위함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나인데 굳이 나는, 이라고 매번 반복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자주 등장하는 나는 오히려 글을 읽을 때 방해만 될 뿐입니다.
영화를 보면 누가 봐도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 분명하게 주인공의 색깔과 역할이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저 사람이 주인공이다, 생각하지요. 영화 속에서 “내가 주인공입니다.”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언급하지 않아도 관객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잘 만든 영화일 테고요. 그런데 영화감독이 굳이 주인공에게 주인공 명창을 백넘버를 달듯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3.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합니다. 모자라서 이해를 할 수 없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과하게 써서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쓰지 않습니다. 수식어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말이라고 해서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면 더 좋을 것 같지만, 포인트 없이 산만해지고 과한 문장이 됩니다.
물건이나 공간이 단순함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듯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문장은 간단하고 깔끔한 것이 최고입니다. 너를 향해 읽고 있는데 “나야 나!”라고 자꾸 떠들면 가려던 길에서 돌아섭니다. 누가 봐도 나를 알아볼 것을 굳이 언급해서 방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러니 영화 속 주인공은 주인공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듯이, 문장 안에 나는 나라고 쓰지 않아도 됩니다.
누가 봐도 당연히 여겨지는 글 속 문장 속 주어는 지우기로 합니다. 뻔한 주어가 없는 문장은 더욱 자연스럽게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