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쓰기 1. 세 살 단어 여든까지 갑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33

by 김선하



1.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네, 여든은 물론 죽을 때까지 갑니다. 한 번 길들면 여간해서 고치기 어려운 게 습관입니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일 때는 더 그렇습니다. 좋은 습관도 잠시 틈을 보이면 나쁜 습관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좋은 습관은 잘 연마하고 지켜서 나쁜 습관이 들어올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단어에도 습관 혹은 버릇이라는 게 있습니다. 나는 글을 쓰고 말을 할 때마다 물음표를 달아야 하는 아리송한 단어가 있습니다. 이제는 알 듯하면서 다음에 또 그렇습니다.



2.

다르다 vs. 틀리다

다르다 :

1.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2.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틀리다 :

1.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2.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


나는 정확히 그 뜻을 알고 이해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꼭 실수합니다. 다양한 경우를 이야기할 때 나는 그들의 다름을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틀려, 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틀려! 를 달라! 로 고쳐주는 일이 하루이틀 아닙니다. 멋쩍은 표정만 지을 뿐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만하면 사실 실수보다는 말 습관 말버릇에 가깝습니다.


학원에서 오답정리를 합니다. 오지선다형 시험지 문제 형태는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 맞는 것을 고르시오." 또는 "...... 틀린 것을 고르시오."로 크게 나뉩니다. 간혹 "...... ~와 일치하는 것을 고르시오.", "...... ~와 용법이 다른 것을 고르시오" 형태로 출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앞의 경우입니다. 오답풀이를 하며 수업을 진행할 때, "...... 틀린 것을 고르시오." 질문을 많이 접하다 보니 그 문장 속 단어가 입에 붙은 모양입니다.

집에서 일터에서 귀에 못이 박히듯 지적을 당하면서도 잘못된 것을 확실히 알면서도 수십 년 써온 입에 붙은 단어를 바꾸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뜻을 알고 제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다짐합니다.



3.

해삼 vs. 멍게

나는 이 두 단어가 그렇게 구분이 안 됩니다. 매번 물어보고 네이버에서 그림과 단어를 맞추어보고 재확인합니다. 그러나 막상 횟집 가서 주문만 하려면 그게 이거였나? 저거였나? 합니다. 해삼과 멍게는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지만 그 이름이 항상 헷갈립니다. 결국, 둘 다 주문하고 둘 다 맛있게 먹습니다. 단어 혼동으로 이 둘은 포장마차나 횟집에서 평생 같이 먹는 나만의 음식 궁합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단어는 선명하게 쓰이는데 이미지는 또 헷갈립니다.



4.

아니예요? 아니에요!

“자네 글은 이상하게 표가 나. 단어 몇 개를 내가 항상 지적하지. 그런데 다음에 다시 리포터를 보면 꼭 그걸 그대로 써. 오늘도 그래. 그 많은 학생의 리포터에서 단어 몇 개만 찾으면 자네 것인지 금방 알아. 이제 제대로 쓸 만도 한데”

대학 때 나를 가르친 교수님 중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앞의 체언(보통은 명사)에 받침이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줄임으로 쓰냐, 마느냐에 따라 서술조사를 다르게 써야 하는 단어입니다. 아는데 실제 사용할 때는 이렇게 실수를 합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러합니다. 그러니 신경 쓰고 읽으면 선하표 단어가 색출된다고 하신 교수님의 지적에 반박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5.

출판사에서 제 책을 여러 번 수정 후 교정 피드백을 주길래 확인해 봤더니 문법적으로 틀린 단어가 보였습니다. 수정을 요구했는데 편집장이 오히려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하 작가님,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신 줄 알고 일부러 그냥 두었는데요. 그 단어는 항상 그렇게 쓰시더라고요."


한번 길들인 단어가 글쓰기 평생을 갑니다. 사람을 들일 때 살펴보고 맞추어보고 나와 결이 맞는지 지켜보다가 친구가 되든 여인이 되든 합니다. 단어도 처음 들일 때 제대로 알고 제대로 써야 할 것입니다. 두번 고쳐 쓰는 수고가 없도록 문법과 상황에 맞는 단어를 익히고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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