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과의 이별 기록 2편
그 사람과 이별을 경험한 2024년 4월 이후로 나는 한 번도 그 누구랑도 연애기류를 느껴본적이 없다.
이제는 누군가 다가오고 새로운 관계의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몸이 굳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조여오고, 입꼬리는 올라가는데 속은 어느새 숨을 참고 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내 마음만 너무 크게 울고 있다.
맞다, 나는 벌써 ‘끝’을 걱정한다.
[ 그의 사랑의 말이 멈춘 그 곳에서. ] 글에서 밝힌바와 같이 회피형과의 이별은 굉장히 급작스럽고 아프게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통보하듯이 이별이 날아오고 구체적으로 이별 사유에 대한 이야기조차 없다.
그저 그에게 주었던 내 마음 만큼만 돌려받고 싶었던 것인데 그것을 바란게 큰 죄인가 싶을 정도이다.
한 번의 이별로 사랑이 두려워진 나의 모습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일단 흔히 회피형은 연애를 해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맞는말이지만 그렇다고 거를 수 있는 징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나처럼 회피형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생각하는 특징 5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1. 잠이 많다
: 현실 도피형 잠이 많고,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높다.
(‘피곤해’라는 말이 늘 입에 붙어 있다면 한 번쯤 돌아봐도 된다.)
2. 연락이 잘 안 된다
: 함께할 땐 친절하지만, 떨어져 있을 땐 거리감이 급격히 벌어진다.
→ 감정의 흐름이 ‘연속성 없이’ 끊어지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3.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말해도 이해받을 수 없다고 단정한다.
→ 그러면서도 나를 공감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오해했다고 느끼게 한다.
4. 적극성이 떨어진다
: 불안형은 관심이 생기면 표현하지만, 회피형은 한 발짝 물러선다.
→ 그래서 불안형이 회피형에게 끌리는 구조가 자주 만들어진다.
5. 사연 있어 보인다
: 자기연민, 염세적 태도, 뭔가 슬픔이 있어 보이는 사람.
→ 그게 끌림이 되었다면 한 번 더 나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그 이별 이후, 다시 사랑하는 게 무서워졌다.
정확히 말하면 내 마음을 다시 누군가에게 꺼내 보여주는 일이 두려워졌다.
썸이든 연애든 뭔가 내 마음을 열고 누군가에게 또 감정을 준다면 다시 버림받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만 또 상처받을까봐 두렵다.
그래서 상처받을바에는 그냥 내가 먼저 손을 놔버리는 입장이 된다면 상처를 덜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에 다시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사랑해서 그 사람이 내 운명이라 믿었는데, 결국 그런 건 없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두렵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랑을 ‘하려는’ 연습보다는 그저 나를 ‘마주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심리학 책을 읽고 가끔은 친구에게 상담도 받고 있다.
대학교에 와서 만난 나의 귀인과 같은 친구 쥬디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Y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처음에는 내 속마음을 이야기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는데 타인한테 전달해야한다고 생각하다보니 정리해서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게 한 번 내 마음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느날부터인가 그냥 그때 그때 떠오르는 감정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계속해서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물어봐주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객관적으로 봐주려고 하는 쥬디 덕분에 나도 이제는 쥬디 한정 내 이야기를 맘껏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모두 비슷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은—
잠깐 멈췄던 숨이 다시 천천히 돌아오는 날이 있다.
지나가던 거리의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길거리의 연인들이 예쁘게 보여서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사랑은 아니지만 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보기로 한다.
나는 매일 조금씩, 나를 설득하는 중이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내 안에서 나를 붙잡아주는 연습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할 때, 혼자서도 버텨낸 기록들.
그 못된 생각들 앞에서 나를 지켜낸 작고 조용한 이야기들.
다음엔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