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과의 이별 기록 1편
어떤 말로 끝맺을 줄 몰랐던 그 사람은, 결국 말 없이 끝냈다.
마지막 카톡은 "받은만큼 돌려주지 못해 미안해"였고,
그 말은 닫힌 문 같았다.
어이없게도 그 이후로 나는 그 닫힌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사람들은 바빴고 그는 떠났고,
나는 그냥 그 자리에서 '멈춘 사람'이 되었다.
왜였을까?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면 당시 그는 연애응 시작할 무렵 나에게 자신이 염세적이고, 사람들과의 깊은 교류가 어려운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사회생활하는 모습만 봤던 나에게는 그 말들이 크게 와닿지 않아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의 말들은 사실이 맞았다. 그는 모든 것을 비판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 비난을 해댔고 그러한 행동을 통해 자신이 굉장히 부풀려지고 높은 자리에 앉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듯 해보였다.
그리고 항상 나를 '통제' 하려고 했다.
옷은 무슨 색을 입어라, 머리는 묶어라. 향수는 내가 이런 향을 좋아하니 이걸 뿌려라.
항상 그런식이었고 데이트 코스도 그 사람이 하자는대로 결국 항상 해야했다.
"오빠 이번엔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보면 안돼? 나 이거 궁금해."
라고하면 "그 영화는 쓰레기잖아(그가 직접 말한 표현이다). 난 이거 봐야한다고 생각해. 너도 좋아할껄?"
무슨 영화인가보니 나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주식이야기가 담긴 영화였다.
그냥 본인이 보고 싶은게 따로 있고 내가 보고싶어하는건 취향이 아니라고 솔직했다면 오히려 나았을텐데. 왜 내 취향까지 쓰레기로 취급해버리나 하는 생각도 자주 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지독한 회피형
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내가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이 떠날까봐 두려워서 내가 다 맞춰주는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의 문이 닫히고 나 혼자 덩그러니 그 문 앞에 남아서서 있다보니 이제야 보인다.
당시 나는 그 사람이 ‘좋아서’라기보다 그 관계 안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을 되찾고 싶어서, 돌려받고 싶어서.
설마 내가 버림받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아서 였다.
그래서인지 헤어진 지 꽤 지났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 1년 조금 넘은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그의 말이 멈춘 시점’에서 살아간다.
그 사람은 그냥 쉽게 써버린 "미안해"라는 채팅 뒤로 숨어버렸고 언제나처럼 관계에서 회피하는 사람이 되어괜찮은 척 모든 것을 덮고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지 참 대단하고 의문도 든다.
당시 그는 염세적이었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부담스러워하는 면이 많았다.관계에 있어 모든 것을 헌신했던 나는 아직, 그 말이 머문 자리에서 한 글자도 넘기지 못한 채 남아 있으니까.
이 글은 그 사람의 말이 멈춘 그 자리에서 나는 어떤 감정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끝에 남은 “다음 사랑이 두려운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