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산하 공공기관 3수(秀)생 인턴의 5개월 인턴십 종지부.
3년동안 3번 떨어지면서도 끝까지 놓치 않았던 인턴십이 끝나가는 소감 어때?
솔직히 끝나기 대략 일주일 전부터 들어온 질문인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원섭섭하지 않냐고도 많이 물어보던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미련이 더 안남을만큼 열심히 했고 많이 배웠다. 오랫동안 꿈꿔온 곳에서 일만 하면 억울하니 시간 날 때 운동도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업로드했다.
브런치는 구독자수가 대략 20명 가까이 올랐고 블로그는 메인에 노출되며 많은 긍정적인 반응도 얻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지원해서 공공기관에서의 인턴십이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도 많이 만들어냈고 5개월간 목표했던 자격증도 3개나 취득했다.
완벽하게 직선도로만 타지는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 라고 한다.
사실 그 부럽다에 진짜 축하보단 말만 축하해주고 약간의 기싸움과 질투, 열등감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때로는 나의 솔직한 실패도 담고 싶었다.
인턴십을 하면서 처음에는 계속 방황했다. 공공기관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자유로운 아이디어회의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답답한 순간도 많았고, 초반에는 일이 없어서 매너리즘도 아주 심하게 왔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격차를 이기지 못해 약 2달간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래서 5개월간 총 4개의 공채와 인턴십에 지원했지만 결론적으로 다 불합격했다.
뿐만 아니라 입사해보니 3년간 준비해왔던 나의 스펙은 엄청 뛰어난 편도 아니었다. 8명의 인턴 중 3등으로 들어왔으니 딱 중간 정도. 그래서 계속 고민했다. 나는 과연 어디에 속할 수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러다 점점 비교하게 되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겸손은 나를 낮추는게 아니라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
특별히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예쁜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에 예쁜 사람도 너무 많다.
내가 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면 나보다 그걸 더 잘 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남들과의 차별점을 위해 특정 자격증을 따면 사람들이 다 따라서 그것을 취득한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겸손은 나를 작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감사하는 방식이라는 걸.
내가 가진 걸 과소평가하지도, 남과 비교해서 키를 재지도 않기로 했다.
조금씩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 때로는 잘 모르겠지만 '버티는 중에도 나는 나였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걸어온 내가 비교도 질투도 아닌 존중과 이해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그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길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길은 이제부터 내 땅이다
헤매긴 많이 헤맸다.
때로는 혼자 속상하기도 했고,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5개월간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기록했고, 배웠고, 부딪혔다.
그래서 이 길은 이제부터 내 땅이다. 실패했던 시간도, 눈치 보던 순간도, 출퇴근길에 몰래 흘렸던 눈물까지도 다 내 땅이 되어주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이 길을 묻는다면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